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맞을 확률보다 낮은 복권, 사람들은 왜 계속 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6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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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6590억원 복권 주인공은 84세 가난한 할머니 (동아일보 2013년 6월7일자 A27면)
미국 복권 당첨금 사상 5억9000만 달러(약 6590억 원)라는 최대 잭팟을 터뜨린 주인공은 방 한 칸짜리 허름한 주택에 사는 할머니로 확인됐다. 주인공은 플로리다 주 소도시 제피어힐스에 거주하는 84세의 글로리아 매켄지 씨(사진). 이번 당첨금은 지난해 3월 6억5600만 달러를 기록한 미국 메가밀리언 복권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금액. 하지만 당시엔 2명이 당첨금을 나눠 가졌다.》

■ 이게 궁금해요

최근 미국에서는 1인당 복권 당첨금 사상 최고 금액을 탄 할머니의 사연이 화제가 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복권 명당자리에는 복권을 사려는 사람들로 늘 붐비고 있습니다. 지극히 낮은 확률이지만 인생을 바꿀 행복을 주는 복권을 경제학적으로 접근해보겠습니다.

● 일주일치 '기대'의 행복

복권의 기원은 고대 이집트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파라오의 유물에서 복권과 비슷한 방식의 게임이 시행된 흔적이 발견되었죠. 진나라에서는 만리장성 건립 등 국방비를 조달하기 위해 '키노(Keno)'라는 복권게임이 시행되었습니다. 로마에서도 도시복원 사업을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복권 이벤트를 열었지요.

이처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복권은 주로 재원마련을 위해 시행되었습니다. 미국 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은 복권을 두고 "강제력을 수반하지 않고도 공공재원을 조성할 수 있는 희생 없는 조세"라고도 말했습니다. 미국의 경우 도로와 항만 등 상당 부분의 인프라 확충이 복권 제도에 의해 이뤄졌습니다.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복권은 힘겨운 현실의 탈출구입니다. 실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로또 1등 당첨자의 43%는 1주일간 즐거운 상상과 재미를 가질 수 있어서 복권을 구입했다고 합니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서 실시한 2011년 복권관련 인식공감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복권이 있어 좋다'는 것이 61.9%로 2010년보다 4.3% 증가했습니다. 또한 복권은 '나눔 행위', '삶의 흥미 혹은 재미' 란 인식이 2010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요.

● 왜 복권을 계속 살까

로또 복권에 당첨될 확률은 약 800만 분의 1이라고 합니다. 이는 한 해 동안 벼락 맞을 확률(50만분의 1)보다 낮은 수치이지요. 그런데도 우리는 왜 복권을 계속 살까요.

심리학자인 엘렌 랑거가 제시한 '통제의 환상(illusion of control)'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인간에게는 이 세상을 자기 마음대로 통제하고 싶은 욕구가 있기 때문에 모든 행동(결과)의 원인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하곤 합니다. 1부터 45의 숫자 중에서 6개를 임의로 고르는 로또는 잔머리가 통하지 않는 순수한 확률게임이지요. 서양 도박꾼들이 '때가 된 번호'라고 부르는, 오랫동안 당첨되지 않은 번호를 고르는 방식 역시 효과가 없습니다. 우리는 통제의 환상에 빠져 복권 결과를 컨트롤 할 수 있다고 여기고 계속 복권을 사는 것입니다.

● 복권의 경제학

경제학자들 중에는 복권을 '위험한 기회'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위험이란 투자로부터 얻게 될 결과의 불확실성을 의미합니다.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려는 사람들은 큰 수익을 기대하기 때문에 복권에 당첨되지 않더라도 미래의 결과를 받아들입니다. 당첨되기 힘들지만 당첨되기만 하면 벼락부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복권을 선호한다는 말입니다. 보상이 크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는 거죠.

조세적인 의미로는 어떨까요. 복권은 부자보다는 서민들이 많이 삽니다. 공급자 측면에서 복권이 정부의 재원 확보를 위한 것이라 할 때, 복권의 판매에서 얻는 수입은 일종의 세금과도 같은 것이지요. 일반적으로 가난한 사람은 세금을 덜 내고, 부자가 상대적으로 많이 내게 되어있습니다. 그것이 조세의 형평성에도 부합되고, 조세를 통해서 일종의 소득의 재분배 효과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복권 수요자들이 주로 서민이라면 복권으로 조달되는 재원이 서민들 호주머니에서 나오므로 조세의 형평 원칙에 반대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복권의 경우 일종의 '역진적인 세금(regressive tax)'이 됩니다. 이런 측면에서 복권발행을 통한 재정 확보가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 의미 있는 행복의 원천을 찾는 것이 중요

복권에 당첨된다는 것은 큰 복이라고들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복이 화가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복권 당첨 이후 소비 욕구가 강해져서 당첨금을 다 탕진해 버리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빚까지 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많은 연구결과에 따르면 복권 당첨 당시 전반적인 행복감은 급격히 상승할 수 있지만, 몇 개월 후에는 당첨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온다고 합니다. 억만장자가 되었어도 그에 따른 행복은 잠시뿐이라는 것이지요. 결국 복권 당첨으로 인한 행복보다는 자기본연의 의미 있는 행복을 만들어가는 현실적인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권준화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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