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 아들 허웅 “아빠와 술 마신적 없어… 동생은 프로에선 다른팀으로 갔으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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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동부 2년차 가드 맹활약

프로농구 동부의 허웅이 팬들을 향해 하트를 날리고 있다. 6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허웅은 연이은 인터뷰로 올스타 휴식기도 제대로 즐기지 못했지만 “행복하다”며 웃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프로농구 동부의 허웅이 팬들을 향해 하트를 날리고 있다. 6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허웅은 연이은 인터뷰로 올스타 휴식기도 제대로 즐기지 못했지만 “행복하다”며 웃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년 사이에 이렇게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해요. 경기에서 진 건 아쉬웠어요. 올스타전에 계속 뽑혀서 최우수선수(MVP)도 꼭 받아보고 싶어요. (김)선형이 형은 역시 화려하더라고요. 저도 더 잘해야죠.”

올스타전 팬 투표 1위에 오른 뒤 “아직은 실감이 안 난다”던 허웅(23·동부).

프로 데뷔 2년 만에 정상급 가드로 성장했지만 1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프로의 높은 벽에 막혀 애를 먹었다. “대학 때까지 제 포지션(가드)에선 인정받는 선수였으니 당연히 프로에서도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겁 없이 덤볐지만 처참하게 깨졌죠.”

그에게 대학과 프로의 가장 큰 차이는 ‘실수의 대가’였다. 그는 “아마추어 때는 크고 작은 실수를 해도 별로 페널티가 따르지 않았는데 프로에서는 실수 하나에도 곧바로 출전 기회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데뷔 첫해 경기당 평균 17분도 못 뛰었고, 평균 득점 역시 5점이 안 됐다.

허웅은 “첫해는 준비 없이 투입돼 따로 노는 느낌이었다”며 “하지만 올해는 비시즌에 준비를 많이 해 잘할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허웅은 이번 시즌 평균 출전 시간(32분)과 평균 득점(13득점) 모두 작년의 두 배 수준으로 올랐다.

1년 일찍 프로에 온 탓에 그는 ‘대학교 4학년의 낭만’은 포기했다. 이를 보상받으려는 듯 외박을 나오면 대부분 대학 친구들을 만난다. 아직도 “술을 왜 먹는지 잘 모르겠다”는 그지만 친구들과는 거리낌 없이 마신다. 하지만 정작 아버지 허재 전 감독과는 소주 한잔 기울여 본 적이 없다. 허웅은 “어머니를 닮아 술보단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며 “가족끼리는 샴페인 한잔 정도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허웅은 연세대 후배인 동생 허훈(21)을 곧 프로 무대에서 만난다. 동부에서 두 형제가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그는 “(동생과)같은 팀은 대학까지로 족하다”고 말했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서 은퇴 전에는 이승준, 이동준 형제처럼 같이 한번 뛰어보고 싶다”며 여지를 남겼다. 그러면서도 동생과의 대결에 대해서는 “지지 않아야죠. 누구에게나 지고 싶진 않아요. 밥 먹고 살아야죠”라며 웃었다.

승부에서는 양보가 없는 형제지만 둘은 아직 한 번도 싸워본 적이 없다고 한다. “동생은 농구할 때 말고는 제 말을 정말 잘 들어요. 저도 동생을 엄청 챙기고요(웃음). 훈이가 3년 전에 나왔던 운동화가 편하다고 해서 수소문해서 사주기도 했어요. 얼마 전에도 두 켤레 또 사줬어요.”

이제껏 치른 경기 중 자신의 ‘인생경기’를 하나 꼽아달라고 하자 허웅은 30득점을 한 1라운드 전자랜드전을 꼽았다. 18개의 슛을 쏘아 16개를 림에 꽂은 경기였다. 하지만 그는 “당연히 시즌을 마치기 전에 더 좋은 기록에 도전할 것”이라며 인생경기는 아직 남아 있다고 했다. 농구 욕심 하나만큼은 대단한 그에게 물었다.

인생경기를 하고 질 때와 내가 못하고 팀이 이길 때 중 하나만 선택한다면?

“인생경기를 하고 팀이 이길 때요.” 우문현답(愚問賢答)이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허재#허웅#인생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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