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동서남북]취소된 경제자유구역… 피해는 주민 몫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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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훈·사회부
지명훈·사회부
‘황해경제자유구역’의 충남지구 개발사업이 5일 0시에 문을 닫았다. 환황해권 중심지 도약의 꿈도 주저앉았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4일 기자회견을 열어 황해경제자유구역 충남지구 해제 방침을 발표했다. 사업을 접은 곳은 당진의 송악·석문지구와 아산 인주지구다. 이에 따라 경기도와 공동으로 세운 황해경제자유구역청은 경기도 사업소로 축소돼 구역 내 평택·포승지구 개발만 추진한다.

안 지사는 “해당 지역주민들이 6년여 동안 재산권 행사도 못하는 피해를 감수하며 기다려 줬는데도 임무를 완수하지 못해 죄송하다. 적지 않은 재원과 인력을 쏟아 붓고도 과제를 성공시키지 못한 것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황해경제자유구역 운영에서 충남도는 무능과 난맥상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그동안 국내 50개 대기업과 9개 공기업을 대상으로 투자 의향을 조사했다지만 결국 단 한 건의 투자 유치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충남도는 부동산 경기 침체 등 대내외 여건이 불리했다는 입장이지만 투자 여건을 높이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업계의 조언을 얼마나 귀담아 들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충남도는 중국 기업인들이 투자를 약속한 것처럼 위조해 제출한 유모 씨의 투자확약서를 믿고 최종 사업시행자 선정을 여러 차례 미루기도 했다. 투자확약서 위조 사실은 충남도가 아닌 주민들에 의해 확인됐고 유 씨는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이런 사이 해당지역 주민들의 피해와 불만은 커져만 갔다. 대부분이 사유지인 송악지구 부곡리 일원은 그렇지 않아도 2003년부터 당진테크노폴리스 개발 등으로 재산권을 제한받아온 터라 경제자유구역으로 편입돼 피해가 더욱 커졌다. 이들 지역 주민들은 “민선 5기 안 지사 재임 내내 투자자 유치가 불가능해 보이는 만큼 사업을 접고 지구지정을 해제하라고 요구했지만 차일피일 결정을 미뤄왔다”고 주장했다.

안 지사는 이날 회견에서 “경제자유구역 해제가 충남 경제 산업의 미래에 장애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는 민선 6기에 서해안을 대중국 교역의 전진기지로 조성하는 내용의 환황해권 구상을 밝혔다. 황해경제자유구역의 목표와 그다지 다를 바 없는 이 구상을 실현하려면 그동안 깊어진 주민 불신부터 해소해야 할 것 같다.

지명훈·사회부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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