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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책의 향기]음모론 사회에선 두 진영만 존재… 적군과 아군

입력 2014-12-13 03:00업데이트 2014-12-13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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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의 시대/전상진 지음/246쪽·1만3000원/문학과지성사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일본 재특회. 이들은 힘든 삶이 재일 한국인과 외국인 탓이라는 음모론에 사로잡혀있다. 동아일보DB
“한 사회에서 음모론이 유행하고 음모론이란 딱지가 횡행한다는 것은 그 사회가 위기에 처했음을 보여주는 징후다.”

말 그대로 ‘음모론의 시대’다. 2008년 광우병부터 천안함 폭침, 디도스 공격, 최근의 세월호 참사까지 대형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음모론이 제기된다. 저자인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음모론의 정의부터 유형, 정치적 효과와 여파까지 분석했다.

음모론은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통치의 음모론과 저항의 음모론으로 나뉜다. 통치의 음모론은 말 그대로 기득권자의 음모론이다. 나치가 유대인 박해를 통해 그랬듯 자신의 책임을 음모 집단에 전가해 통치를 수월하게 만드는 것이다. 저항의 음모론은 무기력하게 고통 받는 소수자, 약자들에게 그 고통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공하는 일종의 대항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저항의 음모론에는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동력이 내재돼 있지만 동시에 “이상한 것에 우리를 몰두하게 만듦으로써 진정 필요한 실제적 탐구와 정치적 행동을 방해”하기도 한다. 현대 정치에서 자주 목격되는, 서민이 우파 기득권을 지지하는 현상은 저항의 음모론이 통치를 위해 활용된 결과다. 기득권자는 서민의 적으로 이민자나 범죄자, 관료, 사회적 엘리트 등을 호명하고 자신과 서민이 함께 박해받고 있다고 선전한다. 자신은 희생자로 만들어 지지자를 끌어모으면서 상대는 악마로 만들어 제거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음모론은 이해하기 쉽고 또 흥미롭지만 그만큼 큰 대가를 치르도록 만든다. 서민들이 음모론에 경도될수록 가상의 적은 더욱 강력한 것이 되고 현실을 바꿀 수 없다는 무력감만 더 커진다. 대화와 합의가 아니라 상대를 제거해야만 내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악마적 관점’으로 사회를 인식하게 된다. 그 대신 통치자와 기득권층은 쉽게 책임을 피해 간다. 책임지지 않는 권력이 탄생하는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음모론은 기본적으로 올바른 질문을 제기한다.” 음모론 속에는 그 사회가 겪고 있는 고통과 곤경이 드러난다. “그러나 음모론의 답변은 잘못된 것이다.” 음모론은 상상적 해결책일 뿐 진짜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음모론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가 열정과 책임감, 균형감각을 지녀야 한다는 결론은 다소 힘이 빠진다. 분명 한국 사회에 관한 책인데도 사례들은 대부분 외국의 것이어서 ‘위험을 슬쩍 피해 갔다’는 ‘음모론’(?)도 제기된다. 하지만 학계에서 “치명적인 위험물질”처럼 여기는 음모론을 정면으로 다뤄 유효한 분석을 내놨다는 점에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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