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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광화문에서/하태원]유승민의 박근혜 戀情

입력 2015-01-02 03:00업데이트 2015-01-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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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원 정치부 차장
정말이지 감쪽같았다. 대통령선거 승리 2주년 기념일인 지난해 12월 19일의 청와대 만찬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3선(選) 이상 친박 중진 7인만 콕 찍어 비밀회동을 했다.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신 7인회’라는 수군거림도 나온다.

복심(腹心)이라던 이정현 의원도 까맣게 몰랐나 보다. “박근혜의 특징이다. 얼마 전(12월 7일 새누리당 지도부 오찬을 의미)에 하지 않았나. 승리에 도취된 것처럼 보이고 대선 패자 지지자들 마음을 상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이게 박근혜다운 정치인 것이다”라고 했다.

‘대선 승리 2주년인데 특별한 일정이 없는 것 같다’는 질문에 대한 답이 그랬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비서실장인 김학용 의원도 “19일 일정이 없다. 나도 신기하더라. (정윤회 문건 파동 등) 상황이 그래서 그런 거지 뭐…”라고 했다.

명색이 대선 승리 2주년 만찬인데 당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이었고 이제는 여당 대표인 김무성을 따돌린 것은 너무했다는 지적이 많다. 그래도 원조 친박이자 국정운영의 한 축에 대한 예의도 아닌 것 같다. 이러니 친박이 옹졸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이던 2005년 비서실장을 지낸, 구(舊)친박이지만 이젠 몸도 마음도 멀어진 것처럼 보이는 유승민 의원의 반응이 궁금해 의원회관을 찾았다. 하지만 박 대통령 1호 인사였던 윤창중에 대해 “너무 극우다. 당장 사퇴하라”고 직격탄을 날렸고, ‘문고리 3인방’을 “청와대 얼라들…”이라고 했던 호연지기는 드러내지 않았다.

그 대신 “박 대통령이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한 일이라면 굳이 트집 잡을 일도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다. 하기야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었을 ‘무대’조차 “허허…” 하고 웃어넘기는 판이니 유승민이 핏대를 세울 계제는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원내대표 출사표를 던진 유 의원은 오히려 “난 박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인간적 신의는 절대로 버리지 않을 것이다. 내가 하는 쓴소리는 박 대통령 잘되라고 하는 충언”이라고 했다. 자신의 진심을 친박 핵심들이 왜곡하고 있는 것 같다는 푸념도 했다.

당내외 표심잡기 행보에 나선 유 의원이 박 대통령에 대한 연정(戀情)을 다시 표시하고 나선 것은 경쟁후보인 이주영 의원의 뼈아픈 과거에 대한 학습효과일 수도 있다. 2012년 이한구, 2013년 최경환에게 거푸 패했고, 2014년에는 이완구 추대로 뜻을 이루지 못한 이주영의 운명은 결국 ‘박심’이 쥐락펴락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30일 ‘국가경쟁력강화포럼’ 자리에 참석해 친박계의 박 대통령 충성맹세에 적극 가담한 이 의원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새누리당 한 중진의원은 대통령과 의원들의 비공개 모임이 최소 4, 5차례 있었다고 전하면서도 “초청 대상은 청와대가 ‘믿을 만하다’고 본 의원”이라고 했다. 중진 7인 만찬은 물론이고 초재선 의원들과의 면담 역시 대통령 잘 모시겠다고 다짐하는 사람들만 골라서는 희망이 없다. 이 지적이 사실이라면 집권 3년 차를 맞는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 방식을 바꿔 적극적인 소통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소통을 잘했다고 평가받는 전직 미국 대통령들이 자기 업무시간의 70% 이상을 야당 인사들을 만나는 데 썼다는 이야기는 비현실적 훈수로 들린다. 계파 불문하고 여당 의원들이라도 폭넓게 만나면 어떨까. 유승민도 마지막으로 박 대통령 만난 게 ‘하아안∼참 전’이라고 하지 않나. 물론 덕담하고 사진만 찍고 나오는 의원은 사절!

하태원 정치부 차장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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