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차기정부에 바란다]<4>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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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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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트러진 법치 바로 세워라

박근혜 당선인에 대해 ‘절반의 승리’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51년 만에 대선에서 과반의 지지를 얻었지만, 압도적 우위는 아니었고 절반의 반대자들을 간과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보수-진보의 갈등이 더욱 날카로워졌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제는 갈등보다는 화합을, 분열이 아닌 통합을 이뤄내야 하며, 박 당선인이 ‘민생’과 더불어 ‘국민대통합’을 내세우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의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어떻게 첨예한 갈등을 조정해 통합을 이뤄내느냐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통합의 방향과 방법이 중요하다. 즉, 보수와 진보를 넘어서는 근본가치를 확인하고 이를 실현하는 법치의 확립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는 것이다.

국민들의 법에 대한 인식은 이중적이다. 한편으로는 여전히 법을 강자의 도구, 권력의 도구로 생각하는 경향이 남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약자가 최후에 기댈 수 있는 것이 법이라는 생각도 확산되고 있다. 과거 법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던 때에 비하면 법의식이 많이 개선된 것이지만, 아직도 법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불안은 상당히 남아 있다.

그 결과 필요에 따라 법에 호소하면서도 상황에 따라서는 법을 무시하는 이중적인 행태가 적지 않다. 법에 따른 집회·시위를 하면서 불법적인 폭력을 행사하기도 하고, 재판을 받는 도중 판사에게 막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법에 문제가 있을 경우도 있고, 판사의 잘못이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법에 대한 존중, 법치의 의미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 있다.

법은 특정인에게 유리 또는 불리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이처럼 ‘법 앞의 평등’을 강조하는 것은 법치를 통한 객관성과 공정성의 확보, 나아가 정의의 실현을 위해서다.

박 당선인의 지지층에서는 보수적 정책과 입법을 기대할 것이고, 반대쪽에서는 이를 우려할 수 있다. 그러나 법치는 보수와 진보를 넘어선 인권의 문제고, 정의실현의 문제다. 박 당선인이 진정한 국민대통합을 원한다면, 지지층이 찬성하고 반대하는 쪽에서 거부하는 정책이나 입법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지지할 수 있는 정치와 법의 큰 그림을 생각해야 한다.

개별적 사안에 대해서는 반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본 방향과 방법에 대해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 이명박 정부 초기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과 같은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에 그러한 공감대가 없는 상태에서의 갈등은 무한히 커질 위험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돌발사태가 생겨 뇌관이 당겨질 경우에는 어떤 폭발이 일어날지 예상하기 어렵다.

박 당선인이 5년 임기를 통해 법치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4가지 요소가 갖추어져야 할 것이다. 첫째, 정치권력이 법에 대한 존중을 솔선수범해야 한다. 법이 정치를 통제할 때, 정치가 엇나가지 않으며, 그 첫걸음은 정치과정을 통한 법의 제정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다. ‘신성한 국회’의 입법과정이 몸싸움과 고성으로 혼탁해질 경우, 그 결과물인 법률에 대해 국민은 불신을 키우게 되는 것이다.

둘째, 국민들이 법 내용의 정당성에 신뢰를 가져야 한다.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는 법을 무리하게 추진해서는 안 될 것이며, 국민들 사이에서 찬반이 나뉘는 경우에는 충분한 토론과정을 통해 납득시켜야 한다.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위헌심사를 활용해 반대자들도 위헌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법의 정당성을 인정하게 만들어야 한다.

셋째, 법치의 최후보루인 사법부의 안정과 독립이 중요하다. 특히 대법관 및 헌법재판관의 임명방식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개혁이 필요할 것이다.

넷째, 이러한 요소들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국민들이 민주주의와 더불어 법치를 생활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법치가 국민들에게 유용할 뿐만 아니라 법치가 곧 정의의 실현이라고 믿을 수 있어야 한다. 그때 비로소 법치가 제자리를 찾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법치의 정착을 통해 5년 후 대선에서 갈등이 작아질 수 있다면, 국민대통합은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장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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