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드림… 진로교육이 미래다]소질과 적성 따르라면서도 ‘사’字 직업 강권하는 부모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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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구조가 급변하면서 국내의 직업 분류는 2만 개 이상으로 분화했다. 하지만 진로에 대한 국민 인식은 직업 세계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전국의 초등학생 학부모 309명, 중학생 학부모 304명, 고교생 학부모 296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학부모는 자녀가 갖기를 바라는 직업의 특징으로 ‘소질과 적성이 맞는 곳’(53.9%)을 가장 많이 꼽았다. 가구 소득이 높을수록, 부모의 학력이 높을수록 소질과 적성을 중시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반면 수입이 많은 곳(3.1%)이나 남들이 인정해 주는 곳(4.1%)이라는 응답은 적었다.

실제로 학부모가 선호하는 경우는 수입이 많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에 집중됐다. 응답자의 70.7%가 교사 공무원 의사 법조인 전문직 교수 외교관 자영업 회사원 과학자 등 10개 직업을 골랐다. 특히 교사 공무원 의사 법조인 전문직 등 5가지는 자녀의 성별과 상관없이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

부모가 자녀에게 바라는 직업과 자녀 스스로 희망하는 직업이 일치하는 비율은 22.2%에 그쳤다. 아이들은 상급 학교로 올라갈수록 희망 직업이 다양하게 늘었지만 부모의 희망은 달라지지 않았다. 예를 들어 선호도 상위 10개 직업을 고르는 비율은 초등학생 74.3%, 중학생 60%, 고등학생 49%로 차이가 났다. 그러나 학부모는 초중고교를 막론하고 70% 이상이 이런 직업을 원했다.

오호영 직능원 연구위원은 “아이들은 다양하고 개성 있는 직업을 원하는데 부모는 공부를 잘해야 하는 직업만 기대한다. 진로를 다양화하려면 전통적인 직업 서열에 사로잡힌 부모의 인식을 바꾸는 일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자신의 자녀만큼은 대학에 보내겠다는 생각도 강했다. 대학을 반드시 졸업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학부모의 60.8%만 동의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자신의 자녀를 4년제 대학 이상까지 보내겠다는 응답은 92%나 됐다. 특성화고에 다니는 자녀가 있는 학부모도 82.2%가 4년제 대학 이상을 원했다.

이는 고졸자가 취업이나 승진에서 불이익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진로에 대한 전통적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학생들이 시대 흐름에 맞는 미래를 개척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교 시절에 진로 지도를 집중적으로 하지 않으면 지금처럼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모르는 채 교실에 앉아 있는 학생 역시 줄지 않는다는 말이다.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의 김종우 회장(서울 성수고 교사)은 “최근 2, 3년 사이에 사육사처럼 특별한 직업을 원하는 학생이 늘고 있고, 진로를 두고 부모와의 갈등 문제를 상담하는 학생도 늘고 있다”며 “부모와 자녀가 함께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산업구조#직업#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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