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업금고에서 잠자는 뭉칫돈… 시장 끌어내 경제활력 살리기

동아일보 입력 2014-04-03 03:00수정 2014-04-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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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현금투자땐 세제혜택
정부가 기업 내부에 잠겨 있는 현금을 시장으로 끌어내려는 것은 재정이 부족하고 가계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상황에서 기업이 시중자금을 늘릴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 내부에 현금을 쌓아온 기업들이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아 나서거나 배당을 늘리면 전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 현재 공기업을 포함한 전체 기업이 내부에 보유한 현금은 503조 원으로 지난해 1월보다 27조 원가량 늘었다. 올해 정부 예산(358조 원)의 1.4배에 해당하는 자금이 기업 내부에 잠겨 있는 셈이다. 현금보유량이 특히 많은 30대 그룹만 보면 그룹 계열 171개 상장회사의 현금과 단기금융상품 예치금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58조 원에 이른다. 이처럼 기업이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것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일본의 엔화 약세 정책 등으로 경기를 예측하기 힘들다고 보고 투자를 하기보다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는 데 주력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같은 기업의 과도한 현금 보유전략 때문에 투자가 줄어 국가 경쟁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기업의 현금을 밖으로 빼내는 방법으로 현금으로 투자를 하도록 장려하거나 배당을 하도록 유도하는 2가지 정책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

현금성 자산을 활용해 투자를 할 때 투자세액공제율을 1%포인트 안팎 높여주는 방안은 ‘기업 투자 확대→일자리 증가→가계소득 확대→재정 확충→경제 성장’이라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 수 있는 점에서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다만 돈에 ‘꼬리표’가 없는 만큼 투자 재원의 성격을 검증하는 문제가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기업이 차입금으로 투자를 해놓고 현금성 자산규모를 줄인 대차대조표를 작성할 경우 이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 정부 당국자는 “정책의 방향은 맞지만 구체적인 실행방법에 대해서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올해 세제개편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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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유도 정책은 현금을 사용한 투자우대 정책보다 순위에서 밀려 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 주주 비중이 32%나 되는 상황에서 배당을 늘리면 국부유출 논란이 제기될 수 있고, 배당 확대의 혜택을 받을 고소득층이 늘어난 배당금을 소비하지 않고 다시 쌓아둘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럼에도 국내 기업의 당기순이익 대비 현금배당비율이 크게 낮은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정도로 배당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2005∼2011년 기준 국내 상장기업의 현금배당비율은 22%로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 평균(49%)의 절반에 못 미쳤다.

이 같은 세금공제나 배당유도 정책은 전기전자 및 자동차 관련 업체, 일부 대기업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제조업체와 중소기업은 지난해 실적이 부진한 편이어서 현금 보유량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국책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현재 기업들 사이에서는 불확실성 때문에 아무도 먼저 투자를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는 상태”라며 “정책을 통해 투자의 물꼬가 터지면 기업들의 자발적인 투자가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기업보유현금#기업금고#세제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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