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 건축학부, 전세계가 주목하는 건축 공모전서 우승한 비결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일 15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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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대 건축학부는 국내외 각종 공모전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14 BIM 컴피티션’에 건축공학 전공 학생들은 최우수상을 받았다. 조선대제공
조선대 건축학부는 국내외 각종 공모전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14 BIM 컴피티션’에 건축공학 전공 학생들은 최우수상을 받았다. 조선대제공

올 5월 조선대 건축학부에는 큰 경사가 있었다. 학생들이 세계적인 건축 공모전 중 하나인 ‘테클라 글로벌 BIM 어워드 2014’ 학생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 전 세계 토목 건설업계가 주목하는 BIM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준 주인공은 건축공학을 전공하는 임동영 고범석 장지상 김문섭 씨(25·이상 4학년)와 이소원 씨(3학년). 이들은 ‘이지빌더(EASY Builder)’라는 팀을 꾸려 ‘A. B. 컨스트럭션 프로젝트’를 출품해 베스트 학생 프로젝트상을 받았다.

이지빌더는 지난해 8월 지역 예선에 해당하는 ‘동남아시아 어워드’에 참가해 우수상을 받았다. 그래서 그해 10월 싱가포르 박람회 ‘빌드테크 아시아 2014’ 부스 전시 기회와 테클라 글로벌 어워드 참가 자격을 얻었다. 한 달 후에 열린 본선 대회에서는 포르투갈 인도 등의 학생들이 출품한 6개 작품과 경쟁했다. 이지빌더의 작품은 온라인으로 진행한 투표와 영국 리버풀대 교수, BIM 전문가, 테클라 최고경영자(CEO), 저널리스트 등 심사위원 5명의 심사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 수상작은 85층, 높이 340m에 이르는 초고층 철골 콘크리트 건물을 테클라의 무료 툴(도구)인 ‘BIM사이트’를 활용해 가상 시공한 작품이다. 지진과 강풍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빌딩 중간에 ‘아웃리거’와 ‘벨트 트러스’를 설치했다. 아웃리거와 벨트 트러스는 대나무 줄기를 꽉 잡아주고 강하게 만드는 ‘마디’ 역할을 한다. 최상부에는 건물이 한쪽으로 심하게 쏠리는 것을 막아주는 동조질량감쇠장치(TMD)를 배치했다. 계약 방식 중 하나인 통합발주체계(IPD)를 도입해 설계 변경을 최소화하고 공기를 단축하도록 했다. 대학생 작품이었지만 유수한 건축 구조 설계 회사의 프로젝트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이지빌더 팀장인 임동영 씨는 “상금은 없고 명예만 있는 상이었지만 한국의 건축 설계기술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는 자부심 때문에 뿌듯했다”고 말했다. 건축학부 건축공학 전공 학생들이 2010년부터 국내 구조물 내진설계 경진대회에 출전해 5년 연속 입상하면서 조선대 건축학부는 내진 설계에 강한 학과로 인정받고 있다.

건축학을 전공한 학생들의 실력도 짱짱하다. 구지운 선용원 노석준 씨(이상 4학년), 문흥주 씨(3학년)가 4월 미국의 디자인 건축 회사인 d3가 주최한 국제건축디자인공모전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d3 HOUSING TOMORROW 2015(지속 가능한 미래 주거환경에 대한 건축적 비전 제안)’를 주제로 열린 공모전에서 학생들은 ‘STANDING ON TIPTOE(발끝으로 서다)’라는 작품을 내놨다. 거미가 거미줄을 치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자석의 자성을 이용해 대지의 높낮이에 맞춰 길이가 조절되는 몇 개의 긴 다리 위에 큰 프레임을 만들고 그 위에 누에고치 모양의 집들을 만들었다. 이 집들은 헬기나 크레인으로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 있다. 이 작품은 창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주거 형태를 제시했다는 평을 받았다. 예술 건축 디자인 분야의 통합 작업 플랫폼 형성을 추구해온 d3는 해마다 전 세계 건축가 디자이너 엔지니어 학생을 대상으로 미래 주거 정책에 대한 비전을 공모하고 있다.

‘테클라 글로벌 BIM 어워드 2014’ 학생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한 조선대 건축학부 동아리 ‘이지빌더’ 회원들. 
조선대 제공
‘테클라 글로벌 BIM 어워드 2014’ 학생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한 조선대 건축학부 동아리 ‘이지빌더’ 회원들. 조선대 제공

1952년 개설된 조선대 건축학부는 2002년 건축가를 양성하는 건축학 전공(5년제)과 건축기술자를 양성하는 건축공학 전공(4년제)으로 분리해 국제수준의 교육을 하고 있다. 건축학부는 3년 전 호남 사립대 최초로 한국건축학교육인증원(KAAB)으로부터 건축학교육인증 최고 등급인 ‘5년 인증’을 획득했다. KAAB는 건축학부의 △글로컬 건축학 교육 프로그램 △교수진의 강의 내용 △교육 성과물 등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건축학교육인증제도는 국제건축가연맹(UIA)이 요구하는 건축학교육의 국제적 상호 인정을 위해 도입된 제도. UIA는 1999년 건축 실무 전문성 확보를 위한 국제 권고 기준으로 ‘5년 이상의 교육과 2년 이상의 실무수련’을 제시하고 있다.

