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인순이 “내겐 나이트클럽 냄새의 추억 있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1일 10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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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지는 게 싫어서 자꾸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가
●집에서도 가만히 앉아있질 못하는 나는 워커홀릭
●나이트클럽 출연이 창피해? 열심히 안 한 게 더 창피해

뮤지컬 '캣츠'에서 그리자벨라를 맡은 인순이. 지금은 길에 다니는 고양이만 봐도 '사촌'을 보는 것 같다고 한다. 사진제공ㅣ설앤컴퍼니
뮤지컬 '캣츠'에서 그리자벨라를 맡은 인순이. 지금은 길에 다니는 고양이만 봐도 '사촌'을 보는 것 같다고 한다. 사진제공ㅣ설앤컴퍼니
한국의 디바 인순이(54)는 요즘 가장 바쁜 연예인 중 한 사람일 것이다. 매주 월요일에는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 녹화에 한창 몰입했고 9월 초부터 매주 주말마다 전국 콘서트를 다닌다. 게다가 이제는 뮤지컬 '캣츠'까지 도전했다.

'탈세 의혹'이 있기 전인 지난 15일, 점심시간 잠시 짬을 낸 인순이를 만났다. 그는 인터뷰 후에 있을 드레스 리허설 때문에 고양이 분장을 한 채 있었다. 인순이를 만나고 며칠 후 2008년 서울지방국세청의 세무조사 결과 탈세 사실이 적발돼 수억 원에 달하는 추징금을 부과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캣츠' 와 인순이 "속이 꽉 찬 것이 사랑받은 이유가 아닐까요?"

뮤지컬 '캣츠'와 인순이는 좀 닮은 구석이 있다. 이번 캣츠는 30주년을 맞이했고 인순이 또한 데뷔한지 34년이다. 이토록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공통적인 이유가 있을까.

인순이는 "속이 튼튼하기 때문이죠. 겉만 번지르르해선 오래가지 못해요. 보면 볼수록 내용이 더욱 가슴에 와 닿기 때문에 입으로 전해져 30년 동안 사랑받은 게 아닐까요? 제 자신도 그렇지 않을까…"

'캣츠'에서 늙고 병이 든 '그리자벨라'를 맡은 인순이는 에너지 넘치는 자신의 모습과 그리자벨라가 너무 달라 죽을 맛이다.

"내가 생각했던 그리자벨라보다 더 늙고 병들었어요. 원래는 진성으로 노래하는 걸 좋아하는 데 그리자벨라의 '메모리'는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며 부르는 노래니 그렇게 부르지 못 합니다."

'메모리'를 부르는 인순이는 어느 구절을 가장 좋아하냐는 질문에 "햇살, 나에게 비춰져요~!"라고 즉석으로 노래를 부르며 "사실 강하게 나가는 '터치 미(Touch Me)!' 보다는 이 부분이 더 좋아요"라고 말했다.

"아마 인순이의 '메모리'를 듣고자 하는 분은 조금 아쉬울 수 있을 거예요. 지금은 그리자벨라와 인순이의 중간점을 찾고 있어요."

▶'나가수' 탈락하면 두 발 뻗고 잘 거다

최근 '나가수'에서 '서른 즈음엔' '아버지'등을 부르며 관객들을 매료시킨 인순이는 경쟁이 아닌 관객들과의 소통이 목표였다며 이제는 탈락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내가 설마 후배들하고 경쟁하려고 '나가수'에 나갔겠어요? '나가수'는 경청해주는 관객들이 있는 무대에 서고 싶은 욕심에 시작한 거예요. 시간이 지나면 '그래 그땐 그랬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지금 '등수'때문에 무대에 설 수 없다면 더 큰 것을 잃는 거죠. 나는 그 곳에서 울어도 보고 웃어도 봤기 때문에 꼴찌를 해도 상관없습니다."

인순이는 자신이 이렇게 열심히 활동하는 이유는 '잊혀지기 싫어서'이다. 또한 도전하는 것이 자신의 긍정의 힘이 된다고 했다.

