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에 바란다]“이런 의원 싫어요” 국민들 가장 꼴불견으로 여기는 국회의원 유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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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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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에 바란다]언론사 카메라 보면 일하는 척 ‘오버’… 국민 “이런 의원 싫어요”
발의 건수 늘리려 폐기된 법안 베껴

18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막 시작된 2008년 6월, A 의원이 B 의원에게 서명을 요청하며 법안을 내밀었다. 국회법상 법안을 발의하려면 의원 10명 이상의 서명이 필요하다. B 의원은 서로 법안에 서명을 해주는 이른바 ‘서명 품앗이’ 관행 탓에 무심코 사인을 하려다가 법안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자신이 17대 국회에서 발의했던 법안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A 의원이 17대 임기 만료로 폐기된 B 의원의 법안을 무단으로 ‘재활용’하며 원주인에게 서명을 요청한 것이다.

국회의원의 임기가 새로 시작될 때마다 지난 국회에서 폐기된 법안의 리스트를 훑어보는 일이 보좌진들에게는 필수업무가 됐다.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민생 현장을 찾아다니며 법과 제도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법안에 반영해야 하지만 이런 열의를 가진 의원들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19대 국회의원 300명 중 초선은 149명. 새내기 의원들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18대 국회의 꼴불견 행태는 가지각색이다.

본회의 때마다 수십 건의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정작 법안 내용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의원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예전에는 법안을 모두 인쇄해 책상에 올려놓았기 때문에 의원들이 법안을 들춰보기라도 했지만 지금은 컴퓨터 모니터로 보도록 해 아예 법안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의원이 많다”고 말했다.

상임위 회의장에서는 의원들의 ‘실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자신의 질의시간에만 앉아 있다가 다른 의원이 질문을 하면 자리를 비우는 의원들이 많다보니 한 가지 사안을 놓고 국회가 정부를 집요하게 몰아붙이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조용히 있다가도 언론사의 카메라가 회의장에 들어오면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고 호통을 치는 ‘돈키호테형’ 의원들도 상당수다.

국정감사 때면 의원들의 ‘쇼’는 절정에 달한다. C 의원은 국감장에서 죽창 시위를 시연했는가 하면, D 의원은 야생동물의 멸종위기를 고발한다며 구렁이를 들고 나타났다. E 의원은 외벽 마감재가 화재에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주겠다며 국감장에서 마감재에 불을 붙이는 ‘불 쇼’를 해 주위 의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국감을 통해 소관 부처를 틀어쥔 의원들은 온갖 민원을 넣기도 한다. 정무위 소속 의원은 국책은행에 대출을 부탁했다가, 국방위 소속 의원은 군 헬기를 타고 지역구 행사에 참석했다가 빈축을 샀다.

일부 의원은 기업에 협찬을 강요하기도 한다. 한 기업 관계자는 “지역구 행사에 노골적으로 현금 협찬을 요구받기도 했다”며 “대기업보다는 지역 건설사들이 주요 타깃”이라고 말했다. 몇몇 의원은 통신사에 휴대전화 수리를 수시로 부탁한다. 그러면 통신사는 새 휴대전화를 의원실로 보낸다고 한다.

F 의원은 4·11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자 보좌진을 모두 내보내고 가족과 친지를 보좌진으로 등록한 뒤 이들의 급여를 모두 챙겨 보좌진들의 공분을 샀다. 일부 의원은 보좌진 월급의 일정액을 매달 자신의 활동비로 거둬가기도 한다. 또 의정활동의 전문성을 강화하라는 취지로 보좌진 9명을 국민 세금으로 지원하는데, 이들 중 상당수를 지역구로 보내 지역의 민원 해결과 조직 관리에 활용하는 의원도 적지 않다. 한 보좌관은 “지역구에서는 시장바닥을 누비다가도 국회만 들어오면 본관에서 의원회관으로 이동하면서도 차를 타야 하는 의원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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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국회#꼴불견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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