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본의 북한 독자 교섭은 북핵 국제공조에 균열 부를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31일 03시 00분


북한이 일본인 납치 문제를 전면 재조사하고, 일본은 독자적인 대북 제재를 풀기로 전격 합의했다. 일본이 자국 내에서 관심이 높은 납북자 문제의 해결에 나선 것은 일면 이해가 가지만 미묘한 시기에 예사롭지 않은 합의를 한 셈이다. 북한은 4차 핵실험을 언제든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일본이 발표 직전에야 한국 정부에 이 사실을 통보한 것도 유감스럽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이 강화되자 급기야 일본을 통해 활로를 찾으려는 듯하다. 일본은 한국 중국과의 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납북자 문제를 통해 아베 신조 정권의 지지도를 높이고,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동력을 얻으려 할 것이다. 김정은과 아베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속셈으로 손을 잡은 형국이다. 한국과 껄끄러운 관계에 빠진 두 나라가 이번 합의를 통해 한국에 우회적인 영향력을 얻으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일본은 북한의 2006년 1차 핵실험과 2009년 2차 핵실험을 계기로 유엔과 별개로 독자적인 대북 제재를 취했다. 또 북한의 위협을 군사적 대응 능력을 키우는 핑계로 삼았다. 따라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여전한데도 일본이 대북 제재를 돌연 완화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일본은 북의 추가 핵실험을 막으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을 저해하지 않도록 투명하고 신중하게 대북 접근을 해야 한다. 인도적 차원에서 납북자 문제를 풀려는 것이라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도 적극 나서는 게 도리다.

북한이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드레스덴에서 밝힌 인도적 지원은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 거부하면서 ‘백년 숙적’이라고 비난하던 일본에 손을 벌리는 것도 딱하다. 북이 국군포로와 이산가족 문제에 성의를 보인다면 한국의 지원을 얻고, 남북 간 신뢰를 쌓을 수 있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도 결국은 핵을 포기해야만 가능하다. 핵과 경제 병진은 비현실적인 목표다.

박근혜 정부의 외교는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동북아시아에서는 미국 일본에 맞서 중국 러시아가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고, 한국은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 참여 문제로 미국과 중국 양측으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 공석 중인 대통령국가안보실장과 국가정보원장에 적임자를 앉혀 소용돌이치는 국제 정세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북한#일본인 납치#대북#북핵#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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