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에도 희망 없어” 발길 돌리는 난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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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아프간 등 중동 유턴 늘어

“모든 사람이 독일을 천국이라고 말해서 이곳에 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결정을 후회합니다.”

시리아 난민 아메르 씨(30)는 지난해 10월 시리아 내 전 재산을 처분한 돈으로 가족을 데리고 독일 땅을 밟았다. 그토록 바라던 ‘희망의 땅’에 정착했지만 4개월이 지난 지금 그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고향 다마스쿠스로 돌아갈 작정이다.

결심을 굳힌 이유에 대해 그는 “종일 하는 일이라곤 휑한 난민 캠프에서 급식과 구호품을 받기 위해 줄을 서는 것뿐”이라며 “10년 안에 최소한의 기반을 닦을 수 있으리란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고 말했다. 이어 “다마스쿠스에서는 늘 포성이 들리지만 직접 폭격을 당할 가능성은 낮다. 어떻게든 돌아갈 여비를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10명의 자녀를 시리아에 두고 온 치과의사 압둘라 알소안 씨(51)는 문화적 차이 때문에 독일을 떠날 계획이다. 그는 “공공장소에서 10대들이 스스럼없이 스킨십을 하는 모습을 보곤 귀향을 결심했다”며 “옳고 그름을 떠나 각자의 문화가 있다. 내 아이들을 이곳에 데려오려고 했지만 여기서 키울 수 없겠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독일에 입국한 중동지역 난민은 약 110만 명. 시리아 등 아랍 국가들과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북아프리카 국가 출신인 이 난민들은 독일 땅을 밟기까지 갖은 고생을 했다. 바다를 건너다 목숨을 잃은 난민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들 중 일부가 독일에서 일자리를 얻기가 힘들고 언어와 문화 장벽이 높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 다시 고향에 돌아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특히 시리아 난민들은 안전 문제 때문에 귀국이 쉽지 않다”며 “그 대안으로 터키나 요르단 등에 정착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난민들을 받아들이면 고령화로 구인난을 겪는 독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특별한 기술이 없는 데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난민을 원하는 독일 회사는 드물었다. 귀환을 원하는 난민을 상대로 상담을 진행하는 하넬로레 퇼테 씨는 “자립해서 자금을 마련한 뒤 고향에 남은 가족을 데려오는 게 난민들의 꿈”이라며 “언어를 익히고 취직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난민들의 상담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메르 씨는 “물가가 비싸 매달 지원금 546달러(약 65만2000원)로는 생활이 불가능하다. 일을 해야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시리아#난민#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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