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안중근 의사… 한일전 ‘걸개’도 뜨거웠다

  • Array
  • 입력 2013년 7월 29일 07시 00분


국가대표팀 응원단 붉은악마는 28일 잠실구장에 이순신 장군과 안중근 의사의 대형 걸개를 내걸어 눈길을 끌었다. 잠실|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국가대표팀 응원단 붉은악마는 28일 잠실구장에 이순신 장군과 안중근 의사의 대형 걸개를 내걸어 눈길을 끌었다. 잠실|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한일전이 열린 28일. 이날은 13년 만에 ‘한국 축구의 메카’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라이벌전이어서 더 큰 의미를 갖고 있었다. 대표팀 공식 서포터 붉은악마는 홍명보호 만큼 비장감을 갖고 경기를 준비했다. 경기시작 5∼6시간 전부터 본부석 왼쪽 응원석을 찾아 걸개 및 응원문구를 꼼꼼히 살폈다.

이날 붉은악마가 준비한 대형 펼침막은 3개. 하나는 이순신과 거북선이 그려진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안중근이 그려진 대형 걸개였다.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 당시 왜구를 물리친 성웅이었고, 안중근 의사도 1905년 을사늑약으로 조선의 외교권이 강탈당하면서 4년 뒤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민족 영웅이다. 일본전을 맞아 2개의 걸개를 특별 제작했다. 붉은악마는 오후 4시를 넘겨 응원석 1, 2층을 가득 덮는 2개의 걸개를 펼쳐보며 준비에 열을 올렸다.

그런데 다른 1개의 플래카드가 ‘말썽’이었다. 일찌감치 응원석 2층에 길게 내걸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문구의 걸개 때문. 이전 한일전에선 문제없이 자리를 차지했지만 이날은 달랐다. 경호원들이 제지하면서 걸개를 접어놓았다. 유대우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붉은악마 수뇌부를 찾았다. 그는 “동아시안컵은 협회가 유치하는 대회가 아닌 동아시아연맹에서 주최하는 대회다. 정치적 논란을 살 수 있어 이 걸개만은 삼가 달라”고 말했다. 이어 “2017 U-20월드컵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다른 국가들과 긴밀한 협조를 가져야 한다”고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결국 붉은악마는 전반 중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걸개를 내걸었고 협회가 곧바로 철거했다. 붉은악마는 이에 불만을 품고 후반전에 함성을 외치지 않는 응원 보이콧으로 맞섰다.

잠실|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트위터 @sangjun47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