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이하나 “신비주의 배우? 이제 세상에 나를 공개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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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4일 09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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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하나.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배우 이하나.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배우 이하나(30)에겐 알 수 없는 묘한 매력이 있다.

겉으로 보기엔 예쁜 얼굴, 큰 키에 날씬한 일반적인 여배우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속은 알쏭달쏭한 신비의 ‘마법 상자’가 있는 것 같다. 질문을 하면, 어떤 대답이 나올지 기대가 될 만큼 말이다.

영화 ‘R2B:리턴 투 베이스’에서 최고의 여성 전투기 조종사 오유진 역을 맡은 이하나를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이하나는 “이 카페, 너무 좋죠? 예쁜 것도 많고…만날 같은 장소에서 인터뷰를 하니까 별로인 것 같아서 제가 이 카페를 추천했어요”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이하나는 생각이 많았다. 질문을 하면 오랫동안 생각을 하고 답한다. 그 만큼 진중한 답을 하고 싶단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정지훈(가수 비)이 왜 이하나에게 그만 진지하라고 썼는지 이해가 됐다.

<이하는 일문일답>

- ‘R2B:리턴 투 베이스’에 참여한 이유는.

“‘군대’라는 것은 여자에게 미지의 세계다. 여자들이 군 이야기라면 별로 안 좋아하지 않나. 그런데 여자조종사 이야기이고 일반인들이 접하기 힘든 주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상상했던 것보다 깊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부대 안에 있더라. 공군 이야기를 하다보니, 육군이나 해병대 이야기도 궁금해졌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니까. 나라에 사명감을 가진 분들의 이야기가 소재로 다뤄진다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 본인에게 남성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하나.

“체력장 같은 걸 하면 ‘특급’을 놓쳐본 적이 없다. 가장 자신 있는 과목이 체육이었다. 등산 같은 것은 물론이고. 오빠가 있어서 과격한 운동을 많이 했다. 어렸을 때는 소꿉장난보다는 농구나 발야구 등 하고 놀았다. 영화를 찍으면서 남자다운 게 조금도 어색하지 않았다.”

- 여름에 촬영했다고 들었는데, 날씨 때문에 고생하진 않았나.

“사실 더워서 고생한 것 보단 비가 많이 와서 스태프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또 날이 쨍쨍할 때는 코핏 안에 있으면 사우나 하는 기분이었다. 한참 더운 여름에 포스터 촬영을 할 때는 군복을 입고 찍으려니 헛웃음이 나오더라. 그래서 포스터의 표정이 연기를 한 게 아니라 아주 자연스런 표정이었다. (웃음)”

-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 감독과 가장 많이 한 이야기는 뭐였나.

“처음 받는 질문이다. 아무래도 조연이다 보니까 다뤄질 수 있는 부분이 적다보니 영화 속에 충분한 설명이 없다. 그 안에 키스신도 있는데 내 이야기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키스신은 무리가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감독님과 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고 영화를 보니까 감독님이 어떻게 표현하시려 했는지 알 것 같았다.”

- 어떤 장르의 영화를 좋아하는가.

“창문의 위치, 사람의 동선 등에 의미를 부여하는 영화가 좋다. 그래서 감독님이 저한테 ‘너 유럽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것 같다’고 하셨다. ‘주제가 뭘까’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개연성이 있는 작품이 좋다. 어느 날, 감독님이 ‘트랜스포머’를 보러 가자고 하시더라. 그래서 배우들과 영화를 봤는데 ‘내가 견문이 좁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다양성에 대해 생각했다.”

- '무비꼴라주'를 좋아한다고.

“그렇다. 제일 좋아하는 한국영화가 ‘무산일기’라는 영화이다. 그 영화를 보고 ‘똥파리 이후로 대작이 나왔구나’라고 생각했다. 영화가 끝나도 극장에서 일어날 수 없을 만큼 많이 울었다. 도대체 나의 어떤 감성을 자극한건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우리나라 영화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한다.”

- 그런데 'R2B'를 선택하니 좀 의외다.

“‘알투비’로 인해서 견문이 많이 넓어졌다. 내가 여행을 가서 만난 친구가 있는데 스케이트보드를 타보라고 하더라. 한번도 타 본적이 없어서 좀 걱정을 했다. 5분 정도 타봤는데 재밌더라. 그 친구가 ‘이로써, 너의 우주가 조금 더 넓어진 거야’라고 하더라. 그 말이 굉장히 좋았다. ‘알투비’가 내 우주를 넓혀준 영화일 거다.”

- 전투기도 직접 탔다고.

“조종을 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아 진짜…뒤에 가만히 앉아있는 것도 힘들더라. 물론 훈련을 제대로 받지 않은 사람이기에 당연하다. 40분 정도 떠 있었는데 전투기 올라가지, 빙글빙글 돌지… 잠깐 기절도 한 것 같다. 내가 생각했던 로망이 아니었다. 그 이후에 조종사들을 존경하는 맘이 생기더라.”

