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더 긴밀한 韓中공조로 北문제 해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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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특사 방중’ 이후 첫 수석회의서 中에 신뢰감 보여

獨연방 상원의장에 “대북 공조” 당부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빈프리트 크레치만 독일연방 상원의장(박 대통령과 악수하는 남성) 일행의 예방을 받고있다. 박 대통령은 한독 수교 130주년과 광부파독 50주년을 맞아 한국을 방문한 크레치만 의장 일행에게 “조만간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뵙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獨연방 상원의장에 “대북 공조” 당부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빈프리트 크레치만 독일연방 상원의장(박 대통령과 악수하는 남성) 일행의 예방을 받고있다. 박 대통령은 한독 수교 130주년과 광부파독 50주년을 맞아 한국을 방문한 크레치만 의장 일행에게 “조만간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뵙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는 북한 김정은의 특사로 중국을 방문한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행보와 내용을 예의주시해 왔다. ‘혹시나’ 했던 기대는 ‘역시나’ 실망감으로 끝났다는 게 청와대의 기류다. 어물쩍 대화 국면으로 넘어가려는 북한 특유의 상투적인 수법에서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평가다.

박근혜 대통령은 27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북 문제와 관련해 “그동안 북한의 도발 위협에 대해 일관된 기조를 유지해 왔다”며 “북한 문제를 풀기 위해 한중 간 더욱 긴밀히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최룡해 방중을 통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방향이 옳았다는 확신을 강하게 갖게 됐으며 중국에 대한 신뢰도 더욱 커졌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 靑, “최룡해의 대화 제의 진정성 없어”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은 자기네들 스스로가 위기 조성을 한 뒤 대화를 하자고 하면서 경제협력을 받고 은근슬쩍 본질적인 문제인 핵은 그대로 유지하는 수법을 써 왔다. 이번에도 변함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최룡해가 방중 기간에 제시한 대화 제의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조건으로 ‘경제발전과 핵무기 병진노선 포기’ ‘비핵화를 논의하는 대화’를 꼽고 있지만 북한은 최룡해 귀국 이후 기존 병진노선 고수를 주장하고 있다. 비핵화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취임 후 첫 내외신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대화를 위한 대화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진정성 있는 태도로 구체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북한의 태도 변화가 선행돼야 대화에 응할 것이라는 정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당 서정주의 시(詩)를 인용해 “소쩍새가 한 번 운다고 국화꽃이 피지는 않는다”고도 했다. ‘진정성 있는 태도’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그게 무엇인지는 북한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며 “9·19 공동성명 및 수차례에 걸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결의안에도 국제사회의 메시지가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최룡해 방중을 통해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북한의 변화를 촉구하는 것이 유효한 방법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김정은이 중국에 특사를 보내 대화를 제의한 것도 중국을 비롯한 전 국제사회가 강하게 압박해 더이상 우군이 없고 개성공단 중단 등으로 경제 지원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게 되자 가능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빈프리트 크레치만 독일연방 상원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국제사회가 힘을 합해 단호하게 일관된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 북한이 ‘도저히 이런 협박으로는 안 통하고 변할 수밖에 없구나’ 하도록 (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23일 하이룰 탄중 인도네시아 경제협력위원장을 비롯해 최근 모든 외국 인사 접견 때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얻는 데 주력하고 있다.

청와대는 북한의 진정성만 확보된다면 6자회담을 비롯한 대화의 틀에 대해서는 유연한 편이다. 박 대통령은 대선 기간에도 공약에서 6자회담뿐 아니라 남북 간 협의, 한미중 3자 전략대화, 유엔이나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와의 협력 등 다각도로 대화를 모색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 中, “북한은 우리 말도 잘 따르지 않는다”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최근 방중 의원단과 만나 “중국과 북한 양국은 일반국가 관계가 됐다”고 말한 것은 북-중 간의 전통적인 혈맹 관계를 끊겠다는 의미보다 그만큼 북한에 대한 중국의 실망감이 크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으로 보인다.

한 참석자는 “왕 부장은 ‘북한이 혈맹이라고 하지만 중국이 반대해도 북한이 저렇게 (핵개발을) 하고 중국 말도 100% 잘 따르지 않는다’고 말했다”며 “일반국가가 됐다는 건 중국이 모든 걸 해결할 수 없으니 미국과 한국 등 여러 국가가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왕 부장은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북한에 식량도 끊고 유류도 끊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렇게 했는데도 (북한이) 지금과 같은 식으로 나가면 그 다음에 어떡할 거냐. 대안이 없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그가 “북한을 설득하는 데는 오히려 한국과 미국이 핵심”이라고 말한 것도 북한을 다루는 중국의 고심이 묻어나오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다음 달 말 한중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전제로 한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대해 상호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다음 달 3, 4일에는 베이징에서 한중 차관급 전략대화가 예정돼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언론에서는 북한의 대화 제의에 주목했지만 (이번 회동에서) 방점은 중국의 ‘비핵화’에 찍혀 있다”고 말했다. 홍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반도 정책 3원칙’ 가운데 비핵화를 맨 앞에 거론해 중국이 어디에 무게를 두고 있는지 은연중에 강조했다.

동정민·이정은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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