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후보자 “경제상황, 日 잃어버린 20년과 비슷”… 성장률 하향 공식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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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 2기 내각 인사청문회]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

“부동산 대출 규제, 실수요자 중심 완화”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주택 가격 관련 자료를 보여주며 부동산 시장 정상화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부동산 대출 규제, 실수요자 중심 완화”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주택 가격 관련 자료를 보여주며 부동산 시장 정상화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기업의 투자와 배당 등을 통해 (기업 소득이) 가계 쪽으로 흐르게 하겠다”라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늘어난 수출로 거둔 이익을 현금으로 쌓아 둔 대기업들이 투자, 배당을 확대하도록 유도해 침체된 내수경기를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최 후보자는 또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겠다는 뜻을 밝히고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적극적인 경기부양안을 동원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 투자, 배당 확대로 경기 살린다


최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내수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기업들이 투자와 배당을 늘리는 것을 독려하도록 세제 개편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글로벌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 사내에 현금을 묵혀두고 있는 기업들이 배당을 늘리거나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아 나서면 전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최 후보자는 “가계 부채 문제나 내수 부진은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늘리지 않고는 (해결하기) 어렵다”며 “기업의 파이도 키워야겠지만 기업의 투자와 배당, 임금 분배 등을 통해 (사내 유보금이) 가계 쪽으로 흐를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올해 1월 현재 공기업을 포함한 전체 기업이 내부에 보유한 현금은 503조 원으로 정부 예산(358조 원)의 1.4배에 이르는 상황이다. 하지만 2005∼2011년 기준 국내 상장기업의 현금배당비율은 22%로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 평균(49%)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에 따라 기재부는 다음 달 초 발표할 세법 개정안을 통해 배당을 늘리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거나 배당을 지나치게 적게 하는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또 현금성 자산을 활용해 투자를 하는 기업에는 세금공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거론된다. 기업들의 투자를 독려해 일자리를 확대하고 배당을 유도해 ‘가계소득 증가→민간 소비 확대→재정 확충→경제 성장’으로 이어지는 경제의 선순환 고리를 회복시킨다는 복안이다.

○ “한국 경제, 일본 닮아가”


최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한국 경제의 현 상황을 장기 침체 당시 일본과 비교하며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방침을 공식화했다. 그는 “한국 경제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나타나고 있는 저성장과 저물가, 과도한 경상수지 등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때 나타났던 전형적인 현상”이라며 “성장률이 축소지향적 균형으로 가서는 고령화와 통일을 대비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올해 경제 성장 전망에 대해 “정부가 3.9% 성장률 전망을 제시했는데 아마도 하향 조정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최 후보자는 이처럼 경기 상황이 심각하다는 진단과 함께 이르면 다음 주에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대규모 재정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현재 경제 상황만 감안하면 추경을 하고도 남을 상황”이라며 “다만 경기 상황과 법적 요건, 재원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신중히 판단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나름의 복안이 있다”며 “당면한 경제 현안과 어려운 서민을 돕기 위한 계획을 취임 후 열흘 이내에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의 키를 쥐고 있는 한국은행과의 정책 조율을 강화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그는 또 경기 침체에 따른 세수(稅收) 부족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소간의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으나 “법인세나 부가가치세 인상 계획은 없다”며 증세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 자녀 취업 특혜 의혹 놓고 설전

최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구상을 내놨다.

그는 “실수요자들이 비은행권 대신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구조를 바꾸려는 것”이라며 “은행권과 비은행권, 지역 간 다른 대출 한도를 합리화하고 부담 능력별로 한도를 차등화하는 세 가지 축을 놓고 관계 기관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LTV, DTI 규제 완화는 은행과 비은행권, 수도권과 지방 간 LTV 한도 차이를 좁히고 소득이 충분한 젊은층을 중심으로 DTI 한도를 높여주는 방식으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현재 LTV 규제는 은행에서는 수도권에서 집값의 50%, 지방 60%가 적용되고 있지만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에서는 각각 수도권에서 60%, 지방 7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최 후보자는 또 청문회에서 삼성전자와 골드만삭스에 재직 중인 두 자녀가 입사 특혜를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아버지가 공직자라고 해서) 정당한 절차를 거친 자녀의 취업을 막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아들이 징병검사에서 5등급을 받아 병역을 면제받은 것과 관련해 최 후보자는 서면답변을 통해 “만성폐쇄성 폐질환으로 병역법에 따라 제2국민역 처분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당 의원들은 최 후보자가 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에게 2000만 원이 넘는 정치 후원금을 받은 부분도 집중 추궁했다. 최 후보자는 “안 사장은 대학 시절 선배”라며 “후배가 정치 잘하라고 한 달에 30만 원씩 순수한 뜻으로 (후원금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문병기 weappon@donga.com   
세종=김준일기자 jikim@donga.com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최경환 인사청문회#경제부총리 후보자#2기 내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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