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사마귀 유치원’ 인기비결은 독설? “얼굴도 한몫”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1일 09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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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이라면 사진 찍을 때 입 좀 벌려줘야지!” 선배 개그맨 박성호의 말에 즐거운 신음소리를 내며 몸 개그에 몰입했다. 사진 왼쪽부터 개그맨 홍나영, 박소영, 조지훈, 정범균, 박성호. 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
“개그맨이라면 사진 찍을 때 입 좀 벌려줘야지!” 선배 개그맨 박성호의 말에 즐거운 신음소리를 내며 몸 개그에 몰입했다. 사진 왼쪽부터 개그맨 홍나영, 박소영, 조지훈, 정범균, 박성호. 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
"여러분~ 경찰이 되는 법 어렵지 않아요. 고등학교 졸업 후 수천 대 일의 경쟁을 뚫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면 돼요. 5차 시험을 거쳐 경찰이 되면 지구대에 배치 받고, 3대로 하루 12시간씩만 근무하면 돼요. 지루하지 않으냐고요? 취객들이 와서 재미있게 해줄 거예요. 그들이 격투기하면 여러분은 맞으면 돼요."

'사마귀 유치원'이 유치원생들에게 말하는 '경찰이 되는 법'이다. 웃기지만 씁쓸하다.

9월 군대를 제대한 개그맨 정범균(25)의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개그맨 박성호(37), 조지훈(33), 최효종(25), 박소영(24), 홍나영(20)이 함께한 KBS2 '개그콘서트-사마귀 유치원'은 단 1회만에 포털 사이트 인기 검색어가 됐다.

코너는 '사마귀' 정범균의 진행으로 시작된다. 진학상담 성생님 '일수꾼' 최효종은 다양한 직업군의 고충을 날카롭게 풍자한다. 느~~끼한 구연동화 선생님 '쌍칼' 조지훈은 여자는 얼굴부터 아킬레스건까지 무조건 예뻐야 한다며 외모 지상주의를 꼬집는다. 바른생활 선생님 박성호는 동요로 사회 폭력 문제를 뒤튼다. 박소영, 홍나영은 귀여운 유치원생으로 분해 양념을 친다.

이 네 명의 마귀가 얼마나 독설을 퍼부을까. 여의도 KBS 희극인실로 찾아가 '사마귀 유치원'을 견학했다.

▶"최효종, 될 놈은 되는 구나"

"아아, 두 잔 주세요!"

기자를 마중 나온 개그맨 정범균이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정범균 식 줄임말) 커피 한잔을 내밀며 유쾌한 푸념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사마귀 유치원'은 어떻게 시작된 거죠?

"군대에서 신문을 읽다가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세상이야기를 한번 해보자! 친구 최효종은 바쁘다며 처음에는 거절하다가 나중에 대본을 보고 일수꾼을 자청했죠. 사실 제가 하려던 역할이었는데, 선견지명이 없었나 봐요. 박성호 선배님께도 삼고초려했고요" (정범균)

정범균은 최근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개그맨 최효종과 서일대학교 레크리에이션과 대학교 동기다.

-'애정남' 최효종과의 인연이 궁금합니다.

"최효종과 저는 대학 부적응아였죠. 최효종과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았어요. 당시 효종이는 한겨울에 가죽재킷을 입고, 촌스러운 무테안경을 썼어요. 여기에 장발머리까지. 지금 용 됐죠. 제가 군대 가기 전에는 비등비등했는데, 다녀오고 보니 최효종이 '대세'가 됐네요." (정범균)

정범균의 안내로 KBS 희극인실의 한 테이블에 모인 '사마귀 유치원'에게 소감을 물었다. 팀 내 최고참 박성호는 "시청자분들께 감사하고, 책임감에 어깨가 갈수록 무거워진다"라고 말했다.

▶사마귀 유치원, 얼굴에 얽힌 동화

'사마귀 유치원'에서 사마귀는 인기 MC 유재석을 닮은 정범균의 별명이기도 하고, 네 명의 마귀가 등장해 어두운 사회 이야기를 꼬집는다는 의미도 있다.

-'사마귀 유치원'이라는 코너 이름의 속사정이 뭔가요?

"코너 이름을 많이 고민했어요. 이야기 도중 'TV유치원 빠니빠니', '혼자서도 잘 커요', '뽀뽀 말고 키스', '아동 비디오' 같은 수위 높은 이름도 생각했죠. 그때 서수민 PD께서 '사마귀 유치원'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셨어요. 저희도 '사마귀'라는 단어와 '유치원'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데서 오는 개그적인 느낌이 마음에 들었죠." (박성호)

-조지훈 씨가 맡은 '쌍칼'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쌍칼'은 타성의 젖은 어른들의 이야기 중 외모지상주의를 말하죠. 외모를 바꾸기 위해서는 얼굴에 칼을 대잖아요. 양쪽 호주머니에는 장난감용 쌍칼을 꽂고 나오죠. 어린이들이 보기에는 조금 섬뜩할 수 있죠." (조지훈)

-소영, 나영 씨는 여성으로서 여자는 무조건 예뻐야 한다는 '쌍칼'의 지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공감 가죠. 여자는 얼굴이 좀 중요한 것 같아요."(박소영)

이때, '쌍칼' 조지훈이 박소영의 최근 성형사실을 깜짝 폭로했다.

