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김동률 “연예인이라고 사생활 다 노출시켜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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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9일 10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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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앨범, 10년 세월동안 제대로 묵힌 곡들
●'익명성' 좋아 TV출연에 욕심을 내지 않아
●존 박은 좋아할 수밖에 없는 아이, 정재형은 인맥의 종결자

타이틀곡 ‘Replay(리플레이)’로 돌아온 김동률은 “제 인생을 ‘리플레이’ 한다면 순수하게 음악만 공부하던 유학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요. 그 때는 늘 설레고 두근거렸거든요”라고 했다.
타이틀곡 ‘Replay(리플레이)’로 돌아온 김동률은 “제 인생을 ‘리플레이’ 한다면 순수하게 음악만 공부하던 유학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요. 그 때는 늘 설레고 두근거렸거든요”라고 했다.
가수 김동률(37)은 겨울과 참 닮았다. 감미로우면서도 우수에 젖은 김동률의 음악 또한 크리스마스 계절의 로맨틱과 잘 맞아 떨어진다.

그런 그가 겨울에 돌아왔다. 11월 15일 새 앨범 '김동률(kimdongrYULE)'을 발표한 그는 미국 유학시절 친구가 알려준 영어 '크리스마스'의 옛 고어인 '율(YULE)'을 넣어 겨울 콘셉트 앨범을 작업했다.

46개월 만에 본인의 음반으로 돌아온 만큼 팬들의 반응도 컸다. 11월 14일 자정에 음반이 발표되자마자 음원사이트에서 1위를 기록했고 예약판매만 2만장이 훌쩍 뛰어넘는 이번 앨범은 김동률의 저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 "90년 감성 멜로디에 빠져보실래요?"

하늘도 그를 돕는 걸까. 음원을 공개하기 하루 전, 갑자기 들이닥친 한파로 길거리는 제법 겨울 분위기가 났다. "앨범이 대박 날 징조 같다"고 하자 김동률은 웃으며 "그러게요. 저도 오늘 길거리에서 처음 크리스마스 캐럴을 들었어요."라고 했다.

"예전부터 시즌 앨범을 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일부러 곡들을 모아뒀어요. 이런 앨범에 넣으면 더 빛이 날 것 같았거든요. 또 그 때는 저는 제가 원하던 만큼 편곡이나 사운드를 그대로 구현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내 역량을 좀 더 키워서 만들면 곡들에게 덜 미안할 것 같았어요."

김동률의 앨범을 들으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로 돌아가는 기분이 든다. 실제로 이번 앨범은 '새로운 시작'을 제외한 모든 수록 곡이 1998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써뒀던 곡으로 10년이란 세월동안 제대로 묵혀진 셈이다.

"지금 젊은 세대들에겐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90년대 가요를 듣던 분들에겐 아득한 향수가 떠오를 수 있다. 제 주위 분들이 그 시절의 노래가 떠오른다고 반가워하세요."

이번 앨범에는 또한 김동률의 2집 '희망'의 수록곡인 '한여름 밤의 꿈'이 '한 겨울밤의 꿈'으로, '크리스마스 선물'이 동일한 제목으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2집 앨범 작업할 때, 사운드 부분에서 사건 사고가 많았어요. 전체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앨범이라 언젠간 다시 리메이크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여름 밤의 꿈' 은 원래 뮤지컬 느낌이 나는 곡인데 스윙 발라드로 바꾸면 겨울 느낌이 나겠다 싶어서 리메이크 해봤고요"

오랜만에 앨범이 나온 만큼, 긴장이 되진 않을까. 그는 "그렇진 않다"라고 답하며 "이젠 초연해지는 것 같아요. 저는 열심히 만들었으니까요. 물론 사람이니까 인기가 없으면 실망하겠죠. 그래도 지금 이 시대에는 앨범이 잘 안돼도 '음악시장 사정이 안 좋잖아', '이제 너도 나이 먹어서 그래' 라는 등 위로해줄 게 많아서 괜찮아요."라고 소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 실제 성격은 급해…신발을 짝짝이로 신고 간 적도 있다

깐깐하고 완벽주의로 보이는 그도 자신에게 답답함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편곡 속도. 최근 그는 트위터에서 '나름 15년 동안 현 편곡을 해왔어도 절대로 늘지 않는 부분은 작업 속도'라는 글을 올렸다.

"앞으로 있을 공연 준비하는 데 속도가 안 나니 짜증이 나더라고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속도에 쫓겨보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제 음반이니까 충분히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마음에 들 때까지 작업을 하니 속도가 빨라지는 게 익숙하지 않아요."

"원래 천천히 하는 걸 좋아하냐"라고 묻자 그는 "아니요, 성격은 원래 급해요. 좀 덜렁거리기도 하고요. 남들은 제 집이 굉장히 깨끗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데 생각보다 그렇진 않아요. 가끔 신발을 짝짝이로 신고 나갈 때도 있어요.(웃음) 하지만 일할 때만큼은 성에 찰 때까지 하기에 예민해져요."

평소 신중하고 예민하다는 평이 있는 김동률은 이런 말에 대해 "기본적으로 그런 것 같아요."라고 단번에 답했다.

"워낙 후회하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서요. 예민한 건 성격이 A형이라 좀 소심해서 그런 것 같아요. (웃음)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 까 먼저 생각하고 행동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배려가 없을 때도 있어요."

