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피습에도 “같이 가자”는 美 대사, 한미동맹 저력 보여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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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에 대한 테러는 시대착오적 반미(反美)주의자가 저지른 광기의 범죄다. 어제 오전 서울 광화문 한복판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통일과 문화운동가로 알려진 김기종 우리마당 대표가 25cm 길이의 과도로 리퍼트 대사를 공격하는 테러를 자행했다.

현직 미국대사가 동맹국인 한국에서 테러를 당한 것은 처음이어서 한미 양국의 충격은 크다. 그의 반인륜적 범죄행위를 ‘반미 세력’의 미국에 대한 상징적 공격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리퍼트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우려를 표시했고, 미 국무부는 “폭력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중동을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도 “주한 미국대사에 대한 신체적 공격일 뿐만 아니라 한미동맹에 대한 공격으로서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테러를 규탄했다.

김 씨는 범행 현장에서 거듭 “전쟁 훈련 반대”라고 소리쳤고 경찰에 체포된 뒤에는 “미국 놈들 혼내주려고 대사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이념을 위해 남을 해친 이번 테러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야만적 범죄행위다. 2일 시작된 키리졸브에 불만을 품은 그가 북한의 선전선동에 동조해 칼을 휘두른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사건에 대해 “미국을 규탄하는 남녘 민심의 반영이고 항거의 표시”라는 고약한 논평을 했다. 여덟 차례 북한을 방문한 경력이 있는 김 씨가 자발적으로 테러를 한 것인지, 아니면 북한과 연계된 배후세력이 있는지 규명할 필요가 있다.

김 씨는 5년 전 주한 일본대사에게 시멘트 덩어리를 던져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위험인물이다. 어제 행사를 주최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회원이지만 참석 통보를 하지 않아 현장에서 손으로 쓴 이름표를 달고 입장했다. 그를 방치해 테러를 예방하지 못한 것은 경찰의 중대한 실수다. 미 대사관에서 경호 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외교관의 신변 보호는 주재국의 당연한 임무다.

지난해 10월 부임한 리퍼트 대사는 덕수궁 옆 관저에서 세종대로 대사관까지 걸어서 출근하면서 만나는 시민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소탈한 행보를 보였다. 올해 1월 서울에서 태어난 첫아들의 중간 이름을 ‘세준’으로 지었던 그다. 친근하게 우리에게 다가섰던 리퍼트 대사가 습격당한 것에 국민들은 내 이웃의 일처럼 안타까워하고 있다.

일부 외신(外信)은 이번 사건을 보도하면서 “주한미군 주둔이 남북한 통일에 방해가 된다”는 한국 내 좌파의 주장을 언급했다. 미국 내에서 한국에 대한 불만이 커질 수도 있다. 김 씨의 범행 동기와 배후 여부를 철저히 수사해 이번 테러가 한미동맹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수습해야 한다. 리퍼트 대사는 수술을 받은 뒤 트위터에 “잘 있고 상태가 좋다”면서 한미동맹을 상징하는 한글 문구 “같이 갑시다!”로 끝나는 글을 올렸다. 한미 양국은 리퍼트 대사처럼 테러에 의연하게 대응해 한미동맹의 굳건한 저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마크 리퍼트#주한 미국대사#테러#김기종#우리마당#같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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