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인적 쇄신’ 초강수… ‘현역 절반이상 물갈이’ 전망도

  • Array
  • 입력 2012년 1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한나라, 물갈이 비율 확정… 공천 기준 제시

16일 4·11총선 공천 기준안을 결정하기 위해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전체회의. 지역구 국회의원 공천 배제 비율을 20%로 할지, 30%로 할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한쪽에선 “20%안(27명)은 너무 낮다”고 했고, 다른 쪽에선 “30%안(41명)은 너무 높다”며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한 비대위원은 “현역 의원 80%는 물갈이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논란 끝에 중간치인 ‘25%’로 조율됐다. 한 참석자가 아이패드 계산기를 두드려 불출마 선언 의원을 제외한 지역구 의원 136명의 25%는 34명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의 현역 의원 무조건 공천 배제 ‘25% 가이드라인’은 이렇게 정해졌으며 언론에 즉각 공개됐다.

○ ‘하위 25%’ 누가 해당할까


한나라당의 경우 17대 때는 현역 의원의 36.4%, 18대 때는 39%가 공천에서 탈락했다. 이날 비대위가 제시한 현역 의원 탈락비율 25%(34명)는 그 자체만으론 과거에 비해 높지 않은 수치다. 정치신인들 사이에선 시큰둥한 반응도 나온다. 그러나 현역 의원의 공천 탈락 비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구 전체 중 20%(49명)를 배정하기로 한 전략공천도 현역 의원이 아닌 경쟁력 있는 정치신인이 낙점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25%로 끝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개방형 국민경선제에서 현역 의원들이 신진 후보들에게 패배하면 자연스레 물갈이 비율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절반은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역 의원 평가에서 하위 25%에 누가 포함될지는 예측이 쉽지 않다.

일단 지역구민의 피로감이 높은 ‘다선’ 의원들의 교체지수가 높을 가능성이 크다. ‘경쟁력’은 한나라당 경선 후보나 상대 당 후보의 인지도나 지역 기여도 등에 따라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黨쇄신 핵심은 공천 개혁”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은 16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정당 쇄신의 핵심은 공천”이라며 공천 기준을 제시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黨쇄신 핵심은 공천 개혁”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은 16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정당 쇄신의 핵심은 공천”이라며 공천 기준을 제시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일정상 1월 말 공천심사위원회가 구성되면 곧바로 현역 의원 평가를 위한 여론조사가 실시될 계획이다. 2월 초 국민배심원단을 구성한 뒤 지역구 공천에 앞서 2월 말∼3월 초 비례대표 공천을 마무리하고 3월 초순∼중순 국민경선과 전략공천을 통해 지역구 공천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 가산점 및 도덕성 강화 기준 논란

비대위는 가산점 제도를 통해 경선 지역에서 여성과 신진 인사들의 핸디캡을 보완하도록 했다. 비대위는 지역구 여성 후보 30% 공천을 목표로 여성에게 10∼20%, 장애인, 다문화가정, 북한이탈주민 등 소수자에게도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가산점은 경선 과정에서 표를 더해 주는 방식으로 적용된다.

도덕성 검증 기준을 강화해 당규의 공직후보자추천규정 9조에 규정된 11가지와 함께 △세금포탈, 탈루, 부동산 투기, 성희롱, 강제추행 등으로 물의를 일으키거나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은 자 △성범죄, 뇌물수수, 불법 정치자금 수수, 경선 부정행위 등 이른바 4대 범죄자의 경우 범죄 시기와 상관없이 공천을 배제하기로 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국민이 용납할 수 없는 분은 안 되고 공천 후에도 (도덕성 문제가) 드러나면 취소하는 걸로 끝까지 책임지고 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가산점과 도덕성 검증 기준 모두 논란의 소지가 남아 있다. 우선 여성 신인에게만 가산점을 주는 것에 대해 남성 신인들은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또 ‘국가와 사회, 당에 대한 헌신 및 기여도’의 정량 평가가 쉽지 않다. 도덕성 검증도 십수 년 전 확정 판결을 받은 뒤 사면·복권이 돼 활동하는 의원, 기소는 되지 않았지만 각종 성희롱 논란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의원, 사법기관의 수사를 받고 있는 의원 등 범위에 따라 적용받는 의원의 수가 달라진다. 2008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도 ‘부정·비리 등에 관련된 자’ 등과 같은 규정이 추상적이라 헌법이 규정한 공무담임권을 제한할 수 있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되기도 했다.

○ 연석회의 분수령


비대위는 의원들의 반발 여지를 줄이기 위해 정량화하기 힘든 항목은 최소화했다.

비대위는 현역 의원 평가기준으로 △교체지수 30% △경쟁력 30% △의정활동 20% △지역구 활동 20% 등 네 가지를 검토했지만 교체지수와 경쟁력만 50%씩 반영하기로 했다. 의정 활동이나 지역구 활동은 여론조사로 정량화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17일로 예정된 국회의원-비대위원 연석회의에서는 공천 기준에 반발하는 의원들과 이를 방어하는 비대위원 및 의원들 간에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친이(친이명박)계 의원은 “공천 배제 의원들은 평가 결과의 공개를 요구할 것이고, 조사의 객관성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소송을 제기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략공천 지역으로 거론되는 서울 강남벨트나 영남벨트 의원 중 일부가 반발할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계파나 지역별로 세력화돼 비대위에 맞서는 상황까지 가진 않을 것이라는 게 비대위 측의 판단이다. 친이계의 한 수도권 의원은 “일단 내일 연석회의에서는 궁금한 부분을 비대위원들에게 물어보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반발하면 자신이 탈락 대상자라는 걸 자인하는 셈인데 누가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