"얼마 전 코 성형수술을 했어요. 어린 이미지가 불만이었죠. 또 화면에 얼굴이 밋밋하게 비쳐지는 것 같아 수술을 감행했어요. 그런데 수술 후 얼마나 아프던지 제가 마취가 덜 깬 상태에서 옆에 누워있던 환자에게 '일어나라! 빨리 도망가라!'라고 했대요. 호호. 수술 후엔 일이 잘 풀려서 성공한 것 같아요."(박소영)

-정범균 씨, '메뚜기' 유재석의 쌍둥이 동생 '사마귀'역에 잘 어울리네요.

"저는 유재석씨를 똑 닮은 사마귀죠. 지나가면 다들 3번씩 다시 쳐다봐요. 유재석 선배님과 친분이요? 잠깐 마주친 적밖에 없어요. 실제 만나면 '감사합니다'라고 말할 거예요. 덕분에 어디에 내밀어도 호감인 얼굴이 됐거든요."(정범균)

"범균 씨가 가발을 쓰고 복도를 지나가면 보는 사람들은 '오! 유재석! 유재석!'하며 계속 쳐다봐요. 신기할 정도에요."(박소영)

▶개그는 개그일 뿐, 오해하지 말자

'사마귀 유치원'은 매주 방송 후 인터넷 시청자 게시판을 북적이게 한다. 시청자의 반응은 대체로 "속이 시원하다. 통쾌하다"지만, "어린 자녀와 시청하기 불편했다"는 의견도 더러 있다.

-방송 후, 시청자들의 반응이 극과 극으로 나뉘었어요.

"색안경을 끼고 보시나 봐요. 저희는 '타성에 젖은 어른들'의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특정인물을 비하한다거나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어요. 시사 이야기를 코미디로 포장한 게 아니고 코미디에서 시사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사실 최효종 부분만 떼보면 '시사매거진 2580'에 나와야 하지 않을까요? 자칫 무거워질까 나머지 3명이 까부는 캐릭터로 웃음방향을 달리했죠. 재미있게 봐주세요." (조지훈, 박성호, 정범균)

스스로가 약자라고 주장하는 '사마귀 유치원'은 정치적 의도에 대해서 강하게 부인했다. 특히 박성호는 "정치적 의도가 있었으면 내가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갔을 것이다. 아직 나이가 안 되나? 몇 년 더 개그맨 하며 공탁금 좀 모아야 겠군"이라고 말했다.

-사회 풍자 개그이기 때문에 매주 아이디어로 나름의 고민이 많겠네요.

"많은 사람들의 가려운 곳을 글어주는 소재를 찾는 것이 중요하죠." (박성호)

"특히 박성호 선배는 후배들보다 더 적극적이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제 개인 여가시간인 새벽에 전화를 해요. 그리곤 본인의 아이디어를 토해내시더니 '적어 놔!'라며 전화를 끊어요. 역시 개그 '만랩'(최고의 레벨)이죠." (정범균)

-혹시, 방송에서 차마 보여주지 못한 아이템이 있나요?

"방송에서 나올 수 없으면 이 인터뷰에서도 이야기 못하죠. 하하. 자꾸 유도하지 마세요." (조지훈)

"단어 하나 자체가 수위가 높아서 거른 적이 있어요. (10월 2일 방송된) '국회의원 당선이 어려울 것 같으면 상대후보 약점만 밝히면 된다'라고 말하는 부분은 원래 '상대방의 약점의 물고 늘어지는 세퍼트 같은 정신을 가져라' 이었죠. 이때 '세퍼트 같은 정신'이라는 표현은 어린이 시청자들을 생각해서 걸렀죠." (박성호)

'개그콘서트'는 염연히 공식적인 15세 이상 시청가 등급이다. 이중에서도 '사마귀 유치원'은 출연진들은 우려하는 마음에 19세가 적힌 배지를 달고 등장한다. 나름의 배려다.

이처럼 착한 네 명의 마귀가 자라나는 꿈나무에게 전하고 싶은 최종 메시지는 무엇일까.

"인생은 실전이다. 만만하게 봐선 큰 코 다친다. 정글은 아마존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사회가 정글이다" (박성호)

"사마귀 유치원은 어른 유치원이에요. 15세 이하 어린이들은 꼭 부모님 지도 하에 보세요. 보다가 모르는 것은 부모님께 물어보고, 부모님은 반드시 대답해주세요. 어린이들도 알 건 알아야죠!"(조지훈)

"나이 많은 저희도 이렇게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하고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저희가 열심히 하는 만큼만 유치원생 여러분들도 열심히 사세요" (정범균)

인터뷰가 끝나고, 정범균이 기자에게 들뜬 목소리로 다급하게 전화했다. "방금 경찰 고위 간부가 '경찰의 고충을 재미있게 표현해줘 고맙다'라고 전화했어요. 좋은 반응 맞죠? 헤헤."

한민경 동아닷컴 기자 mk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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