KAAB 인증을 받음에 따라 건축학 전공 졸업생들은 3년간의 실무수련을 받으면 예비시험을 거치지 않고 건축사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또 건축학교육 인증 제도를 운용하는 국가·기관 사이에 체결된 ‘캔버라 협약’ 회원국 대학의 학부 졸업생과 동등한 자격으로 해외 대학원 진학도 유리해졌다.

건축학부는 인증을 발판으로 세계 유수 대학들과 상호 교류를 활성화하고 교육 프로그램의 국제화를 꾀함으로써 세계 건축설계시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건축 인재를 양성할 방침이다. 조규만 학부장은 “KAAB 인증 획득으로 조선대가 국제적 수준의 건축학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며 “앞으로도 교육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9년에는 워싱턴 협정에 따라 한국공학교육인증원(ABEEK)이 실시한 심사 평가에서 건축공학 인증도 받아 공학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2013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건축설계 외국어 강의도 글로벌 인재 양성의 발판이다. 영국왕립건축사 자격증이 있는 김경원 교수(건축학 전공)가 2학년 건축설계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고 있고, 해마다 국제건축디자인 영어캠프도 열고 있다.

조선대 건축학부 동아리 학생들이 교내에서 간담회를 갖고 있다. 학부에는 9개의 창업 및 학술 동아리가 있다. 회원들은 협업을 통해 공모전을 휩쓸고 있다. 조선대 제공
조선대 건축학부 동아리 학생들이 교내에서 간담회를 갖고 있다. 학부에는 9개의 창업 및 학술 동아리가 있다. 회원들은 협업을 통해 공모전을 휩쓸고 있다. 조선대 제공

건축학부 학생들이 국내외 공모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창업과 학술 동아리에서 쌓은 실력이 바탕이 됐다. 학부에는 현재 9개 동아리가 있다. 학부생 80%가 가입해 활동 중이다. ‘라 글로벌 BIM 어워드 2014’에서 우승한 ‘이지빌더’의 회원은 20명. 결성 2년 만에 각종 공모전에서 눈부신 성과를 내고 있다. 2013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48시간 가상 BIM 대회’에서는 3등상을 받았다. 한국BIM학회 주최 ‘2013 BIM 컴피티션’에서는 은상과 동상을, ‘2014 BIM 컴피티션’에서는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BIM 분야는 협업이 중요하기 때문에 회원들은 방학 중에 모여 공모전을 준비했다. 해외 웹사이트를 검색해 정보를 얻고 서울에서 열리는 학회나 포럼도 부지런히 쫓아다니며 견문을 넓혔다. 졸업생들은 동아리 후배들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 선후배간 정이 유달리 끈끈해 자체 품평회도 자주 열고 있고, 선배들은 공모전을 앞두고 자문에 응하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

건축학부의 교육목표는 창의적인 건설인재 양성이다. 창의성이 없으면 무한 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쟁력을 갖춘 건축사와 건축기술자를 양성하기 위해 학년별로 특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건축공학 전공의 경우 1학년 때 학생 스스로 문제점을 찾는 방법을 가르친다. 예를 들어 유아용 의자를 만들어 본다거나 지붕 트러스를 파괴하는 실험을 통해 창의적 공학설계의 기초를 익히도록 한다. 2학년 때는 자기 집을 직접 설계하는 실습을 하고, 3학년에 올라가면 3명이 한 팀을 이뤄 건축 설계 모형을 통해 직접 시공을 해본다. 4학년은 캡스톤디자인으로 마무리를 한다. 캡스톤디자인은 현장에서 부딪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작품을 설계 제작하도록 하는 종합설계 교육프로그램이다. 이때 만든 작품이 졸업 논문을 대신한다.

건축학부는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그동안 익힌 실력을 보여주고 이를 취업과 연계시키는 장도 마련해준다. 졸업작품전 프로그램 중 하나인 취업페스티벌이다. 지역의 중견 건설회사 인사 담당자를 초청해 학생들의 졸업 작품을 보여주고 관심이 있는 학생들과 현장 인터뷰를 주선해준다. 지난해 10월 처음 열린 취업페스티벌에서는 건축공학 전공 학생 35명이 취업의 기회를 잡았다. 최재혁 교수(건축공학 전공)는 “건축작품전 행사에 지역 건설업체와 동문회가 함께 참여해 교육과 연구, 산학협력과 취업활동이 동시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교수들의 연구실적도 탁월하다. 6명의 교수들이 매년 SCI급 논문을 3편씩 낸다. 6개 연구실에서 연간 12억 원을 지원받는다. 2012년에는 한국연구재단과 국토해양부, 미래창조과학부 등으로부터 기초연구실 지원사업으로 5년간 25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기로 했다.

조선대 건축학부는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건전MT’로 봉사정신을 배우고 있다. 학생들은 3월 전남 화순에서 하천정화활동과 사랑의 연탄을 배달했다. 조선대제공
조선대 건축학부는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건전MT’로 봉사정신을 배우고 있다. 학생들은 3월 전남 화순에서 하천정화활동과 사랑의 연탄을 배달했다. 조선대제공

건축학부는 얼차려 음주 등으로 얼룩진 MT문화를 바꾸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먹고 마시는 MT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와 함께하며 봉사정신을 배우고 있다. 올 3월 화순금호리조트로 MT를 다녀온 건축학부 학생들은 전남 화순군 동면 자율방범대와 함께 하천 환경정화활동을 벌이고 동면의 소외된 이웃에게 연탄 700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광주=정승호 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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