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취임사에 막판 끼워넣은 ‘문화융성’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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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최종보고서에 없었는데 4일뒤 ‘4대 국정기조’에 포함돼
“정호성이 취임사 수정작업” 증언… 비선실세들 이권 챙기려 개입 의혹

 현 정부의 4대 국정기조에 포함된 ‘문화융성’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최종 보고서에 나오지 않았는데도 불과 나흘 뒤인 박근혜 대통령 취임사에 갑자기 포함돼 비선 실세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 대통령 취임 전 인수위에 참여했던 고위급 인사는 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수위의 문화여성 분과에서는 문화향유권, 문화복지 확대 등만 논의됐을 뿐 ‘문화융성’이란 키워드는 나오지 않았다”며 “그런데 역대 정부 최초로 취임사 국정기조에 문화융성이 포함되자 무슨 의미인지 다들 놀라워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수위가 발행한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백서’(전체 731쪽)에서도 문화융성이란 말은 찾아볼 수 없다. 2013년 2월 21일 인수위 최종 보고서에서 발표된 ‘5대 국정목표’는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맞춤형 고용·복지 △창의교육과 문화가 있는 삶 △안전과 통합의 사회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 구축이었다. 인수위는 ‘창의교육과 문화가 있는 삶’이란 항목에 대해 “학생들이 꿈과 끼를 키우고 창의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고, 국민이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문화를 누리고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해 현 정부의 문화융성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나흘 뒤인 2월 25일 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4대 국정기조에 문화융성을 포함시켰다. 박 대통령은 당시 “문화와 첨단기술이 융합된 콘텐츠산업 육성을 통해 창조경제를 견인하고, 새 일자리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새 시대의 삶을 바꾸는 ‘문화융성’의 시대를 국민 여러분과 함께 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비선 실세’ 최순실 씨와 차은택 CF감독이 주도했던 문화창조융합벨트에 2019년까지 총 7000억 원을 쏟아붓는 예산 지원 계획을 세우는 배경이 된다.

 당시 취임사 준비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박 대통령의 취임사는 막판까지 최종 수정 작업이 거듭됐고 구체적인 내용은 전날까지 극비에 부쳐졌다”며 “문고리 3인방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정호성 전 비서관이 최종 수정 작업을 주로 맡아서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사가 최종본 때 크게 수정됐다”며 “비선 실세들이 문화융성을 급조해 자신들의 이권을 챙기는 도구로 삼으려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복수의 문체부 고위 간부들은 “문화융성에 대한 개념이 인수위에서는 논의되지 않았는데 취임사에 아무런 설명 없이 갑자기 들어갔다”며 “그 뒤 당시 모철민 대통령교육문화수석의 지시로 문체부 내에서 긴급하게 문화융성의 개념과 가치, 세부 정책을 채워 넣느라 곤욕을 치렀다”고 말했다.

전승훈 raphy@donga.com·김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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