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주민 뺀 서울역 고가공원 토론회는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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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반발 부닥친 공공사업 2題]
남대문시장 상인 등 항의에 무산

남대문시장 상인과 인근 지역 주민들이 12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던 전문가 토론회 개최를 막으려 피켓을 들고 단상을 점거하고 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남대문시장 상인과 인근 지역 주민들이 12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던 전문가 토론회 개최를 막으려 피켓을 들고 단상을 점거하고 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 사업이 시작부터 난관에 부닥쳤다. 12일 처음으로 마련된 종합토론회가 주민과 상인들의 반발에 부닥쳐 아예 시작조차 못 했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대회의실. 45년 된 서울역 고가도로(폭 10.3m, 길이 938m)의 공원화 방안을 종합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전문가 토론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서울시 싱크탱크인 서울연구소와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공동 주최로 마련됐다. 서울시 관계자, 대학 교수 등 전문가 10여 명이 참석해 △추진 현황 △공원 건설의 편익 △고가도로 주변 지역 활성화 방안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시작 전부터 공원화에 반대하는 고가도로 근처 주민과 남대문시장 상인 50여 명이 몰려와 토론회 개최를 막았다. 이들은 “주민 참여 없는 토론회는 의미가 없다”며 고성을 지르고 주최 측과 실랑이를 벌였다. 40분 넘게 마찰이 계속되자 김수현 서울연구원장은 결국 ‘토론회 무산’을 선언했다.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에 가장 반대하는 쪽은 남대문시장 상인들이다. 신철원 남대문시장주식회사 상무이사(63)는 “고가도로 보행자가 늘면 시장 방문객도 덩달아 늘어난다는 서울시의 설명은 엉터리다”라며 “시장 방문객의 절반이 차를 타고 오는 상황인데 시장까지 걸어오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공덕동 회현동 등 근처 주민들 역시 “대체 도로 없이 공원이 생기면 낙후된 서울역 일대는 ‘도심 속의 섬’으로 변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시는 고가도로 공원화를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대체 도로 건설에도 부정적이다. 시가 마련한 우회 경로(새문안로 서소문로 백범로 이태원로)를 통해 충분히 교통량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주민 설득 없이 공사를 강행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이건기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주민들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계속 마련해 설득하겠다”며 “주민 의견을 무시하고 ‘선 건설, 후 설득’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 시가 발표한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는 2016년까지 380억 원을 들이는 사업으로 박원순 시장 2기 시정의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다. 폐철로를 활용해 공원으로 만든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파크’를 벤치마킹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서울역#고가공원#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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