- 부대 안에서 인기가 꽤 많았다고 들었다.

“늘 하루도 빠짐없이 있었다. 시간이 되면 사인을 해드려야 된다고 생각했다. 군부대 있는 군일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니 짠하더라. 사회에서는 멋지고 집에서는 귀한 아들일 텐데…또 (신)세경이가 가면 얼마나 좋아할까란 생각이 들어 일부러 세경이한테 '너 화장실 갈래? 어디 갈래?' 하면서 많이 끌고 다녔다. (웃음)”

- ‘국민남편’ 유준상은 어떤 선배인가.

“유준상 선배는 배우들끼리 모이는 자리에 아들과 홍은희 선배를 꼭 부른다. 촬영 중간 중간 아이랑 통화하는 모습이 보기 좋더라.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알투비’를 촬영할 때는 학교에 나가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그 열정이 정말 대단하더라. 또 섬세하고 감수성이 짙다. 촬영할 때도 굉장히 편안했다.”

- 남자들 만의 이야기, 이제는 이해가 되는지.

“남자들이 군대에서 초코파이가 그렇게 맛있다고 하던데 그런게 조금 공감이 갔다. 음식의 반입이 쉽지 않았다. 딱 한번 아이스크림이 왔다. 그 아이스크림이 정말 맛있었다.”
배우 이하나.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배우 이하나.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 2년 만에 공백을 깨고 컴백했다. 연예인로서 잊혀지는 게 두렵지 않았나.

“그랬다. 우울한 감정이 들거나, 다시 시작하기가 두려웠을 때 잊혀질 수 있다는 게 고통이었다. 아무것도 아닌 존재 같았다. 방안에 혼자 있으면 보잘 것 없는 존재처럼 느껴지더라. 그런데 내가 용기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떤 사람이 '행복은 선택'이라는 말을 했는데 용기도 선택인 것 같다. 배우로서 나의 존재감은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있는 것 같다.”

- 확실히 마음이 달라진 것 같다. 2년 전엔 어땠나.

“나도 그냥 ‘앵무새’가 되진 않을까 생각했다. 내가 하는 말들이 또 와전돼서 상처받을까봐 걱정도 많이 했다. 내가 또 지훈이한테 한소리 해서 말도 많이 들었지만 이 시대가 변해서 그런 것 같다. 요즘은 스마트폰을 통해 많은 소식을 접하시니까 그런 일들이 생기는 것 같더라. 수요가 많으니 공급이 늘어나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예전의 내 모습이 옹졸했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신비주의 아닌 신비주의였다. 시대가 변한 만큼 나도 세상으로 나오기 위해 SNS같은 것을 통해 소통을 하고 싶다. 변화에 적응을 하는 단계라 제가 잘 해낼 수 있을지, 후회가 될지 잘 모르겠다.”

- 연말에 가수활동을 한다고.

“가사를 쓰고 있다. 다음에 만날 땐 가수 이하나로 만날 텐데 그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쓰고 있다. 곡은 다 결정이 됐는데 가사 쓰기가 참 힘들더라. 좀 더 솔직하게 쓰고 싶어서 열심히 하고 있다. 악기를 최소화시키고 보컬을 강조하는 음반이 될 것 같다. 기타 하나에 목소리 하나 이렇게 말이다.”

- 인디 음악을 좋아하는 것 같더라.

“이것도 처음 받는 질문이다. 인디 음악 굉장히 좋아한다. 작년에 ‘검정치마’ 노래를 듣고 정말 감동을 받았다. 최근에는 ‘빅 베이비 드라이버’도 좋더라. 그런 음악을 들으면 힘이 난다. GMF 레이디도 해서 그 이후로 계속 가고 있다.”

- ‘페퍼민트’ 같은 음악 프로그램을 다시 할 의향은 있는지.

“할 의향은 없다. 프로그램의 진행 제의가 들어오긴 한다. 근데 잘 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다시 하진 않을 것 같다.”

- 추후 활동 계획은 어떤가.

“와… 어떨까. 생각만 해도 설렌다. (웃음) 일단 나를 공개하고 싶다. 내 자체를 공유하고 싶다. 얼마 전에 일본 영화 ‘타마타마(우연히)’라는 영화를 봤는데 예쁘기도 예쁘지만 소재가 특이하고 힘을 뺀 영화인데 감동적인 영화다.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해서 찍은 영화인데 그런 힘을 뺀 영화에 출연해보고 싶다. '무산일기' 같은 작품이면 더 좋을 것 같다.”

- 나중에 영화 제작을 해도 될 것 같다.

“하하. 정말? 아직은 생각해 본 적은 없다.”

- 이제 세상에 나올 이하나,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지고 싶은가?

“내가 가장 듣기 좋아하는 말은 ‘저런 친구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말이다. 친근하고 맘이 일단 편안한 존재란 뜻 아닐까. 배우로서 나는 사람들에게 그런 존재였으면 좋겠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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