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대책 “흐름 못읽어”… 국고보조금 부정 근절 “적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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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대한민국 정책평가]<1>경제분야 10대 정책

지난해 실시된 동아일보의 ‘대한민국 정책평가’에서 ‘단말기 유통 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은 평가 대상 40개 정책 중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당시 정부는 “시행 초기이므로 단통법의 성패를 단정하기에 이르며 서서히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동통신시장 유통구조 개선’ 정책은 1년이 지난 뒤 이뤄진 올해 평가에서도 경제 분야 10개 정책 가운데 최하위를 차지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강력한 단속으로 더 싼 단말기를 구입하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야 하는 ‘단말기 대란’은 사라졌지만 국민은 여전히 “시장경쟁을 가로막아 소비자 이익을 침해하고 기업에만 득이 된다”고 이 정책을 평가했다. 이 정책이 기업의 가격 인하에 제동을 거는 규제라는 비판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동아일보가 고려대 정부학연구소, 한국리서치와 공동으로 진행한 정책평가에서 경제 분야 10개 정책은 5점 만점에 평균 3.14점을 받았다. 작년보다 소폭 상승한 것으로 전체적으로 ‘보통’ 정도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 정부와 국민 평가 엇갈려

편의점주의 잇단 자살로 불거진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 분야 불공정행위 시정’ 방안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경제정책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정책에 대해 전문가와 일반인 모두 사회 현안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며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어 기획재정부의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근절’이 좋은 경제정책으로 꼽혔다. 3년째 세수 결손이 이어지고 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내년에 사상 처음 40% 선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만큼 재정건전성 제고가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한 것이다.

반면 국토교통부의 ‘부동산시장 정상화’와 기재부의 ‘공공기관 임금피크제’의 경우 정부가 높은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국민, 전문가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국토부는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청약통장 가입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청약제도도 개편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일반 주택 거래도 늘어나 ‘부동산 비수기가 사라졌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건설업체들이 공급 물량을 대거 쏟아내면서 최근 주택 과잉 공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고질적인 전·월세난은 더욱 악화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난의 이유를 “저금리의 영향이 워낙 커서 전세 수요가 매매로 전환되는 속도보다 월세로 바뀌는 속도가 더 빨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임금피크제가 정년 연장과 청년실업이란 이중고를 타개할 수 있는 묘책이라 보고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기재부는 공공기관들이 올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았다면 내년도 공공기관의 신규 채용이 4000명 이상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국민과 전문가의 정책평가에선 평균 이하인 3.02점을 받았다. 고려대 평가진은 “임금피크제가 청년실업 해결에 발생하는 비용 부담을 채용의 주체인 기업이 아닌 국민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봉환 기재부 공공정책국장은 “임금피크제는 청년 고용절벽을 해소하기 위해 무조건 해야 하는 정책으로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반박했다.

○ 국민으로부터 호평받은 산업정책

경제정책 중 국민과 전문가가 모두 호평한 정책은 국내 산업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산업정책’들이었다. 고려대 평가진은 한국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위치가 절대적인 만큼 국내 산업을 키워 세계시장과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는 국민의 바람이 담겨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관세청은 중소기업의 자유무역협정(FTA) 이용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FTA 관련 교육, 컨설팅 등 다양한 활용지원 정책을 마련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대기업과 달리 상당수의 중소기업들은 FTA로 관세 경감 혜택 등을 볼 수 있는데도 어떻게 활용할지 몰라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관세청은 한중 FTA 발효 시 곧바로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전국 30개 세관에 ‘YES FTA 차이나센터’를 설치했다. 이 센터는 영세 기업을 위해 상담버스를 운영하고, 공익 관세사를 둬 기업을 찾아가는 ‘방문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한다.

초대형 글로벌 인수합병(M&A)에 적극 대응한 공정위는 ‘국내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목표 선정이 적절했을 뿐 아니라 정책집행 과정에서 글로벌 기업들을 대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둬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실제 공정위는 올해 8월 마이크로소프트(MS)가 7년간 국내외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의 휴대전화 및 태블릿PC 제조사들에 자사 특허와 관련해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걸어 노키아의 휴대전화 제조부문을 인수합병(M&A)하는 것을 승인했다. 또 4월에는 세계 1위 반도제 제조장비 업체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AMAT)와 3위 업체 도쿄 일렉트론 엘티디(TEL)의 합병이 경쟁을 제한한다고 판단해 글로벌 M&A의 철회를 이끌어냈다. 공정위는 “국제적 공조를 통해 경쟁 제한의 폐해를 사전에 예방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경제부=신치영 차장 higgledy@donga.com
홍수용 손영일 김철중 기자
△정치부=김영식 차장 조숭호 정성택 윤완준 기자
△사회부=이성호 차장 황인찬 기자
△정책사회부=이진구 차장 김희균 이지은 기자
경제분야 평가: 구교준, 이응균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정책평가#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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