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숨막히는 봄… 정부 “초미세먼지 기준 美-日 수준 강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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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환경기준 손본다

마스크 외출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을 보인 3일 오전 서울 남산을 찾은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도심을
 바라보고 있다. 4일 전국의 미세먼지 농도는 종일 ‘나쁨’을 나타내겠고 낮 최고기온은 서울 20도, 대전 전주 22도, 광주 
대구 23도 등 초여름 수준으로 오르겠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마스크 외출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을 보인 3일 오전 서울 남산을 찾은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도심을 바라보고 있다. 4일 전국의 미세먼지 농도는 종일 ‘나쁨’을 나타내겠고 낮 최고기온은 서울 20도, 대전 전주 22도, 광주 대구 23도 등 초여름 수준으로 오르겠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미국 일본 수준으로 국내 초미세먼지(PM2.5) 환경기준이 강화된다. 두 나라 기준에 맞추려면 한국은 현행 기준을 30% 이상 강화해야 한다.

환경부는 환경정책기본법 시행령에 명시된 미세먼지 환경기준을 더 강화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3일 밝혔다. 2주 전 착수보고회가 열렸고, 8개월간 환경기준과 관련해 총체적인 점검에 들어간다.

환경부 관계자는 “초미세먼지 수치는 미국·일본 정도로 강화될 것으로 본다”며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기준은 너무 높고 엄격해서 보통 그것보다 한두 단계 낮춰 환경기준을 잡는다”고 말했다. 국내 환경단체 등은 그동안 국내 기준이 WHO 권고치보다 2배 이상 느슨하다고 비판해왔다.

현재 한국의 초미세먼지 기준은 일평균 m³당 50μg 이하, 연평균 25μg 이하이다. WHO 권고치보다 한 단계 낮은 환경기준을 가진 일본과 미국의 경우 초미세먼지 기준은 일평균 35μg 이하, 연평균 15μg 이하로 한국보다 강하다.

그러나 미세먼지(PM10) 기준은 일평균 100μg(일본), 150μg(미국) 이하로 한국(100μg)과 같거나 느슨하다(미국·일본은 PM10 연평균 기준 없음). 여기에 한국이 초미세먼지 기준을 강화하면 미국 일본보다 강한 기준으로 대기환경을 관리하게 된다.

그러나 이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현 환경기준을 넘는 날도 많은데 기준만 강화하는 게 옳은가 하는 것이다. 또 환경기준이 강화되면 그 기준을 근거로 결정되는 모든 대기오염물질 배출규제, 사업장 배출허용총량, 주의보 기준 등도 강화된다. 미세먼지 저감 대책에 대한 총체적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많은 전문가는 현재 대책이 지나치게 수송 부문에 치중해 있다고 지적한다. 동아일보가 환경부의 ‘2016, 2017년도 미세먼지 특별대책 예산 현황’을 분석한 결과 실제 경유차 미세먼지 감축, 경유버스의 친환경버스 전환, 친환경차 보급 같은 수송 부문에 들어가는 예산이 2016년 전체 미세먼지 대책 예산의 90%, 2017년 전체 예산의 87%에 달했다.

환경부는 그동안 수도권에서 경유차 배기가스의 초미세먼지 기여율이 29%로 1위를 기록하는 등 배출량이 많고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는 더 위해해 우선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국립환경과학원 발표만 봐도 전국 초미세먼지 발생량 가운데 경유차의 기여율은 11%로 사업장, 건설기계, 발전소에 이어 4위에 불과하다. 특히 건설기계는 전국에 약 45만 대인데 기여도는 17%다. 경유차는 전국에 약 860만 대이면서 기여율이 11%다. 굴착기 같은 건설기계 한 대가 경유차 수십 대만큼의 미세먼지를 내뿜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2016∼2017년 전체 예산 8715억 원에서 ‘건설기계 등 제작차 기준 강화’에 들어간 예산은 총 2억 원에 불과하다.

반면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같은 친환경차 보급에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지난해 6월 환경부는 특별대책 발표 당시 2020년까지 친환경차 보급에 3조 원, 충전인프라 건설에 7600억 원 등 4조 원에 가까운 돈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한 해 미세먼지 특별대책 예산의 10배에 이르는 돈이 전기자동차 구매 지원에 들어가는 셈이다.


충남지역에 밀집한 석탄화력발전소 대책은 아예 빠져 있다. 발전소는 산업통상자원부 소관으로 환경부 관할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5년 대기환경월보에 따르면 석탄화력발전소가 몰려 있는 충남지역은 질소·황산화물(SOx, NOx) 수치가 하·동계 상관없이 일관되게 높게 측정됐다. 이 물질들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 ‘환경급전(발전가동에 있어 환경성 고려)’을 반영한 법 개정안이 통과되긴 했지만 산업부는 여전히 ‘경제급전’을 주장하며 석탄화력발전소 20기를 추가로 건설하려고 계획 중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제1차 에너지소비량에서 화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율이 82%에 이른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국내발전 부문 초미세먼지 배출에 따른 환경비용이 5조6033억 원에 이른다고 추산한다.

미세먼지 관리의 맹점도 존재한다. 전체 등록 차량의 10%에 불과하지만 승용차의 5배에 이르는 미세먼지를 내뿜는 오토바이가 대표적 예다. 환경부는 배기량 260cc를 초과한 소수의 대형 오토바이에 대해서는 배출규제를 정해두고 노후 오토바이에 저감장치를 다는 사업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대다수 중소형 오토바이는 규제 대상이 아니라며 손을 놓고 있다. 오토바이 자체가 자동차 같은 등록제가 아닌 신고제라 관리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거리에서 상인들이 사용하는 소형 발전기 같은 경우도 경유를 사용하지만 관리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이런 가운데 당장 내년부터 차량 2부제, 공사장 조업 중단 등을 포함한 비상저감 조치가 일반에 확대될 계획이다. 정부가 해야 할 것들은 다 하지 않은 채 시민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편 중국발 미세먼지 등의 영향으로 3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초미세먼지는 일평균 기준치인 50μg을 넘겼다. 지난달 28일 이후 6일 만이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초미세먼지#환경기준#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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