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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김도연 포스텍 총장 “교육-연구-창업에 공들여 ‘가치 창출 대학’으로 성장”

입력 2016-12-01 03:00업데이트 2016-12-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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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포스텍 개교 30주년 공동기획 <下> 김도연 포스텍 총장 인터뷰
김도연 포스텍 총장이 11월 29일 경북 포항시 포스텍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포스텍이 ‘가치창출 대학’으로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총장은 “대학이 가장 잘하는 연구를 통해 지역과 국가의 사회·경제적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포스텍 제공
《포스텍(포항공대)은 1986년 12월 3일 국내 최초로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며 문을 연 대학이다. 교육뿐만 아니라 연구에도 과감한 투자를 통해 과학 분야의 많은 연구 성과를 내 온 지 벌써 30년을 맞았다. 김도연 포스텍 총장(64)은 “대학이 스스로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사명으로 설립됐고, 포스코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연구중심대학으로서 대단한 성과를 거뒀다”라며 “개교 30주년을 맞은 지금까지 포스텍은 국내 대학들이 연구를 중시하는 풍토를 조성하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라고 평가했다.》
 
 김 총장은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입시, 교육, 교원 채용 등 여러 방면에서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김 총장은 “대학이 안주하고 있다는 비판은 타당하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포스텍이 혁신과 실험적 시도를 하지 못한다면 다른 대학이 시도하기는 더욱 어렵다”라며 “우리나라 대학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도 포스텍이 플래그십(해군 함대의 기함)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 “대학의 최우선 사명은 교육”

 포스텍이 연구중심대학으로서 우리 사회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김 총장은 대학의 최우선 사명은 ‘학생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대학의 중심은 교육이고, 여기서 더 나아가 연구를 하는 것”이라며 “대학들이 지금보다 더욱 ‘튼실한 교육’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기성세대와 지금 학생들은 전혀 다른 세상을 살아갈 것으로 내다보면서 대학 교육도 크게 달라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기성세대는 대학을 졸업하고 30년 정도 사회생활하다 은퇴한 뒤 10∼20년 살다가 세상을 떠나는 식이었다면, 지금 학생들은 110세까지 수명이 늘어나고, 90세까지 일을 해야 하는 세대라는 것이다. 사회생활을 60∼70년간 해야 하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대학 교육이 이뤄져선 안 된다는 말이다.

 김 총장은 “30, 40년 전과 똑같이 가르쳐서는 학생들이 미래 사회에서 버텨 낼 수 없다”라며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학생들의 능력을 길러 주는 교육 체제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포스텍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2018학년도부터 시작되는 ‘무(無) 학과 입학제’가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는 고교생이 특정 학과를 지원해서 대학에 입학하지만 포스텍은 내년 입시부터는 학과를 선택하지 않고 단일 계열로 입학한다. 1년간 포스텍에서 공부하면서 진로를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는 것이다.

 특히 포스텍은 학과별 인원을 정해 놓거나 전공을 선택할 때 성적을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 김 총장은 “1학년생 전원이 한 학과를 지원하더라도 모두 희망대로 보내 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학생들이 성적에 맞춰 미래를 정하기보다는 스스로 원하는 것을 선택해야 재미를 느끼고, 난관을 헤쳐 갈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 총장은 “우리 사회에서는 98점 받은 학생이 의대를 가면 99점 받은 학생은 수의사가 꿈이어도 수의학과를 못 가고 의대를 간다”라며 “공부를 못해도 선택권이 없고, 잘해도 선택권이 없어지는 경향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본인이 스스로 수의대를 원해서 가면 얼마나 즐겁게 배우고, 일할 수 있겠느냐”라며 “중간에 어려운 일이 있어도 스스로 선택을 했으니 이겨 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자기 주도적인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도 시작했다. 대규모 온라인 공개강좌(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의 강의를 수강한 학생들에게 이를 학점으로 인정해 주는 것. 이는 국내 대학 중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 MOOC를 통해 포스텍 학생이 세계 각국 석학의 다양한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김 총장은 “과학기술,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본인의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좋은 공부를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다”라며 “과거처럼 교수가 가진 지식을 주입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학은 학생들이 계속 호기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포스텍은 올해부터 겨울방학을 줄이고 여름방학을 석 달로 늘려 하계 사회경험프로그램(SES·Summer Experience in Society)을 실시하고 있다. 학생들이 국내외 기업이나 연구소 등에서 인턴십을 하거나 봉사활동을 하면서 사회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 연구중심대학 넘어 가치 창출 대학으로

 김 총장은 지난 30년간 연구중심대학으로 한국 사회에 영향을 준 포스텍이 앞으로는 ‘가치 창출 대학’으로 새로운 역할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연구’ 활동을 통해 지역과 국가의 사회·경제적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는 얘기다.

