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초원의 법칙, ‘인간의 삶’과 다를 게 없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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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사자 와니니/이현 글·오은화 그림/215쪽·9800원·창비

“제 몫을 해내지 못하는 아이까지 돌볼 수 없어. 한 살이면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야! 마디바의 사자가 될 자격이 없다면 떠나야지! 크하하하항!”(39쪽)

암사자 무리의 대장 마디바의 포효는 단호했습니다. 아프리카 초원에서는 마디바의 아이라는 것만으로 자랑입니다. 주인공 와니니도 그중 하나였죠. 그러나 마디바의 마음이 돌아섰습니다. 와니니는 홀로 무리를 떠나야 했습니다. 다시 돌아온다면, 마디바와 적으로 만나게 될 것입니다.

초원은 무서웠습니다. 와니니는 ‘원숭이에게 조롱당하고 임팔라에게 무시당하는 사자’일 뿐입니다. 하루하루 지친 몸으로 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그렇게 와니니의 생존이 시작되었습니다.

동물이 등장하는 다른 동화들에 비해 동물들의 특성에 맞는 묘사가 압권입니다. 하이에나의 기회주의적 성향, 나무 위 새들의 수다스러움, 수사자들의 공격 본능, 혹멧돼지 웃는 표정 뒤의 잔혹함, 하마의 변덕스러움 등이 이야기 속에 잘 녹아들어, 와니니의 성장을 섬세하게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와니니의 성장은 초원의 법칙을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 법칙이란 게 동물 간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지만 인간의 삶을 돌아보게도 합니다. ‘살아남기 위한 사냥은 죄를 묻지 않았다’라든가 ‘힘 있는 동물은 약속을 지켜야 한다’와 같은 말이 그렇습니다.

와니니는 무리의 우두머리가 되었습니다. 마디바와는 다른 특성을 가진 우두머리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제목 ‘푸른’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습니다. 작가는 ‘푸른’ 초원을 말하고, 저는 청소년의 ‘청’을 말합니다. ‘푸른’이란 말, 여러 가지를 상상하게 합니다.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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