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日帝 강제징용 배상해야”]“대한민국 사법 주권 회복한 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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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년 소송 이끈 최봉태 변호사

“일제 피해 구제를 위해 싸워온 20년 변호사 인생에서 가장 값진 날입니다.”

2000년부터 미쓰비시(三菱)중공업을 상대로 긴 소송 끝에 24일 대법원으로부터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판결을 이끌어낸 법무법인 삼일 최봉태 대표변호사(50·사진)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이날을 “대한민국 사법 주권을 회복한 날”이라며 “70년의 한이 풀리는 판결”이라고 감격해했다. 2심 재판부는 일본 재판부의 판결을 인용해 원고의 소를 기각했다. 그는 “일본 사법부가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판결하면 그것도 따라야 한다는 논리였다”고 비판하고 “대법원의 판결은 일본의 한반도 지배가 대한민국 헌법에 정면충돌한다는 점을 선언한 것”이라고 환영했다.

최 변호사는 1992년 개업한 뒤 일제 강제징용 및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활동을 해왔다. 그는 “도쿄대 유학 시절 일본 시민과 변호사들이 한국인보다 적극적으로 피해자 구제에 나서는 모습을 보고 부끄러움을 느낀 것이 결정적 계기였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이번 판결이 일제 피해자 구제의 마중물(물을 뽑아내기 위해 펌프에 먼저 붓는 한 바가지의 물)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미쓰비시에 대해서는 ‘아리랑 3호’ 위성을 제작하는 등 한국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 기업인 만큼 자발적으로 책임을 다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이번 판결이 일본에서 진행 중인 위안부 피해자 협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변호사가 변론을 맡은 미쓰비시 관련 피해자들은 이날 판결을 보지 못하고 모두 세상을 떠났다. 마지막 생존자였던 정창희 씨는 3월 3일 사망했다. 최 변호사는 “정 씨 빈소에서 유족과 ‘끝까지 싸우겠다’고 약속했다”며 “조만간 피해자들의 묘를 찾아 판결 소식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인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잠시 눈에 물기를 보이던 최 변호사는 짧게 말했다.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최봉태#사법 주권#일제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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