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中, 파나소닉 등 공장 10곳 난입 방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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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 내내 반일시위

지난 주말(15, 16일) 내내 중국에 사는 10만 명의 일본인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반일 시위는 중국 전역을 휩쓸었고 일본 상점과 공장들이 무차별 방화와 약탈을 당했다. 전문가들은 중일 관계는 1972년 수교 이후 최악의 상태라고 분석했다.

“도쿄(東京)를 짓밟아 뭉개 버리자.” “일본에 선전포고를 하자.”

16일 중국 베이징(北京) 일본대사관 앞 왕복 6차로는 하루 종일 항일 시위대가 점거했다. 1만여 명의 시위대는 거칠게 항의하며 대사관에 물병이나 돌멩이 과일 달걀 등을 마구 던졌다. 일부 시위대는 훼손한 일본 국기와 일본 총리 사진을 들고 있었다. 이날 대사관 주변에는 경찰 수천 명이 배치됐으나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이날 광저우(廣州)에서는 1만 명이 모였다. 선전(深(수,천))에서는 시위자들이 항의하자 경찰이 최루탄을 수십 발 발사했다. 홍콩에서도 1000여 명이 참가한 항일 시위가 열렸다.

특히 15일 산둥(山東) 성 칭다오(靑島)의 시위대는 파나소닉그룹의 전자부품 공장 등 10개 일본 기업 공장에 난입해 불을 지르고 생산라인을 파괴했다. 도요타자동차 칭다오 판매 1호점이 불탔고 다른 판매점은 유리가 깨지는 피해를 입었다. 일본계 유통업체에도 시위대가 난입해 상품 24억 엔(약 340억 원)어치 가운데 절반가량을 약탈하거나 파손했다. 비슷한 사건은 후난(湖南) 장쑤(江蘇) 광둥(廣東) 성에서도 발생했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등에서 과격한 행동을 자제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핵무기를 사용하자는 극단적인 주장도 나왔다. 홍콩 언론에 따르면 관영 베이징완(北京晩)보는 지난주 자사가 운영하는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에서 중일 양국의 군사력을 비교한 뒤 “왜 일본과 외교적 합의를 찾으려 하는가”라며 “일본에 핵미사일 세례를 안기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16일로 엿새째 이어진 항일 시위는 18일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1931년 9월 18일 일본이 중국 침략을 시작한 만주사변 발발일을 맞아 중국 어선 1000척 이상이 댜오위다오(釣魚島) 해역에서 ‘선박 인해전술’을 펼칠 예정이다. 일본 측의 단속→중국의 반발→양국의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언론은 휴어기가 종료되는 16일 정오부터 이 해역에 어선들이 진입할 예정이었으나 태풍 ‘산바’의 영향으로 미뤄졌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중국 정부에 “매우 유감”이라고 밝히고 자국민의 안전 확보만 요구하고 있을 뿐 조용하다. 또 재중 일본 교민들에게 시위대의 표적이 되는 대사관이나 영사관 주변에 접근하지 말고 혼자서 야간에 외출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일본어 대화도 가급적 피하라고 요청했다.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외상은 15일 오전 간부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지만 기자단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외무성을 떠났다. 아사히신문은 총리 관저 주변에서 “(가만히 있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센카쿠 열도로 향하는 중국 어선이든 뭐든 일본 정부가 단속에 나서면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하지만 중국이 센카쿠 열도 주변에서 계속 도발에 나서면 일본 정부도 국내 여론상 맞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어 사태 전개는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중국이 제출한 댜오위다오 관련 영해도와 영해기선 좌표를 확인했으나 “이 문제에 대해 어느 편도 들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고 바니나 마에스트라치 유엔 대변인이 14일 전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동영상=일본 자동차를 뒤집어 엎는 中 반일 시위대
#중국#일본#반일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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