低성과자 해고땐 직무재배치 등 구제조치 반드시 거쳐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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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노동개혁]
노사정 합의안 시행되면 근로조건 어떻게 바뀌나

與원내대표-노동장관 귓속말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14일 국회 
노동선진화특별위원회 및 환경노동위원회 당정 협의에 앞서 귓속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 원 원내대표, 이
 장관, 이인제 노동선진화특위 위원장.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與원내대표-노동장관 귓속말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14일 국회 노동선진화특별위원회 및 환경노동위원회 당정 협의에 앞서 귓속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 원 원내대표, 이 장관, 이인제 노동선진화특위 위원장.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 노사정(勞使政)이 17년 만에 합의한 노동시장 개혁안은 △청년 고용 확대 △비정규직 차별 해소 △원청 및 하청 구조개선 △사회안전망 확충 △통상임금 확대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시장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개혁안들을 대폭 담고 있다. 노사정 합의안이 시행됐을 경우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질의응답으로 풀어본다. 》  
▼ [근로시간 단축]최대 주 52시간… 경비원-농업도 적용 ▼

Q. 근로시간은 도대체 얼마나 감축되는 것인가.

A. 현재는 주 40시간에 휴일근로 16시간(토·일 8시간씩), 평일 연장근로 12시간 등 주당 최대 68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하다. 그러나 앞으로는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모두 포함돼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줄어든다. 운송, 방송, 보건, 사회복지 등 현재 26개에 이르는 근로시간 특례 업종도 10개로 줄어든다. 다만 근로시간 단축 시행 후 4년간 노사가 합의하면 주당 8시간까지 특별연장근로가 가능하다. 이 경우에는 주당 근로시간이 60시간이다.

Q. 모든 사업장의 근로시간이 감축되는 것인가.

A. 노사정은 근로시간 단축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시행은 1년 뒤에 하기로 합의했다. 중소기업 등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1000인 이상 기업부터 먼저 시행한 뒤 300인 이상, 100인 이상, 5인 이상 사업장 순으로 1년씩 시차를 두고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Q. 아파트 경비원이다. 우리도 휴일을 제대로 보장받고 싶은데 가능할까.

A. 이번에 노사정은 ‘근로시간 적용 제외 업종’도 개선하기로 합의했다. 현행 근로기준법 63조는 5인 미만 사업장과 농업, 양잠, 축산, 수산, 감시 단속 업무(경비원 등) 등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법정근로시간을 적용받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업종을 운영하는 사업주가 근로시간 적용 제외 신청서를 제출해 정부가 승인하면 해당 업종 근로자는 법정근로시간(주당 최대 68시간)을 적용받지 않고, 연장근로에 따른 가산수당 등을 받을 수 없다. 노사정은 이런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근로시간 적용제도 개선 방안을 2016년 5월 말까지 실태조사 등을 통해 마련한다”고 합의했다. 노사정 논의가 빨리 이뤄지면 이르면 2017년부터 이런 업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도 휴일, 가산수당 등을 일반 근로자와 동일하게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 [통상임금]특정시점 재직자만 받는 상여금 미포함 ▼

Q. 정기상여금 외에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임금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A. 근속수당, 부양가족 수와 관계없는 가족수당, 기술수당(자격수당 등) 등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 다만 업무성과급, 경영성과급은 물론이고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되는 상여금, 명절 귀향비, 휴가비, 노후 보장 보험료 등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Q. 우리 회사는 3, 9월에 상여금을 주는데 8월 말에 퇴직하는 사람에게는 5개월 치 상여금을 준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가.

