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돈 풀어서 대선 좀…” 누구좋으라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6일 03시 00분


보육비-사병월급 인상 등 당정 사사건건 정면충돌
黨 “대선승리 태클 거나”… 政 “건전재정 양보 못해”

올 대선을 앞두고 “돈 풀라”는 여당과 “못 푼다”는 정부가 본격적으로 맞부딪치기 시작했다. 새누리당은 복지에 방점을 둔 총선공약 실천을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5일 정치권에선 “복지를 내세우며 대선을 치러야 하는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정적인 국정과제 마무리를 원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존재론적 충돌”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새누리당은 4·11총선에서 250여 개의 공약을 내세웠다. 그중 48개는 법률 제정 및 개정 사항이고 102개 안팎은 정부 예산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특히 예산이 많이 드는 것이 보육비와 양육수당 지원 확대와 사병 월급 두 배 인상이다.

당정 충돌의 1라운드는 무상보육을 만 5세까지 대폭 확대하겠다는 보육비 정책에서 불거졌다. 김동연 기획재정부 2차관이 3일 “재벌 손자에게까지 보육비를 주는 것이 공정사회냐”고 지적한 데 대해 진영 정책위의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의 합치된 의견도 아닌데 여당의 공약에 대해서 다른 의견을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받아쳤다.

이에 앞서 4일 국회 국가재정연구포럼에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아끼는 쪽만이 아니라 어떻게 쓰는가를 연구해서 우리도 좀 (선거를) 해나갈 수 있도록 해 달라”면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들으라고 한 얘기는 아니다”라고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이에 박 장관은 “뿌리 깊은 나무는 가뭄에 쓰러지지 않는다”며 용비어천가를 언급하며 재정건전성 강조로 받아쳤다.

사병 월급을 2015년까지 2배 인상하겠다는 새누리당의 총선 공약에 대해서도 2013년 균형재정 달성을 주요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 정부는 곤란하다는 태도다.

새누리당은 총선 공약을 철저히 이행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한다는 것을 대선 승리의 전략으로 삼고 있다. 당 관계자는 “정부가 여당의 공약에 대해서 ‘못하겠다’고 버티는 건 당으로선 대선에 태클을 걸겠다는 것으로밖에 안 비친다”고 비판했다.

당정 충돌은 앞으로 줄줄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공약엔 △사업주가 무급 휴업이나 무급 휴직으로 고용을 유지하는 경우 평균임금의 50% 기준으로 정부가 근로자에게 직접 지원 △한부모 또는 조손가정에 대한 아동양육비 지원 연령 확대(만 12세→만 15세 미만) △보육교사 처우개선을 위해 교사 1인당 월 5만 원 지급 등 정부 재정이 투입돼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올 들어 고위 당정청 회의는 전면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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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새누리#총선공약#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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