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1>남편이 본 박지영 컴투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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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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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영 컴투스 사장(왼쪽)과 남편 이영일 부사장은 캠퍼스 커플로 만나 옥탑방에서 창업했고 결혼까지 했지만 회사에서는 서로를 ‘사장님’ ‘부사장님’으로 깍듯하게 예우한다. 동아일보DB
박지영 컴투스 사장(왼쪽)과 남편 이영일 부사장은 캠퍼스 커플로 만나 옥탑방에서 창업했고 결혼까지 했지만 회사에서는 서로를 ‘사장님’ ‘부사장님’으로 깍듯하게 예우한다. 동아일보DB
《 명사가 쓰는 ‘100인 이야기’를 6회에 걸쳐 싣습니다. 올해 선정된 ‘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의 숨겨진 모습을 가족 스승 동료 등이 공개합니다. 개인적인 인연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와 독자 여러분이 참고할 만한 시사점도 제시합니다. 》

박지영 대표가 일을 시작하던 1996년 여름만 해도 지금의 모습을 상상하기는 어려웠다. 공동 창업자 중 유일하게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되는 여성이었다. 아내를 대표로 앉혔다.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일지 모른다.

컴투스를 잘 모르는 이들은 박 대표의 어려 보이고 웃는 인상 때문에 컴투스가 순탄한 길을 걸어왔다고들 생각한다. 하지만 초창기 시절은 그야말로 실패와 고생의 연속이었다. 댄스게임 기판을 만들 때는 사라진 직원 대신 공장에서 며칠간 본드 냄새를 맡으며 일했다. 신혼여행을 가서도 절반 이상은 호텔 비즈니스센터에서 지냈다. 40kg이 나갈까 말까 한 체구. 10년 넘은 프라이드밴을 몰며 용산에서 26kg을 웃도는 모니터와 컴퓨터 책상을 날랐다. 또 창업 이래 지금까지 언제나 갑이 아닌 을(모바일게임은 개발사가 을인 때가 정말 많다)로 지내고, 2000년 중반에는 코스닥 상장에 실패하면서 마음고생을 했다.

이런 시간을 거쳐 컴투스는 해외 주요 게임매체에서 인정하는 세계 10대 메이저 모바일게임 회사로 성장했다. 시가총액은 5000억 원이 넘는다. 가끔 언론에서 단골로 거론되는 주요 여성 최고경영자(CEO) 중 한 명. 비재벌가 출신으로는 박 대표가 유일하지 싶다.

같이 일하는 남편으로 개인적으로는 부끄러움을 느낀다. 한국 남성은 일반적으로는 여성보다 게으르고 참을성이 부족하다. 나 역시 칭찬을 듣긴 어렵다. 같이 출퇴근하고 오후 9시쯤 집에 도착하면 나는 잠시 일곱 살 딸과 다섯 살 아들을 안아주고 놀아준 뒤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한다. 박 대표는 자기 직전까지 거의 모든 시간을 애들과 공부하고 노는 데 투자한다.

회사에서는 10분도 허투루 쓰는 법이 없다. 박 대표와 출장을 가면 하루에 미팅을 4, 5개 잡는다. 비는 시간이 있으면 어떤 회사라도 찾아가 한 번이라도 더 미팅을 한다. 직원 면접도 마찬가지다. 현재 컴투스 직원이 600명을 바라보는데도 비개발부는 박 대표가 전원, 개발부는 박 대표의 명령으로 내가 전원 면접을 본다. “이제 신입은 보지 않아도 되겠지?”라고 말하면 “같이 일할 사람 아니냐?”고 한심한 듯 반문한다.

박 대표는 경남 밀양에서 가난한 집안의 막내딸로 태어났다. 지금과 같은 성과를 만든 에너지원은 무엇일까. 20여 년간 곁에서 지켜본 가장 큰 장점은 변함없는 모습, 지칠 줄 모르는 인내심이 아닐까 한다. 갖고 싶고, 하고 싶고, 먹고 싶은 것이 없다는 점이 그의 가장 큰 특징이다.

무엇이 그를 움직이게 하는가. 70%의 책임감과 30%의 성취욕이 원동력인 것 같다. 그가 회사를 운영하고 사람을 관리하고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 자연스럽다. 그의 일상은 높낮이가 없다. 쉼 없이 꾸준하다. 농부가 봄에 씨앗을 뿌리고 가을에 추수하듯이 말이다. 열심히 일하며 사는 이유를 물으면 답은 지극히 단순하다. “해야 하니까.”

이렇게 말하면 대단한 철인 같지만 부지런을 떨거나 하는 스타일은 또 아니다. 박 대표는 잠이 많다. 낮에 쉼 없이 일하고 저녁에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 뒤 오후 11시 정도부터 하루에 최소 8시간 이상을 정말 시체처럼 잔다. 낮에 소모한 에너지를 채우려면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감정 기복도 매우 적은 편이다. 쉬이 판단하지 않고 쉽게 말하지도, 흥분하지도 않는다. 기쁜 일이 있어도 덜 기뻐하고 좌절할 일이 있어도 덜 좌절한다. 그저 담담하게 그 시점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의외로 많은 사람이 잘 알지 못하는 박 대표다.

농담 삼아 간혹 “살림만 하면 정말 잘할 자신이 있는데…”라고 말한다. 실제로 청소나 빨래, 요리도 상당히 수준급이다. 개인적으로야 전업주부 아내이기를 바랄 때가 많지만 사실 그 정도의 사장을 어디서 구해올 것인가. 컴투스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지만 그가 집에 들어앉으면 국가적으로 큰 손실인데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한다.

이영일 컴투스 부사장   
#컴투스#박지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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