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따라 아내도… 신장기증 부창부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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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선 목사-김영옥 씨… 세자녀도 서약
“젊은 시절 받은 이웃 도움 갚으려 실천”

남편 신진선 목사(왼쪽)에 이어 신장 기증을 결심한 김영옥 씨가 지난달 28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을 하루 앞두고 활짝 웃고 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남편 신진선 목사(왼쪽)에 이어 신장 기증을 결심한 김영옥 씨가 지난달 28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을 하루 앞두고 활짝 웃고 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한마디 상의도 없이 신장(콩팥)을 기증한다고 가족이 서운해 하지는 않을까?’

지난해 5월 기증 서약서에 서명한 뒤 신진선 목사(51)의 마음에 작은 걱정이 생겼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와 장기 기증 캠페인을 진행하기로 약속한 뒤 기증 서약자 명단에 맨 먼저 자신의 이름을 적었지만 가족에게 알리지 않은 터라 뒤늦게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2주 뒤 자신이 담임을 맡은 경기 의정부시 금오동 계성교회 신도들로부터 장기 기증 서약자 명단을 받은 신 목사는 웃음보를 터뜨렸다. 부인 김영옥 씨(49)와 세 자녀가 신 목사에게 말도 하지 않고 장기 기증을 서약한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신 목사 부부는 “그제야 서로 서약 사실을 알고 당황스러우면서도 뿌듯했다”고 말했다.

신 목사는 올 2월 실제로 신장을 기증했다. 이어 부인 김 씨도 지난달 29일 신장 기증자 대열에 동참했다. 수술 하루 전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김 씨는 “걱정보다 설레는 마음이 크다”며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신 목사는 부인의 손을 꽉 잡고 “내가 수술 받을 때보다 떨린다”며 긴장했다. 부부가 함께 신장 기증 수술을 받은 것은 국내에서 열일곱 번째다.

신 목사 부부는 어려웠던 젊은 시절 이웃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평생 나눔을 실천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신 목사 부부가 2000년 계성교회를 세웠을 땐 3년간 한 번도 쌀을 사지 못할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다. 부부가 교회를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신 목사를 딱하게 여기고 교회 마당에 몰래 쌀과 라면을 가져다 두는 이웃들의 도움 덕이었다. 그러던 중 만성신부전증을 앓는 주변 환자들과 2008년 뇌사 판정을 받은 뒤 신장과 심장 등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난 프로복서 고(故) 최요삼 씨(당시 34세)의 사연이 결정적인 계기가 돼 장기 기증을 결심했다.

김 씨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2일 현재 병원에 입원해 회복 중이다. 김 씨는 “내겐 2개 중 하나일 뿐인 신장이 누군가에게는 혈액 투석 치료의 고통을 끝내고 가정을 다시 일으킬 수 있는 힘이 된다는 사실에 마음이 뿌듯하다”고 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따르면 신장 이식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둔 환자는 2만7000명이 넘는다. 하지만 운동본부를 통해 신장을 기증받는 환자는 연평균 40여 명밖에 되지 않는다. 신 목사는 “2월에 수술을 받은 뒤 한 달 만에 테니스를 다시 시작했다”며 “장기 이식 수술 뒤에도 건강에 별문제가 없다는 점을 감안해 많은 사람이 기증을 결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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