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촉비 대신 내라” 90% 떠넘겨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3일 03시 00분


정부가 칼빼든 ‘홈쇼핑 甲질’

유통업계는 산업계에서도 ‘갑의 횡포’가 가장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2일 정홍원 국무총리가 중소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TV홈쇼핑과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특히 TV홈쇼핑은 ‘불공정 거래의 종합선물세트’로 불릴 정도로 납품 관련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

○ 불공정 거래의 대명사

지난달 나온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는 국내 6개 TV홈쇼핑 업체의 ‘갑질’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현행법상 납품업체는 50%를 초과하는 판촉비용을 분담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홈쇼핑 업체 상당수는 자동응답전화(ARS) 할인 등 판촉비용의 최대 90%까지를 납품업체가 부담하도록 했다. 납품 수량을 일방적으로 줄이는 일도 다반사다. 이 조사 후 공정거래위원회는 모든 TV홈쇼핑 업체에 대해 내년 초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제재를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납품 업체가 TV홈쇼핑에 내는 송출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통상 홈쇼핑 회사는 납품 업체가 판매한 금액의 43%를 떼어간다.

TV홈쇼핑 업계에서 대형 납품 비리와 불공정 거래가 횡행하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홈쇼핑은 허가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채널 수가 한정돼 있다. 납품 업체들의 진입 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는 만큼 TV홈쇼핑 업체가 자연스럽게 ‘슈퍼 갑’이 된다. 현용진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문제가 있는 홈쇼핑 업체는 퇴출시키고 새로운 사업자의 진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숨어 있는 불합리한 관행에도 불만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중소기업인들은 대기업의 불공정 관행에 대해서도 불만을 쏟아냈다. 인력 파견 업체 ‘에스지커리어’ 반선주 본부장은 “대기업에 파견된 중소기업 근로자의 산업재해 등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문제가 생기면 대기업은 파견 업체에만 책임을 전가한다”고 지적했다. 정 총리를 수행한 심경우 고용노동부 기획조정실장은 “근로자 파견계약 모범 기준을 내년 말까지 마련하겠다”고 답변했다.

법적 근거는 있지만 실제로는 법을 따르지 않는 ‘숨어 있는’ 불합리한 관행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현행법상 예비창업자나 창업 후 3년 이내의 기업은 모두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일부 창업보육센터는 개인 사업자의 입주를 제한하는 것이 현실이다. 택배조회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한 ‘스윗트래커’ 김영준 대표는 “개인 기업 입주를 제한하는 것은 관리를 쉽게 하려는 행정 편의주의”라고 따졌다.

정 총리와 함께 간담회에 나온 최수규 중소기업청 차장은 “전국 창업보육센터의 입주자 현황에 대해 전면적인 실태를 조사해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주성원 swon@donga.com·김호경 기자
#판촉비#홈쇼핑#불공정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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