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총체적 부실 세빛둥둥섬은 ‘市빚 둥둥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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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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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감사 결과 “15명 문책”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하나로 추진한 세빛둥둥섬 사업이 총체적 부실 속에 추진됐다는 서울시 감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시는 1월 말부터 5개월 동안 이 사업을 감사한 결과 사업추진과정에서 절차를 무시하고 불공정협약을 맺는 등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12일 밝혔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와 민간사업자인 ㈜플로섬이 맺은 협약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민간 사업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바뀐 것으로 드러났다. 민자사업은 최초 협약 시 사업비를 확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2008년 최초 계약을 한 뒤 2009년과 지난해 말 두 차례 사업협약을 바꾸면서 당초 662억 원이었던 총사업비가 1390억 원으로 늘었다.

이 과정에서 사업자가 연간 1억 원인 하천준설비를 10배가량 높게 책정하고 수입을 줄여 투자비를 늘리는 등 고의로 사업비를 부풀린 사실도 포착했다. 또 최초 협약에는 없었던 무상사용기간 연장조항을 신설해 무상사용기간을 20년에서 30년으로 늘렸다. 사업추진과정에서 지방자치법 등에 규정된 시의회 동의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김상범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민자로 추진된 사업 중 절차상에서 가장 문제 있는 사업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계약 내용을 이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6일 장마로 불어난 한강 물 때문에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세빛둥둥섬 통행이 어려워지자
다리를 분리한 뒤 보트를 이용해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6일 장마로 불어난 한강 물 때문에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세빛둥둥섬 통행이 어려워지자 다리를 분리한 뒤 보트를 이용해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이에 따라 서울시는 운영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92억 원을 민간 사업자에게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문제조항을 삭제하거나 수정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관련 공무원 4명을 중징계하는 등 국장급을 포함한 공무원 및 SH공사 직원 15명을 엄중 문책하기로 했다.

서울시가 계약에 대해 “무효에 가깝다”고 선을 그었지만 당장 이를 뒤집을 묘안은 없는 상황이다. 사업 협약이 해지될 경우 시가 사업자에게 지급하는 해지 지급금이 1061억 원에 이르고 SH공사 투자액 128억 원도 사라지기 때문에 해지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서울시의 재협상 요구에 민간 사업자가 응하지 않을 경우 장기간의 법정공방도 불가피하다.

한편 감사 결과에 대해 일부에서는 전임 시장 흠집 내기 차원이라는 시각도 없진 않다. 시장의 역점사업을 이행한 공무원들에게 과도한 처벌을 가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관련 공무원들은 당초 최대 주주였던 씨앤우방이 자금사정 악화로 사업을 포기하면서 사업을 제때 추진하기 위해서는 민간사업자에게 혜택을 줄 수밖에 없었던 상황논리도 내세우고 있다. 서울시 한 공무원은 “시장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적극적으로 일을 한 공무원들에게 시장이 바뀐 뒤 특별감사를 통해 처벌하는 것은 일종의 정치 보복”이라며 “이런 상황이면 누가 적극적으로 일을 하겠느냐”고 항변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보복이나 징계가 목적이 아니라 잘못된 계약으로 시민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것을 정상화하고 재발을 방지하려는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업추진 자체를 문제 삼은 게 아니라 진행과정에서 절차상 결함과 불공정계약을 지적한 것”이라며 “위에서 지시한 것을 따랐다는 이유로 과정상의 모든 책임을 면할 순 없다”고 밝혔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서울시#세빛둥둥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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