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치열한 경쟁 때문에…직장인-구직자 ‘자격지심’ 폭행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5일 19시 34분


코멘트
치열한 실적 경쟁에 내몰린 직장인이나 취업난에 허덕이는 구직자들은 늘 스트레스를 안고 살 수밖에 없다. 평소 같으면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일에 ‘욱’하고 폭발하는 이유다. 일부는 폭행으로까지 이어진다.

“언니, 왜 내 구역까지 온 거야”

24일 오후 6시경 서울 중구의 한 보험사 엘리베이터. 이 회사 보험설계사로 일하는 정모 씨(53·여)는 동료 이모 씨(60·여)에게 화를 내며 따졌다. 18년 동안 같은 회사에서 근무해온 장 씨와 이 씨는 한때 절친한 사이였다. 하지만 5년 전 이 씨가 ‘보험왕’을 차지하면서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그해 정 씨는 보험왕이 된 이 씨에게 “언니가 최고 아니냐. 언니 때문에 난 그만둬야겠다”며 비아냥거렸다. 이를 참다못한 이 씨가 화를 냈고 그때부터 둘은 앙숙이 됐다. 특히 정 씨는 둘만 있을 때면 수시로 이 씨에게 욕설을 했다. 이 씨는 이 사실을 회사에 알렸지만 회사는 물증이 없다는 이유로 별다른 조치를 취해주지 않았다.

이날도 엘리베이터 안에 둘만 남게 되자 정 씨는 어김없이 이 씨에게 시비를 걸었다. 며칠 전 이 씨가 자신의 담당구역에서 보험 계약을 맺은 걸 문제 삼았다. 이 씨는 정 씨의 목소리를 스마트폰으로 몰래 녹음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를 눈치 챈 정 씨가 이 씨의 스마트폰을 빼앗으려고 하면서 둘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정 씨는 스마트폰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버티는 이 씨의 머리카락을 잡아채고 오른팔을 꺾고 수차례 때렸다.

정 씨의 폭행은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한 뒤 다른 직원들이 말릴 때까지 계속됐다. 결국 정 씨는 이날 폭행 혐의로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불구속 입건됐다.

스트레스 때문에 엉뚱한 술집 주인을 폭행한 취업준비생도 있었다. 25일 오전 2시 반경 서울 용산구의 한 술집. 주인 A 씨(47·여)는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던 취업준비생 B 씨(28)에게 술값 계산을 요구했다. B 씨를 뺀 나머지 일행이 담배를 피우러 잠시 밖으로 나간 것을 아예 술값을 내지 않고 나가는 것으로 오해했던 것이다. B 씨는 “다 먹지도 않았는데 왜 술값을 달라고 하냐”고 발끈했고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A 씨는 무안해하며 웃으며 사과했다.

하지만 B 씨는 이 미소를 자신을 무시하는 비웃음으로 받아들였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B 씨는 취직을 하지 못했다는 스트레스에 시달려왔다. 게다가 이날 소주 1병을 마신 B 씨는 평소보다 감정이 격한 상태였다. 화를 참지 못한 B 씨는 A 씨의 어깨를 밀치며 가슴 부위를 주먹으로 3차례 때렸다.

B 씨는 경찰 조사에서 “취직이 되지 않아 자존감이 많아 낮아진 상태였는데 주인이 나를 보고 비웃는 것 같아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25일 이 씨를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김지환 채널A 기자 ri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