傳記로 되살아난 ‘해봤어?’ 정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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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 회장 탄생 100주년 맞아
전경련 ‘이봐 해봤어…’ 출간, 중동진출-올림픽 등 뒷얘기 담아

“돈을 벌려면 세계의 돈이 몰리는 곳으로 가야 돼!”

국제 유가가 5배 이상 뛰는 등 석유 파동으로 한국 경제가 위기에 처했던 1974년. 정부 외환보유액이 3000만 달러 수준이던 당시 현대그룹 창업주인 정주영 회장은 ‘중동 진출’이라는 출사표를 냈다. 하지만 당시 그룹의 2인자이자 정 회장의 동생인 정인영 부회장(전 한라그룹 명예회장·2006년 별세)조차 “불가능하다”고 말릴 정도로 무모해 보이는 도전이었다. 정 부회장은 당시 현대건설 사장이던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회장님의 중동 진출을 반드시 반대해야 한다”며 협박에 가까운 부탁을 할 정도였다.

그러나 정 회장은 정 부회장을 현대양행(두산중공업의 전신)으로 보내고 “모르는 부분은 배우면서 해나가면 된다”는 신념으로 중동에 진출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현대건설의 중동 진출 첫해인 1975년 1억3000만 달러로 늘었고 다음 해에는 9억3000만 달러가 됐다.

정 회장 탄생 100주년이 되는 2015년을 맞아 ‘이봐 해봤어: 세기의 도전자, 위기의 승부사 정주영’(사진)이 발간됐다. 저자인 박정웅 씨는 1974∼1988년 전국경제인연합회에 근무하면서 정 회장을 최측근에서 보좌했다. 정 회장은 1977년부터 1987년까지 전경련 회장을 지냈다. 이 책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의 일화 등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도 곳곳에 소개됐다.

88 서울 올림픽 유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정 회장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 전 전 대통령은 그에게 경제장관들에 대한 평가를 물었을 정도로 그를 신뢰했다. 유창순 전 국무총리는 “정 회장이 나를 전 전 대통령에게 천거해 국무총리를 하게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 경제계의 맞수였던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과의 갈등과 화해에 얽힌 이야기도 담겨 있다. 1986년 8월 이 회장은 정 회장의 고희연에 불편한 몸을 이끌고 참석해 백자를 선물하면서 둘 사이 해묵은 감정의 앙금을 씻어냈다고 저자는 회고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해봤어#정주영#10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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