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통합진보당 압수수색]현대車 노조원들 “노트북 들고 다니며 이석기에 투표 강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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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정경선 의혹 추가 폭로

통합진보당 이석기 당선자가 사퇴 불가 방침을 고수하는 가운데 21일 이 당선자의 지지자들이 당내 비례대표 경선에서 조직적인 부정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추가로 폭로됐다.

이날 통진당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통진당 당원인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조합원들의 명의로 ‘가장 깨끗해야 하는 진보정치가 시정잡배보다 못한 짓거리’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올라왔다. 이 대자보는 당 게시판에 게재되기 전인 11∼16일 공장 내에도 내걸렸다.

20여 명의 서명이 담긴 대자보는 “(3월 당내 비례대표 경선 당시) 현대자동차 노동자 후보가 출마했고 그런 후보가 전주공장에 인사를 하고 돌아다니는데도 불구하고 한 번도 보지도 알지도 못하는 사업가인 이석기 후보를 ‘J노동자회’ 조직에서 조직적으로 지지한다고 노트북을 들고 다니면서 투표를 시켰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총선 비례대표 후보 선출 과정의 불법적이고 패권적인 방법에 전주공장도 자유로울 수 없음이 진상조사 결과 드러난 만큼 이번 사태에 대한 사과와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자보가 지칭하는 ‘현대자동차 노동자 후보’는 현대차 노조 부위원장 출신 이영희 후보다. 당시 이 당선자와 함께 경쟁했던 이 후보는 이 당선자에게 밀려 비례대표 8번을 받았다.

대자보 작성을 주도한 현대차 전주공장 조합원 K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당선자가 소속된) 경기동부연합과 가까운 ‘J노동자회’에서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다니면서 ‘이석기 후보를 찍으라’고 했다”며 “현장 투표에서도 당 선관위가 있는데도 투표소 바로 옆에서 이석기 후보에게 투표할 것을 권유했다”고 폭로했다. 3월 14∼18일 당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현장투표와 온라인투표에서 모두 부정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어 K 씨는 “노동자들이 사업가인 이 당선자를 조직적으로 지지한 것에도 분노가 일었다”며 “이 당선자가 사퇴했다면 덮어두려고 했지만 당권파가 진상조사 결과를 부정하고 중앙위원회에서 폭력사태까지 일으킨 것을 보며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다”고 폭로 배경을 밝혔다. 이에 대해 이 당선자 측은 “보수언론의 취재에 응할 수 없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조합원들이 ‘노트북 선거’ 당사자로 지목한 ‘J노동자회’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노트북을 이용했다는 주장은 맞지만 워낙 현장 투표율이 저조해 투표 독려 차원에서 한 것이지 특정 후보를 찍으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우린 경기동부연합과는 관계없다”고 말했다.

[채널A 영상] “알지도 못하는 이석기를…” 통진당 홈페이지에 폭로

이에 앞서 이 당선자는 17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통진당) 비례선거는 온라인이 90%이고 오프라인이 10%밖에 안 된다. 지금 부실선거 부정선거 의혹의 상당 부분은 오프라인에서 나온 문제를 갖고 증폭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장 투표뿐만 아니라 온라인투표 과정에서도 조직적인 부정이 저질러졌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이 당선자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통합진보#부정경선 폭로#현대車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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