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양승함]보수정당 변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탄핵-대선 참패에도 반성-개혁의지 없어
리더십은 실종되고 지지층은 분화
실용주의 입각한 온정적 보수주의로 환골탈태해야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017 대선 이후의 한국 정치는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이 역대 대통령과는 파격적으로 다르다. 탈권위주의 행태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등장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고 지지율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오로지 역대 대통령들이 임기 초반과 달리 불행한 말기를 보낸 것과 같은 순환의 고리에 빠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대통령 리더십 못지않게 보수의 몰락 또한 한국정치사에 초유의 현상이다. 이번 대선에서 보수가 기사회생의 기회를 잡은 듯했지만 결과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한국갤럽 6월 1주차 조사에 의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각각 8%의 지지율을 기록해 보수정당들이 국민들로부터 처참하게 외면당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데 있으며 더욱 큰 문제는 보수 지지층들이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분산되거나 방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정치의 보수는 리더십의 실종과 더불어 지지층의 분화로 인해 재편성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처해 있다.

보수의 리더십은 보수정당이 발휘해야 한다. 보수정당의 적통을 이어받았다고 할 수 있는 자유한국당은 그 정통성이 상당히 훼손되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문제로 탈당한 바른정당의 존재 때문이기도 하지만 분열의 사유가 된 보수 독선과 아집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치열한 당권 투쟁에 몰입하여 반성과 개혁의 의지를 전혀 보이고 있지 않다. 오로지 당권 장악을 통해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연장시키려는 소아적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수 지지층의 요구와 기대는 아랑곳하지 않는 상황이다.

4·13총선에서 ‘진박 감별’ 공천으로 인해 보수 지지층이 이반한 현상에 대해 성찰도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번 대선에서도 오로지 표 획득만을 위한 보수 결집을 위해 수구보수 또는 극우보수의 슬로건을 내세웠다. 홍준표 후보가 선전하여 당 지지율(한국갤럽 5월 1, 2주 15%)보다 높은 득표율(24%)을 보였다고 하지만 실로 보수 지지층이 개인 후보를 지지하기보다 보수 자체를 구원하기 위해 결집했다고 평가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자유한국당의 정강정책은 훨씬 우경화하여 다수의 보수층을 소외시켰기 때문에 선거 후의 당 지지율이 급락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본래 한국 정치의 보수는 산업화 시대의 개발 국가에 가치를 두는 국가주의적 보수와 세계화 조류와 함께하는 신자유주의적 보수의 양대 산맥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전통적 국가주의에 천착함으로써 시대착오적 리더십을 행사했고 소외된 신자유주의적 보수주의의 일부는 바른정당을 형성하고 다른 일부는 방황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국정 농단 사태에 따른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에 이르러 보수는 분열되고 축소되었다. 어떻든 국가주의적 보수나 신자유주의적 보수는 거듭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처해 있다. 국가주의는 사회발전과 민주주의 공고화에 따라 적실성이 사라지고 있으며 신자유주의는 양극화의 심화로 수정되어야 하는 시대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제 보수주의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보수주의가 극단화되고 경직화되는 경향을 막고 아울러 신자유주의적 폐단을 극복할 수 있는 한국적 보수주의 패러다임을 건설해야 한다. 그것은 실용주의에 입각한 온정적 보수주의에서 가닥을 잡을 수 있다. 자유주의적 공동체주의를 통해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적 책임을 담보하는 사회를 지향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사회시장론에서 주장하듯이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 활동을 보장하면서 종합적 복지제도와 효율적 공공서비스를 제공하여 사회통합을 유지하는 것이다.

기존의 보수정당들이 환골탈태 변화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새로운 이념적 패러다임을 실천할 보수정당의 출현이 절실하다. 이와 같은 보수정당의 출현은 분열되고 방황하는 보수주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기대를 충족시켜 줄 것이며 성공국가의 신화 또한 지속 가능하게 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017 대선#한국정치#문재인#대통령 리더십#보수정당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