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日帝 강제징용 배상해야”]韓-日 ‘위안부 피해 협상’ 이어 또다른 ‘외교적 숙제’ 등장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개인과 기업 간의 소송, 일단 日반응 지켜봐야”
당혹한 정부, 신중한 대응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24일 대법원의 판결에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판결은 그동안 이 문제는 이미 해결된 문제라고 주장해 온 정부의 공식 의견을 사실상 뒤집은 셈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한 정부 책임을 인정한 헌법재판소 결정에 이어 다시 일본의 반발과 이에 따른 외교적 갈등을 풀어야 하는 난제에 직면하게 됐다.

○ 사법부에 연타당한 정부

외교통상부는 이날 저녁이 될 때까지 대법원 판결에 대해 정리된 공식 견해를 내놓지 못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판결이 나온 지 4시간여가 지난 오후 6시 반경에야 비공식 브리핑에 나섰다.

이 당국자는 “일제 식민지 지배를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개인 권리를 존중한 부분 등은 나름 의미가 있다”면서도 “정부 입장과는 다소 상이한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이번 판결은 개인과 일본 기업 간 소송에 대한 것이어서 정부가 직접 당사자는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파기환송심의 최종 판결까지 지켜본 뒤 정부의 대응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금까지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는 이미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체결 당시 해결됐다고 설명해 왔다. 청구권협정에 규정된 ‘8가지 대일요구 항목’에 강제징용 피해자의 미수금 및 피해보상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또 강제징용 피해자의 경우 2007년부터 정부가 추가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는 만큼 더는 논란의 대상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 시각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들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청구권 협정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외교적 보호권도 없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판결이 최종 확정되면 정부가 일본 기업들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아내기 위한 외교적 대응에 다시 나서야 한다.

○ 한일 외교갈등 다시 불거지나

지난해 8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헌재의 결정 이후 양국 간 갈등 수위가 다시 높아져온 시점에서 이번 판결은 양국 관계에 또 다른 넘어서야 할 과제가 됐다. 일본 최고재판소의 판결을 한국 대법원이 부정했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단 일본 쪽 반응을 살펴봐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앞서 헌재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한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했고, 정부는 ‘군 위안부 문제해결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대응에 나섰다. 일본에 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양자 협의를 요구했고 일본이 거부할 경우 중재위원회 구성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러나 일본은 “방안을 찾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는 말만 반복하며 아무런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위안부#피해 협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