A. 통상임금이다. 매년 정기상여금을 1인당 2400만 원씩 주는 회사가 이를 매달 200만 원씩 나눠 지급한다면 통상임금이다. 6월에 1200만 원, 12월에 1200만 원을 지급하는 회사가 5월에 퇴직한 사람에게 5개월 치(1000만 원)를 준다면 이 역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그러나 같은 조건에서 5개월 치 상여금을 주지 않는 회사의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다.  
▼ [실업급여 인상] 실직후 9개월간 기존 임금의 60% 지급 ▼

Q. 이제는 성과가 낮으면 무조건 해고되는 것인가.

A.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저(低)성과자도 공정한 인사평가를 거쳐야 하고, 평가 결과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들어야 하다. 또 인사 제도를 만들고 시행하는 과정에 근로자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 특히 직무 재배치, 능력 재개발 등의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대법원은 이런 과정 없이 이뤄진 해고는 부당해고라고 판결했다. 노사정이 판례에 입각해 기준과 절차를 만들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성과가 낮다고 무조건 해고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노동계는 희망퇴직 등 사실상 일반해고가 만연해 있기 때문에 제도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Q. 실업급여도 인상된다고 하는데….

A. 현재 실직 전 임금의 50% 수준인 지급액은 60%로, 실직 후 6개월까지 지급하던 지급 기간도 9개월로 늘어난다. 그러나 실업급여는 사용자와 근로자가 직접 부담해 조성한 고용보험기금에서 지급되므로 일반 근로자들의 고용보험료 인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비정규직 기간]35세 이상 근로자가 원할 경우 연장 가능 ▼

Q. 비정규직 고용 기간이 연장된다고 하던데….

A.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노사정은 충분한 논의와 실태조사를 거친 뒤 대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35세 이상 근로자에 한해 근로자 본인이 신청하고, 노조위원장 등 근로자대표의 동의가 있으면 최대 4년(현재 2년)까지 연장이 가능토록 하는 안을 마련했다. 35세 이상 근로자는 기간 연장을 희망하는 경우가 많지만, 청년층은 기간 연장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정규직 전환이 되지 않고 해고됐을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직수당과 퇴직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지만 노동계와 야당의 반대가 거세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Q. 파견 업종이 확대되면 나쁜 일자리가 많아지는 것 아닌가.

A. 그런 우려를 감안해 정부는 현재 32개 업종으로 제한된 파견 허용 대상에 55세 이상 고령자와 전문직만 추가하기로 했다. 장년, 전문직 근로자들이 파견 형태로라도 보다 쉽게 재취업을 하게끔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용접, 주조 등 일부 제조업종도 파견을 허용하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이런 업종은 인력 부족이 심각한 상황인 만큼 고용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파견법 개정 역시 노사정이 일단 충분한 논의를 한 뒤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고, 노동계와 야당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국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 [임금피크제]취업규칙 변경 기준-절차 마련하기로 ▼

Q. 임금피크제는 어떻게 도입하는 것인가.

A.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먼저 노사가 단체협약 합의로 개정해서 도입하면 된다. 노조가 없는 회사는 취업규칙을 개정해야 한다. 이 경우에도 임금피크제가 근로자에게 이익이냐, 불이익이냐가 쟁점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은 근로자 과반수 또는 근로자 대표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다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불이익 변경이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면 노조의 동의 없이도 변경이 가능하다. 노사정은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구체적인 개념 등 취업규칙 변경 요건의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노사정 합의가 이뤄진 만큼 노사가 임금피크제를 합의하는 사업장이 증가하고, 취업규칙 변경을 통한 임금피크제 도입도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Q. 노사정 합의가 이뤄졌으니 개혁은 끝난 것인가.


A. 노사정 합의는 시작에 불과하다. 노사정 합의안은 기본 원칙과 방향, 그리고 핵심 쟁점에 대한 합의만 담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협의와 논의가 필수적이다. 특히 파견, 비정규직 등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은 야당의 협조도 얻어야 한다. 합의 내용을 엄격히 준수하는 것도 당연히 필요하다. 만약 어느 한쪽이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면 노사정 합의는 원천무효가 될 수도 있다. 정부는 합의안을 최대한 존중한 안을 만들어 국회에 상정한 뒤 올해 안에 개정을 모두 끝낸다는 계획이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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