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어버이날 부친 살해 남매, 돈 노린 정황 드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5일 18시 17분


어버이의 날인 8일 아버지(76)를 잔혹하게 살해한 문모 씨(47·여) 남매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이들이 “학대를 받아 살인했다”는 주장과 달리 돈을 노리고 범죄를 저지른 정황을 포착했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문 씨 남매가 돈을 노려 존속살인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관련 증거를 찾아내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경찰은 14일 문 씨와 문 씨의 동생(43)을 참석시킨 가운데 피해자가 살았던 광주 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현장검증을 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거실 가죽소파 밑에 실로 묶은 통장 3개와 아파트 등기권리증을 발견했다. 이를 본 남매는 “참, 끈으로 묶어 거기다 감춰놓았네”라고 중얼거리며 흥분했다. 검증을 마친 뒤 동생은 경찰관에게 “잘 찾았어. (현장검증은) 돈이 목적이구만”이라며 화를 내기도 했다. 경찰은 남매가 범행 직후 뭔가를 찾기 위해 열쇠로 잠근 장롱을 부수는 등 집 곳곳을 뒤진 흔적도 확인했다.

경찰은 평소 남매가 아버지에게 금품을 요구했고, 피해자는 이를 피하기 위해 재산을 숨겼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에 따르면 남매는 지난달 아버지에게 시가 1억 원 상당의 아파트를 넘길 것을 종용했는데 피해자는 친척들에게 “무섭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는 매달 36만 원을 받는 기초생활수급비를 모아 친척, 지인 3명의 통장에 5400만 원을 저축해놓고 있었다.

남매는 구속된 뒤에도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2011년 사망한 어머니가 생전 교통사고를 당해 받은 보험금과 누나 문 씨의 퇴직금 등을 은행에 정기예금으로 맡기면서 생활비 조로 따로 떼어둔 320만 원을 “사식(私食) 등에 쓰겠다”며 경찰에 찾아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남매는 경찰에서 살인을 인정했지만 “돈을 노린 것이 아니라 아버지가 어머니와 우리들에게 각종 학대를 저질렀기 때문”이라며 떳떳하게 진술했다. 하지만 그의 친척들은 “피해자가 가정폭력으로 처벌받은 사실이 있지만 딸이 허위로 신고한 것이다. 남매는 돈을 노려 부친을 살해했다”고 증언했다. 경찰은 남매가 범행 직후 뉴질랜드로 달아나려했던 사실도 확인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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