"잊혀지는 게 싫어요. 내 팬들이 나를 보게 하려면 자꾸 툭툭 뭔가를 보여줘야 하잖아요. 가만히 있는데 누가 나를 찾겠어요? 꿈을 이루면서 나의 팬들이 나를 볼 수 있게 하는 거죠."

▶내 인생 가장 찬란했던 순간은 바로 딸 낳았을 때

수많은 무대에 서 봤던 디바 인순이에게 가장 행복했던 때는 언제였는지 물어봤을 때 주저 없이 "우리 세인이 낳았을 때" 라고 답했다. 이날도 딸이 온다며 싱글벙글 웃기도 했다.

또 그는 직업여성과 엄마 그리고 부인의 역할을 병행하는 것이 어렵다며 "추석날이 월요일여서 '나가수' 녹화를 가는 바람에 가족들을 만나지 못했다. 그래도 가족들이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해주고 더 많이 챙겨준다"라며 가족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하기도 했다.

인순이의 딸 세인양은 7월에 한 방송에서 공개돼 큰 화제를 몰고 오기도 했다. 특히 세인양이 당시 뉴욕에 위치한 UN 미국본부 인턴사원으로 재직 중으로 알려지며 누리꾼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저는 아이가 행복하면 만족해요. 내가 못해봤다고 다 시킬 수는 없잖아요. 요새 고3이라 공부하는 모습 보면 안쓰러워요. 딸에게 "너무 특별한 일을 하려하지 말고 너가 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일을 하라고 말해요. 저도 솔직히 딸이 '서울대' 가면 좋죠. 그래도 시킨다고 다 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20대가 되면 자신의 길에 대해 많이 방황도 할 거고.. 딸이 좋아하는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군인들이 내무반 냄새 추억이 있듯, 나에게는 나이트클럽의 냄새의 추억 있죠

인순이는 지금도 1년 6,7번씩 나이트클럽 행사를 다니기도 한다. 그 이유는 바로 '초심'을 찾기 위해서였다. 1978년 나이트클럽에서 노래를 부르다 가수가 된 그는 한번 클럽에서 손님의 요청으로 '거위의 꿈'을 부르다 관객도 자신도 울려버렸다고 했다.

"어렸을 적 내가 꿈을 꾸고 연습하던 나이트클럽에서 지금 내가 되어 가수 '인순이'로 노래를 부르니 눈물이 났어요. 결국 지금 내가 될 수 있었던 무대였고 그 곳에 왔던 사람들이 엽서를 보내며 노래를 신청함으로 나를 키워준 거잖아요. 그 곳에 가면 과거의 '나'의 추억이 담겨있어요."

인순이는 가끔 인터넷 공간에서 자신이 클럽에서 한 공연 사진을 보기도 한다고.

"가끔 그런 사진을 보면 '내가 안 해야 되나?'라는 생각을 잠깐 갖는데 사진 속 내 모습이 적당히 안 해서 다행이에요. 나이트 클럽 무대라고 적당히 하면 안돼요. 어떤 무대든 최선을 다해야죠. 철저히 상업적인 나이트클럽에서 나를 찾아준다는 건 내가 아직 쓸 만 하다는 거죠."

아직도 쓸만하다는 그는 10월에도 스케줄이 가득 차 있다. 10월 9일에는 뉴욕에서 열리는 UN 20주년 기념행사가 있고 10월 12일에는 호주 멜버른에서 '나가수' 2차경연이 있다. 직항을 타고 갈 계획이었으나 항공편이 마땅치 않아 뉴욕에서 인천으로, 다시 시드니를 거쳐 멜버른에 공연 당일 도착할 계획이다.

인순이는 가수로 인간으로서 살면서 후회 없이 살았다고 강조했다.

"늘 감사해요. '극과 극의 인생을 살았고 죽을 만큼 힘들 때도 있었지만 그것도 감사하다'고 기도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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