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 같은 43분을 그냥 버렸다

동아일보 입력 2014-04-21 03:00수정 2014-04-21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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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진도관제센터 31분간 교신’서 드러나
“빨리 밖에 나가서 승객들 구하라” 지시 뭉개
선장-승무원, 안전한 브리지 머물다 먼저 탈출
구조팀, 선체 진입해 시신 19구 수습… 안산-진도 특별재난지역 선포
16일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는 승객을 빨리 탈출시키라는 진도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VTS)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선장과 승무원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몰라 조타실이 있는 ‘브리지(선교)’에 모여 허둥대고 있다가 인명 피해가 커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전남 진도군청에 있는 범정부 사고대책본부가 20일 공개한 세월호와 진도VTS 간 교신 내용 녹취록에서 드러났다. 교신 녹취록을 보면 진도VTS는 오전 9시 7분 세월호와 첫 교신을 했다. 이후 오전 9시 38분까지 31분간 27차례 교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첫 교신에서 세월호는 “지금 배가 침몰하고 있다”고 보고했고 7분 후 진도VTS가 탈출이 가능하냐고 묻자 세월호는 “배가 많이 기울어서 탈출이 불가능하다”고 응답했다.

오전 9시 17분에는 “선원들도 브리지에 모여서 움직일 수 없는 상태”라며 선장과 승무원들이 브리지에 모여 외부의 구조만 기다렸을 뿐 자체적으로 승객 구호 조치에 나서지 않았던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오전 9시 23분 진도VTS가 “방송을 해서 승객들에게 구명동의를 입도록 하라”고 지시하자 세월호는 “방송도 불가능한 상태”라고 보고했다. 1분 후 진도VTS가 “방송이 안 되더라도 최대한 나가서 승객들에게 구명동의와 두껍게 옷을 입히라”고 지시했지만 세월호는 “탈출시키면 구조가 바로 되겠나”라고 되물었다. 이에 진도VTS는 “라이프링(구명튜브)이라도 착용시키고 띄워라. 빨리!”라고 다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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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25분 진도VTS는 “선장이 직접 판단해서 빨리 인명 탈출시킬지 결정하라”고 거듭 승객을 탈출시킬 것을 지시했지만 세월호는 1분 후 “그게 아니고 지금 탈출하면 바로 구조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세월호가 “경비정은 언제 오느냐. 바로 구조가 되느냐”는 대답만 반복하는 사이 진도VTS는 세월호 주변을 운항하던 다른 선박 4척에 실려 있는 구명정과 라이프링을 전부 바다로 투하해 세월호 승객들이 탈출하면 곧바로 구조할 수 있도록 협조를 당부했다. 오전 9시 38분 배가 왼쪽으로 60도 기울었다는 세월호의 보고를 마지막으로 진도VTS와 세월호 간 교신이 끊겼다. 한시가 다급한 상황에 제주VTS에 첫 조난 신고를 한 오전 8시 55분 이후 금쪽 같은 43분간을 허비한 채 선실에 남아 있는 승객들을 뒤로하고 자신들만 탈출한 셈이다.

세월호와 진도VTS의 교신은 제주VTS에 첫 조난 신고를 한 시간보다 12분 늦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VTS는 세월호 신고를 받고 사고 지점과 18km 떨어진 진도VTS에 연락을 했다. 진도VTS와 교신한 사람은 선장 이준석 씨(69·구속)가 아닌 2등 항해사 김모 씨(47)로 알려졌다.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생존한 선박직 승무원 등 40여 명을 출국금지하고, 승무원들의 카카오톡 계정을 압수수색해 사고 당시 이들이 어떤 얘기를 주고받았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민관군합동구조팀은 선체 진입에 성공하면서 실종자 수색 및 구조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구조팀은 19일 선체 4층 격실 내부에 처음으로 진입해 시신 3구를 수습한 데 이어 20일 시신 16구를 추가로 수습했다. 또 해상에 떠오른 6구도 인양했다. 21일 0시 30분 현재 사망자는 58명으로 늘었고 실종자는 244명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20일 박근혜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경기 안산시와 전남 진도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특별재난지역은 대형 사고나 재난을 당해 정부 차원의 사고 수습이 필요한 지역에 선포된다.

목포=정승호 shjung@donga.com·장관석 기자

진도=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세월호 침몰#진도관제센터 교신#특별재난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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