 김 총장은 한국 경제가 현재 ‘덫’에 걸려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 2006년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선 지 10년이 됐지만 3만 달러에는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김 총장은 “이는 우리 경제를 떠받치던 중공업과 전자산업의 경쟁력이 과거만 못하다는 것”이라며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야 젊은이들이 직업과 꿈을 갖도록 할 수 있는데, 이것이 대학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이 만들어 내는 지식이 대학 안에서만 머물러서는 안 되고, 산업으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김 총장은 “이제는 대학도 사회적인 기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대학이 제일 잘하는 것이 연구이니 이를 활용해서 한 발짝 더 나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해 포스텍은 국내 대학 최초로 ‘산학일체연구소’를 도입했다. 기업들이 직접 대학에 들어와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연구를 수행하는 형태다. 이는 ‘산학일체 교수’를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기업이 필요한 연구 인력을 포스텍이 교수로 채용하고 공동 활용하는 형태다. 포스텍은 4월 LG디스플레이와 1호 산학일체연구소를 설립했다.

 교수들이 직접 기업을 지원하는 시스템도 마련했다. 내년부터 교수들은 여름방학 3개월 동안 ‘하계 집중 활동 제도’를 통해 산업체나 연구기관, 국내외 대학에서 연구, 교육, 자문역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다. 교수들이 직접 기업이나 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든다는 것이다.

○ 사회적 경제적 가치 창출하는 연구

 또 투 필러(two pillar) 시스템도 포스텍이 연구를 통해 기업의 기술적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제도 중 하나다. 기업이 포스텍의 연구 능력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 캠퍼스에 기업의 연구소(리서치 허브)를 유치해 산학 공동 연구 수행, 컨설팅 등으로 도움을 주고, 수도권에는 비즈니스 허브를 만들어 네트워크 구축이나 투자 유치 등을 담당하게 하고 있다. 50개 기업을 목표로 현재 기업들을 유치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포스텍은 뛰어난 인프라를 바탕으로 신사업을 창출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포스텍은 올해 설치가 완료된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기반으로 바이오오픈이노베이션센터(BOIC)를 설립해 차세대 제약 산업의 기반을 구축할 예정이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살아 있는 단백질의 구조를 분석할 수 있어 질환을 억제하는 맞춤형 신약 개발에 큰 도움이 된다.

 김 총장은 “지금은 미래의 먹거리를 만들어야 할 중요한 순간이고, 그중 하나의 시도가 가속기를 이용한 신약 개발”이라며 “이를 통해 포스코보다 더 큰 규모의 새로운 기업이 만들어지길 바라고, 거기에 기여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또 김 총장은 “포스텍은 ‘튼실한 학부 교육’ ‘빼어난 연구 성과’ ‘활발한 창업·창직’의 세 마리 토끼를 잡는 대학이 될 것”이라며 “최초의 연구중심대학인 포스텍은 이제 직접적으로 지역과 국가의 경제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가치 창출 대학’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 김도연 총장 약력 ::


△경기고, 서울대 재료공학과, 한국과학기술원 재료공학 전공 석사, 프랑스 블레즈파스칼대 재료공학과 박사.
△1979∼82년 아주대 기계공학과 조교수
△1982∼2008년 서울대 재료공학부 조교수·부교수·교수
△2005∼2007년 서울대 공대 학장
△2008년 2∼8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2008년 9월∼2011년 2월 울산대 총장
△2011년 3월∼2013년 3월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
△2013년 10월∼2014년 6월 일본 도쿄대 특임연구원
△2015년 9월∼포스텍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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