▶ 연예인이라고 사생활을 꼭 밝힐 필요 있나요?

"글쎄요, 왜 물어보는지는 알겠는데…"

TV출연을 잘 하지 않고 사생활이 노출되지 않은 연예인 중 하나인 김동률은 사생활에 관한 것은 말을 아꼈다.

"요즘은 마치 공인이 사생활을 노출해야 하는 것이 의무화되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그게 잘 이해가 안돼요. 왜 내 사적인 내용들이 공개되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저번에 이효리 씨랑 스캔들 났을 때도요. 하지만 만약 실제로 제가 이효리 씨를 좋아해서 잘 해보려고 하는 데 그런 스캔들이 났다면 진짜 기분 나빴을 거예요. 그렇게까지 우리가 사생활을 노출해야 하나요?"

그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익명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TV출연에 욕심을 내지 않는 이유도 '익명성'에서 비롯됐다.

"그냥 저를 못 알아봐줬으면 해요. 저와 관련된 것들이 크게 주목 받는 게 좀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그리고 제가 워낙 '예능감'이 없어요. 잘 해낼 자신이 없네요."

“이동욱씨 연기 보고 그만 울컥했어요.” 김동률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실신까지 하며 열연한 이동욱을 본 김동률은 그의 콘서트에 이동욱을 초대하기도 했다.
“이동욱씨 연기 보고 그만 울컥했어요.” 김동률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실신까지 하며 열연한 이동욱을 본 김동률은 그의 콘서트에 이동욱을 초대하기도 했다.
▶존 박, 정재형…그의 사람들

요즘 김동률에게 빠질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면 바로 '슈퍼스타K2'의 존 박과 '음악요정' 정재형이다. 김동률은 존 박 데뷔 앨범의 프로듀서로서, 또한 멘토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존 박은 "김동률, 내 가슴 안에 있다"라고 고백하며 둘의 돈독한 사이를 말하기도 했다.

"존 박은 정말 괜찮은 아이예요. 좋아할 수밖에 없는 사람 있잖아요. 존 박은 속이 깊고 제대로 된 아이예요. 그 아이를 보면 '가정교육이 진짜 중요하구나.' 라는 걸 깨닫는 다니까요. 작년에 '슈퍼스타K2'에서 스포트라이트 받았으면 좀 어깨가 뻣뻣해질 만도 한데…얘는 인기에 연연해하지 않고 진짜 음악인이 되고 싶어 해요."

그런 존 박에게 김동률은 "그냥 다시 미국 가서 행복하게 살면 안 되겠냐?"라며 뮤지션이 되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

"우리 회사로 계약하기 전에 비밀리에 만난 적이 있어요. 저는 당연히 존 박이 '곡을 써 줄 수 있는지', '내가 이 회사를 들어가면 무엇을 얻을 수 있는 지' 등 그런 질문을 할 줄 알았는데 예상 외로 너무 진지했어요. 정말 음악을 하는 선배와 후배가 만나 어떻게 해야 좋은 음악을 할 수 있는 지 물어보는 거예요. 만약 존 박이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다면 제 앨범에 지장을 주면서까지 도와주진 않았을 거예요."

MBC '무한도전'에서 자신을 '조무래기'라고 말했던 정재형에 대해서는 "인맥의 종결자죠."라고 말했다.

김동률은 "제 인맥의 중심엔 늘 정재형씨가 있어요. 보아만 빼고요. 형이 사람들과 쉽게 친해져요. 재밌고 매력 있죠. 형은 사람 관계가 계속 유지될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에요."

▶ 공연이 없었다면…더운 곳에서 크리스마스 보내고파

이번 달 24일부터 26일까지 서울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개최되는 김동률의 콘서트는 티켓 오픈 한 시간 만에 예매율 1위를 기록했고 3일 전석 매진이 됐다.

그는 수능시험을 마친 수험생이 기말고사를 준비하는 기분이라고 공연 준비 소감을 말했다.

"앨범 작업하고 일주일 만에 공연을 준비하는 게 처음이에요. 예전엔 한숨 돌릴 수 있는 시간은 있었거든요."

사람들이 김동률의 공연을 찾는 이유가 뭘까. 그는 "아마도 이번에 못 보면 언제 볼지 모르니까?"라고 말하며 웃었다.

"관객들이 제 음악을 좋아해서 오시는 게 가장 좋은 이유죠. 감사할 따름이죠. 그래서 늘 열심히 하던 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관객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요."

공연준비로 한창 바쁜 김동률에게 "만약 공연이 없었다면 어떤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었을까?"라고 물었다. 그는 "더운 나라에서 크리스마스를 한번 보내고 싶어요. 런던이나 파리, 뉴욕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봤는데 남미 같은 곳은 어떻게 크리스마스를 보낼 지 궁금해요."

데뷔 19년차 가수 김동률이 앞으로 추구하고 싶은 음악 세계가 궁금했다.

"지금처럼 가늘고 길게 꾸준히 가는 음악인이 되고 싶어요. 나이가 들면 제 나이에 맞는 음악을 할 것이고 다른 모색 점을 찾게 되겠죠. 선배님들이 가요계에 새로운 길을 만들었듯 저도 그 길을 만들어 가지 않을까요?"

글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사진 뮤직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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