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수위 높이는 北… 한미훈련 겨냥 “참혹한 종말” 위협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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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은 싸움준비 완성하는 해”… 김정은 군부대 찾아다니며 지시
정부 “장거리 미사일 도발 대비”
당국 접촉 당분간 기대 어려워… 전문가 “특사교환 등 고려할 때”

설을 계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 제안을 거부한 북한이 다음 달 한미군사훈련을 앞두고 본격적인 긴장 국면 조성에 나서고 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11일 ‘특별성명’을 내고 “남조선(한국) 당국이 우리(북) 공화국을 말살하려는 미국의 침략전쟁에 기어코 가담해 나선다면 가장 참혹한 종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어 “조미(북-미) 대결전에 부나비처럼 뛰어든다면 남조선도 미국과 함께 공멸하는 비참한 운명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평통은 이날 성명이 ‘위임’에 의한 것이라고 명시했다. 북한 지도자 김정은의 지시에 따른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김정은은 연일 전면에 나서서 대결을 독려하고 있다. 그는 최근 군부대를 돌며 “올해를 ‘싸움 준비’를 완성하는 해로 만들라”고 직접 독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시작된 동계훈련 기간에 진행된 김정은의 공개 활동 30건 가운데 군부대 방문이 10회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싸움 준비를 완성하라’고 독려하며 체제 결속을 도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미군사훈련 시작 전부터 거친 위협 공세를 펼치는 것은 한미연합훈련을 계기로 군사적 긴장 수위를 고조시켜 나갈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는 “이르면 이달 내 중·장거리 미사일 도발 등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연일 한국 정부는 ‘미국의 추종 세력’이라며 한미연합훈련을 강하게 비방하는 것은 북측이 남북 간 정치군사회담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남북 간 접촉을 할 수 있다고 밝힌 만큼 북측이 정치군사회담을 제안한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북한의 강경한 태도를 보면 당분간 남북 긴장 국면이 쉽사리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남북 대화 전에 5·24 대북 제재 조치를 해제하고,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하라는 등의 다양한 전제조건을 연일 언급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남북대화에 대한 북한 내부 의지나 동력이 그만큼 떨어져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남북 정상회담을 비롯해 남북관계 복원 전반을 논의하는 상호 특사 교환 외에는 현 상황을 타결한 구체적인 방법론이 없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상대방이 수용할 가능성이 희박한 목표에 집착한다면 남북관계는 분단 100년이 지나도 발전하기 힘들다”며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전원의 북한 가족 생사 확인 및 서신 교환과 5·24 조치 해제를 맞교환하는 것도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통일부는 아직은 북한 측의 태도 변화를 더 기다려 보자는 자세다. 통일부 당국자는 12일 북한의 조평통 특별성명 발표에 대해 “왜곡 일색의 발언 행태에 유감을 표한다”며 “민족을 향한 무력 위협을 즉각 중단하고 정부의 대화 제안에 호응해 나올 것을 촉구한다”고 기존 방침을 되풀이했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북한#한미군사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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