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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최영해의 인사이트]미셸 리 교육부장관은 어떤가

입력 2017-06-29 03:00업데이트 2017-06-2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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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해 논설위원
각국의 워싱턴특파원들이 모여 사는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카운티는 공교육이 잘돼 있는 곳으로 우리가 벤치마킹할 만하다. 성공 비결은 수준별 학습에 있었다. 공립학교 초등 3학년부터 영재반이 따로 있다. 학교에선 지능검사와 교과 성적, 과제물, 교사와 부모의 추천서를 갖고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영재를 찾아낸다. 수학에 뛰어난 초등생은 인근 중학교에서 수업을 듣는다. 중학교는 과목별로 보통, 우등, 영재반 등으로 더 촘촘하게 나뉜다. 학교 수업만 잘 따라가면 되기 때문에 이곳 아이들은 사교육이나 학원이란 것을 모르고 자란다.

미국 공교육의 성공 비결

고등학교에선 대학 과정의 AP(Advanced Placement) 과목을 몇 개 듣느냐에 따라 지원 가능 대학이 갈린다. 영재반에서 공부한 학생들은 토머스제퍼슨 과학기술고교에 몰린다. 해마다 420명을 시험으로 뽑는 공립 영재과학고로 수학, 과학에 뛰어난 중국 인도 한국 일본 등 아시아계 학생들이 신입생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백인과 흑인 학부모들이 다양성을 무시했다며 교육청에 청원까지 했지만 학교는 성적 위주 선발을 고수한다.

공교육이 망가진 수도 워싱턴에선 민주당 출신 에이드리언 펜티 전 워싱턴시장이 10년 전 한국계 미셸 리에게 “전권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그를 워싱턴교육감에 스카우트해 공교육 수준을 올려놨다. 미셸 리는 학생 성적이 부진한 교사들을 3년 반 임기 중 해마다 5%씩 해고해 수백 명의 교사를 학교에서 방출하고 교사 정년 폐지와 성과급 도입을 밀어붙였다. 자기 딸이 다니던 학교의 교장선생님까지 잘랐을 정도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워싱턴 공립학교가 미덥지 않았는지 두 딸을 학비 4만 달러나 되는 명문 사립학교에 보냈다. 대통령이라고 해서 자녀 학교를 선택할 자유를 침해받지 않았다. 미셸 리의 교육철학도 수준별 교육에 있었다. 성적이 낮은 학생은 보충수업을 받게 하고 뛰어난 학생에겐 영재교육을 시켰다. 한국의 전교조가 수월성 교육과 교원평가를 목숨 걸고 반대하는 것과 180도 다르다.

자사고 때문에 일반고가 피해 본다며 문을 닫아야 한다는 억지 주장이 요란하다. 미국에선 명문 보딩스쿨(기숙학교)의 역사가 유구하지만 이 때문에 공교육이 망가졌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천세영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좋은 대학에 보내려는 맹모삼천(孟母三遷)의 지혜를 꺾을 수 없는 한 좋은 고교 지원 욕구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일제 치하 그 척박한 환경에서도 인촌 김성수의 중앙학원, 남강 이승훈의 오산학교 등 민족 사학(私學)이 국민들의 교육 열망에 불을 지폈다. 이런 교육열이 오늘의 선진 한국을 있게 한 원동력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자사고는 없앨 게 아니라 더 만들어 학부모와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넓혀줘야 한다.

논문 표절자가 교육 맡는다?

석·박사 논문 표절로 학자적 양심을 잃어버린 김상곤은 평준화 교육을 진보의 가치로 여긴다. 그가 교육부총리가 되면 우리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까. 조그만 표절도 범죄로 여기는 미국에서라면 교단에도 설 수 없는 사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녕 보은인사를 해야겠다면 그에게 차라리 다른 자리를 주면 좋겠다. 대신 미셸 리에게 한국 교육을 맡겨보는 것은 어떤가. ‘StudentFirst’라는 비영리 교육단체를 만들어 시민운동을 하다가 지금은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서 사립학교 교장을 맡고 있다. 공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다면 교육부 장관인들 수입 못하겠나.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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