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vs 구리 8억7900만원 세기의 대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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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 바둑영웅, 26일 中 10번기 첫 대국

손잡은 韓中 라이벌 이세돌 9단(왼쪽)과 구리 9단이 지난해 11월 10번기가 확정된 뒤 선전을 다짐하며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 이세돌은 “그를 만나면 설레고 기쁘다”고, 구리는 “이세돌과는 60세까지 100판을 두고 싶다”고 말한다. 한국기원 제공
손잡은 韓中 라이벌 이세돌 9단(왼쪽)과 구리 9단이 지난해 11월 10번기가 확정된 뒤 선전을 다짐하며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 이세돌은 “그를 만나면 설레고 기쁘다”고, 구리는 “이세돌과는 60세까지 100판을 두고 싶다”고 말한다. 한국기원 제공
둘은 라이벌이지만 친구다. 10년 이상 최고 자리를 놓고 34차례 싸우면서 이제는 지음(知音)이 됐다. 종종 술도 함께 마신다. 1983년생 동갑 이세돌 9단과 구리 9단. 이제 30세를 넘기며 절정에서 조금 비켜났지만 또다시 피할 수 없는 승부 앞에 마주 섰다. 바로 10번기(十番棋)다. 26일 중국 베이징(北京) 1국을 시작으로 매달 중국 전역을 돌며 겨룬다. 4국은 한국서 열린다. 승자 독식. 먼저 6승을 거두는 기사가 500만 위안(약 8억7900만 원)을 가져간다. 지는 사람은 여비 조로 20만 위안(약 3500만 원)만 받는다.

두 기사의 첫 대결은 2004년 6월 구이저우(貴州) 성에서 열린 갑조리그에서다. 당시 이세돌은 후지쓰배 2연패와 LG배 등 세계대회에서 3승을 거뒀고, 구리는 천원전 2연패에 중국 랭킹 1위. 갑조리그에 처음 진출한 이세돌은 2패를 당한 뒤 구리와 만났다. 결과는 이세돌의 패배.

둘은 그해 11월 삼성화재배 준결승전 3번기에서 재회했다. 1국에서 이세돌이 이겨 빚을 갚았다. 2국은 구리가, 3국은 이세돌이 이겼다. 종합전적 2-1로 이세돌이 결승에 진출했다. 구리는 그때까지 3번기 승부에서 9차례 연속 이겼지만 이세돌에게 꺾였다. 구리는 그날 저녁 어두운 방에서 몇 시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그해 이세돌은 삼성화재배에서도 우승했다.

둘은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34차례 대결했다. 공식전은 구리(17승 1무 16패)가, 비공식전까지 포함하면 이세돌(18승 1무 17패)이 앞선다. 1무는 지난해 나온 4패빅. 둘은 1-1, 2-2, 4-4, 6-6, 8-8, 9-9, 11-11, 12-12, 13-13, 14-14 등 총 12차례나 동률을 이루며 명승부를 펼쳐왔다.

이세돌은 2012년 삼성화재배 결승전에서 “(구리를 만나면) 이기고 싶다기보다는 설레고 기쁘다”고, 구리는 “이세돌과는 60세까지, 100판 정도 바둑을 두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 둘은 큰 승부를 앞두고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이세돌은 최근 부진하지만 올해 다시 부상할 것으로 팬들은 믿고 있다.

:: 10번기 ::


1739년 청나라 국수인 범서병(范西屛), 시양하(施襄夏)가 둔 절강(浙江) 성 당호십국(當湖十局)이 오래된 기록이다. 결과는 5-5. 근대의 10번기는 1939년 우칭위안(吳淸源)-기타니 미노루(木谷實) 간 가마쿠라(鎌倉) 10번기가 그 시작이다. 승패가 4승 이상 나면 치수를 고치는 승부였다. 이후 우칭위안은 1958년 다카가와 가쿠(高川格)까지 열 번 10번기를 뒀다. 우칭위안은 대부분 승리해 기성(棋聖)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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