쩍 갈라진 외벽-복도… 지진땐 붕괴확률 일반건물의 5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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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안전 긴급 점검]
1966년 지은 초등학교 안전상태, 전문가와 점검해보니

본보 취재팀은 8일 오후 서울 A초등학교를 전문가와 함께 찾았다. 건물 상태와 취약한 안전 상태가 어떤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신축한 지 40년이 넘은 노후 건물은 육안으로도 벽과 복도 등 곳곳에 금이 간 것이 보일 정도로 상태가 나빴다. 건물뿐만이 아니었다. 각종 안전 교육은 부실했고 학교 밖에서도 학생들이 차량과 뒤섞여 귀가하는 등 위험천만한 상황을 볼 수 있었다.

○ 갈라지고, 일어나고

정문을 지나 운동장으로 들어서니 본관 건물이 보였다. 1966년에 지어진 건물의 외벽은 얼핏 보아도 균열이 발견되는 등 심하게 낡은 상태. 특히 균열은 창문과 출입구 주위 벽을 중심으로 여러 곳에서 보였다. 취재진과 동행한 김홍곤 서울시교육청 시설개발담당 주무관은 “비용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개축을 해야 하는데 금이 간 곳만 군데군데 보수하는 식으로 땜질식 처방만 하니 학교가 만신창이가 됐다”고 말했다.

이 학교 건물들은 건물도 노후한 데다 내진 시설이 전혀 없어 지진에도 취약한 상태다. 지난해 기준 서울 시내 2900여 개 학교 건물 가운데 내진설계를 했거나 내진 보강 공사를 거친 건물은 24%에 불과했다. 시교육청은 올해 37개 학교 건물에 내진 보강 공사를 하겠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예산이 대폭 삭감되어 현재 절반도 진행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본관 건물 안 복도 바닥도 곳곳이 심하게 갈라져 있었다. 외관도 흉하지만 진짜 문제는 안전성. 안전성이 입증된 일반적인 건물 상태보다 최고 5배는 더 붕괴 위험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건물 바닥재는 인조석으로 최근 짓는 건물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재료다. 어린이가 바닥에 넘어질 경우 충격을 완화하지 못해 심하게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복도 창문 곳곳엔 추락 방지 안전봉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그나마 교실 창문에 설치된 안전봉의 경우도 사용한 지 오래돼 약간만 힘을 줘도 흔들릴 만큼 접속이 불량한 것들이 많았다.

본관에서 운동장으로 가는 길에 놓인 대형 철제 발판은 부식 상태가 심각해 거칠거칠한 얼굴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 학교 5학년 이모 군은 “발판에 걸려 넘어져 무릎을 다친 학생이 몇 명 된다”고 했다.

○ 안전교육도 부실

소방시설의 경우 외부 용역을 통해 꾸준히 정기점검을 하고 있었다. 또 규정 면적마다 소화기도 비치돼 있었다. 하지만 펌프 진동을 흡수하는 방진가대에 녹이 슬어 있는 등 교체 시기가 지난 장비가 일부 눈에 띄었다. 김 주무관은 “요즘 건물에는 설계 단계부터 스프링클러를 설치한다. 낡은 건물이다 보니 스프링클러가 없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A초교의 안전 문제는 단지 시설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안전 교육 역시 부실했다. 반복 실습으로 위기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을 길러줘야 하지만 교육이 충분하지 않았다. 이 학교 6학년 B 군은 “응급심폐소생술은 지난해 봄 보건실에서 실습 인형을 가지고 1시간가량 해본 게 전부”라고 말했다.

취재진과 만난 학생들은 대체로 안전·재난교육을 1년에 2, 3번 받았다고 전했다. 현행 아동복지법 시행령에 따르면 학교는 안전·재난교육을 연간 최소 6시간 실시해야 한다. 이 학교 학생 12명에게 물었더니 소화기를 사용할 줄 안다는 학생은 불과 3명. 5학년 C 양은 “소화기 사용법은 보건 교과서에서 이론으로만 공부했다”고 밝혔다.

재난대피훈련 및 소방훈련도 매뉴얼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최소한 1년에 두 번 이상은 실시해야 하는 게 원칙이지만 한 번에 그쳤다. 이에 대해 이 학교 관계자는 “그래도 우리 학교는 사이렌 소리에 맞춰 책상 밑에 숨었다 운동장으로 나오는 등 훈련답게 한 편”이라며 “다른 학교들은 시늉만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전주영 기자
#초등학교#학교 안전#지진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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