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강남 서초 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의 몰표 덕분에 민주당의 한명숙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는 분석이 많았다. 당시 오 시장은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가운데 17곳에서 한 후보에게 12만2527표를 뒤지고도 강남 3구에서 이보다 많은 12만6930표를 더 얻어 연임에 성공했다. 물론 나머지 5개 구에서 상대보다 더 얻은 2만2009표도 큰 힘이 됐다. 24일 치러지는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도 ‘강남의 표심’이 다시 한 번 오 시장의 손을 들어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아일보가 13, 14일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강남권 주민들은 ‘투표하겠다’고 답한 비율이 다른 지역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오 시장이 주장하는 ‘단계적 무상급식’안에 대한 지지율도 다른 지역을 크게 앞질렀다. 》 ○ 강남이 또 오 시장 살리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 주민 가운데 투표에 참여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72.7%로 서울시 전체 평균인 66%보다 6.7%포인트 높았다. 강남 4구 응답자 전체의 42.1%는 ‘꼭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마포 서대문 은평구 등 강북서권의 응답자들은 ‘꼭 투표하겠다’는 비율이 36.8%, 강북 노원 광진구 등 강북동권의 비율은 36%, 관악 금천 영등포 등 강남서권은 34.6%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유권자의 3분의 1(약 33.3%) 이상이 투표장으로 나와야 개표가 가능하기 때문에 오 시장 측은 강남권 유권자의 적극적인 참여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오 시장도 최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평일 투표라는 점을 감안하면 투표율이 25% 안팎에 머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전면적 무상급식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시민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가 절실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강남권 주민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서울시의회의 ‘전면적 무상급식’안보다 오 시장의 ‘단계적 무상급식’안을 더 지지했다. 강남 4구 주민 응답자 중 66.8%가 단계적 실시안에 찬성했다. 이는 전체 평균인 58%보다 8.8%포인트 높은 것. 전면적 실시안을 지지한 응답자는 28.2%에 불과했다.
다만 강남 응답자의 42.1%는 ‘투표율이 33.3%를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해 강남권에서도 주민투표 개표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정치 성향 따라 투표 참여 의사 갈려
나이와 정치적 성향에 따라 주민투표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랐다. 꼭 투표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20대 20.9% △30대 24.2% △40대 27.5% △50대 이상 59.7%로 나이가 많을수록 높았다. 또 한나라당 지지층(56.6%)이 민주당 지지층(21.7%)보다 적극 투표하겠다는 비율이 2배 이상으로 높았다.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 47.3%는 투표를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번 주민투표가 ‘여야 대리전’의 성격을 띠고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단계적 실시를 주장하는 응답자 중 29.9%는 ‘전면 무상급식안이 부자에게까지 혜택을 준다’를 선택의 이유로 꼽았다. ‘선심성 복지정책에 반대한다’는 의견은 28.4%였고, ‘전면실시를 하면 재정 부담이 커진다’는 20.7%, ‘저소득 계층에 돌아갈 교육복지 혜택이 줄어든다’는 18.8%였다.
반면 전면적 실시를 주장하는 응답자의 36.3%는 ‘학교 내에서 위화감이 조성될 수 있다’를 가장 중요한 이유로 들었다. ‘의무교육 대상인 초중학생에게 무상급식 제공은 당연하다’는 주장은 31.6%였고, ‘보편적 복지에 찬성하기 때문’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22.7%였다.
○ ‘대선 불출마’ 선언 투표 영향 없을 것
오 시장이 주민투표를 앞두고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이 투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56.5%로 절반을 넘었다. 특히 20대(63.2%), 40대(61.4%), 화이트칼라(62.1%), 자영업자(60.3%), 대학생(65%)에게서 이런 의견이 많았다. 반면 한나라당 지지층에서는 49.4%가 영향이 없을 것으로 봐 상대적으로 비율이 낮았다.
‘영향을 주게 된다면 단계적 실시 안에 유리할 것’이라는 의견이 전체의 23.3%였고 ‘전면 실시 안에 유리할 것’이라는 의견은 8.5%였다. 코리아리서치는 오 시장의 선언이 이번 주민투표에 중요한 변수가 되지는 않겠지만 단계적 실시 안에는 약간이나마 유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임의번호걸기(RDD·Random Digit Dialing)와 부재자 다시걸기(Call Back) 방식으로 진행됐다. RDD는 컴퓨터로 난수를 만들어 전화번호를 생성한 뒤 전화를 걸어 조사하는 것으로 선진국 정치 여론조사에서 사용되는 방식이다. 만 19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이 대상이며 최대 허용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 응답률은 25.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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