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점법안 우리에게 맡겨라”… 주도권 선언한 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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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청 첫 정책조정협의회
與 “정부 정책입안부터 공유돼야”… ‘朴대통령 국수 발언’ 유감 표명도
최경환 “아주 유익한 자리였다”… 유승민 “생각의 차이는 있는것”

25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첫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에서 참석자들이 손을 엇갈리게 잡고 단합과 소통을 다짐하고 있다. 왼쪽에서 네 번째부터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유승민 원내대표, 현정택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원유철 정책위의장.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25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첫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에서 참석자들이 손을 엇갈리게 잡고 단합과 소통을 다짐하고 있다. 왼쪽에서 네 번째부터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유승민 원내대표, 현정택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원유철 정책위의장.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박근혜 정부 출범 2주년인 25일, 당정청은 국회 사랑재에서 첫 정책조정협의회를 열었다. 앞으로 정책 입안부터 홍보 및 집행까지 여당이 주도하기로 뜻을 모았다. 집권 3년 차 국정 운영의 무게중심이 청와대에서 ‘여당’으로 넘어가는 상징적 장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중점 법안 협상, 당에 일임하라”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당정청이 공동운명체라는 말을 절감한다. 일방통행 없이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와 정부의 ‘일방통행’식 행보에 경고장을 보낸 것이다.

비공개 회의에선 여당 지도부의 작심 발언이 쏟아졌다. 유 원내대표는 4대 구조개혁과 관련해 “이해당사자들과 협상할 계획을 세우고 어떤 식으로 진행할지 검토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연말정산 파동에 대해선 “봉급생활자들은 세금을 올렸다고 생각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고 한다.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검토 중인 모든 정책이 입안 단계부터 당과 공유돼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한 박 대통령의 ‘불어터진 국수’ 발언에 대해서도 당 지도부는 “그런 표현은 야당과 협상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 청와대 참모진이 대통령을 잘 보좌해 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정부는 ‘중점 법안’ 처리를 요청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비스산업발전법 등 경제활성화법을,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누리과정 재원 확보와 직결되는 지방재정법 개정안 처리를 서둘러 달라고 했다. 유 원내대표는 “중점 법안은 당에 맡겨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쟁점 법안 협상권을 당에 넘기라고 요구한 것.

이날 회의의 의제 선정도 당이 사전에 주도했다는 후문이다. 한 참석자는 “정부 측은 세월호 인양 문제를 공식 안건으로 삼는 데 소극적이었지만 당이 안건으로 추가했다”고 전했다.

○ 당정청 미묘한 신경전

이날 정부와 청와대는 여당 지도부의 요구에 호응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최 부총리는 “정책 추진과 관련해 사전에 당정청이 충분히 논의하고, 당에 도움을 구하겠다”고 밝혔다. 현정택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도 “입법에서 모든 정책이 출발한다”며 “오늘 핵심 수석 3명이 국회로 출동한 것에는 당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박 대통령의 생각도 담겨 있다”고 화답했다.

다만 회동이 끝난 뒤 참석자들의 반응은 온도차가 있었다. 최 부총리는 “아주 유익한 자리였다”고 평가한 반면 유 원내대표는 “서로 생각의 차이는 있는 것”이라고 해 이견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황 부총리는 회의 분위기에 대해 “‘화기애매’했다”고 평가했다. 어정쩡한 분위기였다는 뜻으로 들린다.

당내 일각에선 지도부의 ‘당 중심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친박(친박근혜)계 의원은 “당이 주도하자는 말을 듣고 있으면 좀 답답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의원도 “정책은 ‘디테일’이 중요한데 당이 주도하다 보면 그걸 놓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정청이 주도권 다툼을 할 게 아니라 서로 유기적 협조 시스템을 강화해 국정 운영의 시너지 효과를 높여야 할 때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현수 기자 soof@donga.com
#중점 법안#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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