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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北, 대북방송 중단 요구 안먹히자 “관계개선 노력하겠다”

입력 2015-08-24 03:00업데이트 2015-08-2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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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2+2 고위급 접촉/협상 쟁점은]
회담 이틀째 판문점 향하는 남측 대표단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 등 남측 대표단을 태운 승용차가 23일 이틀째 남북 고위급 접촉을 갖기 위해 통일대교를 지나 판문점으로 향하고 있다. 파주=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남북은 22일 오후 6시 반 고위급 접촉을 시작해 다음 날인 23일 오전 4시 15분 정회할 때까지 10시간 가까운 마라톤협상을 벌이고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남북은 이날 오후 3시 반부터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속개한 2차 접촉에서 본격적인 협상 국면에 들어갔지만 줄다리기는 여전히 이어졌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이번 접촉에서 남북은 최근 조성된 사태의 해결 방안과 앞으로의 남북 관계 발전 방안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고 밝혔다. 즉 협상 쟁점은 크게 두 가지라는 뜻이다. 북한의 지뢰 및 포격 도발과 우리 군의 대북 심리전 방송, 나머지는 남북 관계를 둘러싼 다른 현안이다.

○ “지뢰 도발 사과하라” vs “대북 심리전 중단하라”

북한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핵심 목표로 끄집어냈다. 북한 측 대표인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는 “확성기를 통한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단하라”며 “그러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이 불가피하다”는 기존 태도를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측 대표인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은 “대북 심리전 방송은 4일 북한이 저지른 목함지뢰 도발에 대한 정당한 조치”라며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있어야 중단할 수 있다”고 맞받아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실장은 지뢰 도발에 대한 북한의 시인, 사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확약을 요구했다. 이를 통해 군사분계선에서의 도발을 막을 남북 간 군사적 신뢰 조치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황병서와 김양건은 북측이 지뢰 및 포격 도발을 벌이지 않았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그러면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의 책임을 남쪽에 돌리고 남북 양측이 노력해야 한다는 모호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8월 말까지 진행되는 한미 연합 군사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의 중단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 남북 모두 합의점 찾으려는 뜻은 강해

북한은 지뢰 도발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면서도 대북 심리전 방송 중단 목표를 어떻게든 얻어가려 애를 썼다. 김양건은 접촉 도중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단하면 남북 관계 개선의 출로를 찾을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이 심리전을 중지하면 그 반대급부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에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홍용표 장관은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정부의 남북 대화 의지를 설명하면서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이산가족 전면 생사 확인을 위한 남북 간 이산가족 명단 교환, 남북 철도 연결 등 남북 대화와 협력의 문은 언제든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사태 수습을 원한다면 지뢰 및 포격 도발에 대해 먼저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라고 밝혔다. 평행선을 달렸지만 한국 측도 접점을 찾으려는 의지는 강했다.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할 때 군사적 긴장이 계속되는 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 박근혜-김정은 간접 회담

이번 협상은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 컨트롤타워인 김관진 실장과 대북정책 책임자인 홍용표 장관, 북한 군부 1인자인 황병서와 대남·외교정책의 실력자인 김양건 간 2+2 남북 고위급 접촉 형식으로 진행됐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 이외에 이들에게 지시를 내릴 사람이 없다. 그래서 이번 접촉은 사실상 박 대통령과 김정은의 간접 대화 성격을 띠고 있다.

이는 남북 간에 극도로 고조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획기적 정치적 결단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한국으로서는 회담 결과에 따른 여론의 역풍을 박 대통령이 직접 감당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북한은 이번 고위급 접촉을 제의하면서 한국의 협상 대상자로 김관진 실장을 콕 집었다. 통일부 대신 청와대를 겨냥한 것. 대북 심리전 방송 중단이라는 당장의 목표를 달성하고 이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청와대와의 직접 대화가 절박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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