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핵도발 위기에도 軍 골프장이 북적인다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2일 03시 00분


지난 주말 군(軍) 전용골프장인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골프장은 만원사례였다. 하루에 75팀(4인 기준 300명) 정도가 칠 수 있는 골프장은 예비역 비율은 10%를 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이틀간 적어도 120팀 480여 명의 현역 군인이 골프를 즐긴 셈이다. 태릉골프장 하나가 이 정도라면 지난 주말 전국 29개 군 골프장에서 ‘체력단련’을 한 현역 군인은 족히 수천 명은 될 것이다. 골프를 칠 정도면 대부분이 군 간부일 것이다.

평시라면 골프는 좋은 운동이다. 그러나 요즘 상황은 북한이 서울을 ‘핵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하고 있는 비상시국 아닌가. 북한은 “이제 남은 것은 돌격명령뿐”이라며 준(準)전시 상태에 돌입했는데도 정작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군이 보인 태도는 지극히 실망스럽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도발에 속절없이 당했던 기억을 벌써 잊었는지 묻고 싶다.

더욱이 우리 군은 1일부터 4월 말까지 한미 연합 기동훈련인 ‘독수리 연습’에 참가하고 있고, 11일부터는 미군의 전시증원훈련인 키리졸브에 들어가 21일까지 진행한다. 북한의 위협에 맞서 한미연합 방위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10시간 이상 태평양을 날아온 미군 보기도 민망하다. 청와대가 지하 벙커(국가위기관리상황실)에서 안보태세를 점검한다지만 정작 일선 부대의 장교들이 한가롭게 ‘벙커 샷’이나 연습해서야 국민에게 믿음을 줄 수 없다.

파문이 커지자 국방부는 “상황 발생 시 1시간 이내에 복귀하도록 지침을 받은 여단급 이상 지휘관 등 ‘주요 직위자’들은 스스로 골프 약속을 취소했다”고 해명했다. 비상 상황인 만큼 부대에서 멀리 떨어져 산행 등은 할 수 없으니 가까운 군 골프장에서 체력단련을 한 것이라는 변명도 구차하다.

며칠 뒤면 물러날 국방장관이 골프금지령을 내리지 않았다는 것이 핑계가 될 순 없다.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예비역 대장 신분이었지만 2010년 천안함 폭침 다음 날 군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다는 이유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여기서 현역들이 교훈을 얻지 못했다면 심각한 문제다. 안보 불감증이 군 간부들 전체에 전염돼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공직기강 확립 차원에서 이번 골프 파문의 진상 파악에 나섰다고 한다. 민정수석실은 사실관계를 확인해 관련자들을 문책해야 한다. 국가 위기에 군이 골프장에서 ‘나이스 샷’을 외치는 정신 상태로는 북한 김정은 집단의 도발을 이겨낼 수 없다.

[바로잡습니다]12일자 A35면

‘핵도발 위기에도 군 골프장이 북적인다니’ 제하의 사설에서 전국의 군 골프장 수는 13곳이 아니라 29곳이기에 바로잡습니다.
#태릉골프장#북한#핵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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